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37일째
7월 30일 토요일 폭염주의보
원래 혼자만 있던 집안에 동생이 태어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비유를 최근에 들은 적이 있다.
아내 혹은 남편이랑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아내가 다른 남자를 데려오더니 얘도 가족이고 이제부터 같이 살 거니까 친하게 지내라는 거다. 소설책 <아내가 결혼했다>를 볼 때는 저런 여자가 어디 있느냐고 황당하게 생각했는데, 그것도 이런 맥락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기만 바라봐주고, 사랑해주고, 모든 걸 다 주고 있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딴 놈(?)을 데려온다는 점에서 정말 찰떡 비유였다.
나는 외동이라 동생이 생겨본 경험이 없지만, 내 친구 중에 하나는 가장 어린 시절의 첫 번째 기억이 동생을 낳으러 가는 엄마한테 가지 말라고 떼를 쓰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게 4살 때라고 하는데 나는 4살 때 기억이 아무것도 안 나는 걸 보면 그게 굉장히 치명적으로 강렬하게 기억될만한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실은 우리 집의 오늘 하루 일과 자체는 한 달 전의 여느 토요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에 나는 첫째를 데리고 영어놀이센터 <잉글리시 에그>에 갔다 왔고, 오후에는 며칠 전에 코로나 완치가 되신 장인 장모님이 정말 오랜만에 우리 집에 오셔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유치원에서 방학 때 하라고 내준 요리 실습 같은 과제와 방학숙제를 함께 해결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일상에 둘째가 계속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일단 <잉글리시 에그> 센터에는 아내가 둘째를 보느라 내가 데리고 가게 되었다. 장인 장모님은 우리 집에 와서 둘째를 먼저 보러 갔다. 태어난 뒤로 처음으로 집에 오신 것이니 당연히 그럴 만도 했지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자기보다 동생한테 더 관심을 보인 셈이니 첫째 입장에선 충격일 수도 있었다.
나와 아내도 첫째와 시간을 보내거나 놀아주는 도중에 둘째가 잠에서 깬다거나 분유를 먹일 때는 그걸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랑 놀다가 갑자기 가서 동생을 안아주고 있으니 셈이 날만도 하다. 반면에 첫째에게는 잔소리가 늘었다. 아기에게 위험하거나 더러울 것 같은 행동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이지만, 애 입장에선 어른들이 자기한테는 뭐라고 맨날 혼내면서 아기는 예뻐하기만 하는 것 같을 것이다. 실제로 오늘도 몇 번 어른들이 다그치거나 혼내면 방에 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첫째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은 만큼 너무 과할 때마다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아직 신생아니까 혼자 아무것도 못 해서 다 해줘야 하고 혼낼 일 자체가 당연히 없다.
그래도 내심 첫째가 동생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가끔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 혼자일 때는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동생이 생기고 금쪽이가 된 케이스들도 있었다. 샤워할 때 은근슬쩍 물어봤다.
"엄마랑 아빠가 자꾸 동생한테 가 있어서 같이 안 놀아줘서 심심하지?"
"응..."
"그러면 혹시 동생이 없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 왜?"
이해를 잘 못 하는 질문을 한 것 같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다시 물었다.
"음... 그니깐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니~ 그런데 빨리 자랐으면 좋겠어 같이 놀게"
다행히 동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다섯 살쯤 되니까 상황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다. 그치만 아직 여리고 어린애는 애다. 확실히 이 시기에 아이를 잘 케어해주어야만 한다. 실은 내가 과감하게 휴직을 할 결심을 한 가장 큰 이유도 신생아를 돌보는 것보다는 첫째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였다. 지난 한 달여간 지나온 상황을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혼자만 있던 집에 동생이 태어났을 때를 잘 묘사한 작품은 토이스토리 1편이다. 원래 모두 우디만 바라보며 우디가 왕이자 주인공이었던 세계에 버즈가 나타난 거다. 단독 주연이었다가 공동 주연, 혹은 조연으로 밀려난 기분. 우디는 버즈를 극도로 경계하지만, 그들은 결국 함께 악당을 물리치고 가장 친한 동료가 된다.
우리 첫째가 동생을 가족이자 친구이자 동료로 받아들일 때, 그들은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될 것이다.
To Infinity and Bey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