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요알못 탈출 '쌉가능(?)'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40일째

by 디내누

8월 2일(화) 저녁 비


벌써 8월이다. 6월 23일부터 휴직했으니 벌써 휴직한지도 41일이 지났다. 개월 수로는 3개월 차다. 난 총 9개월의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는데, 이제 7개월가량이 남은 거다. 7개월...? 후덜덜하다. 안 그래도 빠르게 흐르는 시간인데, 휴직의 시간은 마치 주말처럼 곱절 더 빠른 듯하다.


내가 뭘 하기로 했더라? 아, 출산. 그건 했다. 아, 육아. 그건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운동 -> 산후조리를 핑계로 아직 시작 못함

운전 -> 산후조리를 핑계로 아직 시작 못함 (9월부터 연수받을 예정)

요리 -> 가끔 함

영어 -> 41일 동안 튜터링 2번 함

매일 일기 쓰기 -> 열심히 하고 있음

제주도 한 달 살기 -> 12월에 할 예정


이 여섯 가지 정도가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진다. 사실 어제부터 첫째의 등원의 다시 시작되면서 여유시간이 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의미 없는 sns, 인터넷 서핑을 하며 마음이 초조했지만 그냥 널브러져 있었다. 널브러진 내 모습에 초조해하면서. 그러다 '좀 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도 했다. 그래, 좀 쉴 수도 있지 뭐.


그렇지만 첫째 때의 육아휴직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스스로에게 관대하다가 1년 훅 가버리는 것이 육아휴직이다. 복직하기 전날 눈물로 후회할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편이 낫다.


이 시간이 육아를 목적으로 한 시간이지만 나에겐 든든한 남편이 있다. 동시에 휴직하는 우리 부부에게 시간은 금이 아니다. '황금'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해야만 한다. (비록 그가 요새 육아 틈틈이 한국의 모든 드라마를 다 독파할 것 같은 기세로 드라마 덕후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 또한 의미 있으리라 본다...)


서두가 엄청 길었네. 암튼 요는 다시 경각심을 갖고 오늘 휴직 기간에 할 일 리스트를 복기했단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저녁 요리를 했다. 메뉴는 볶음밥과 중국식 가지볶음. 볶음밥은 다섯 살 첫째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재료들로 준비했다. 당근, 양파, 스팸, 올리브, 병아리콩밥. 간은 후라이드 치킨에 딸려왔던 소금 후추를 조금 넣었다.


두 번째 요리는 중국식 가지볶음이다. 대충 냉동실에 있던 비비고 군만두나 구워 먹으려다 조금 성의 있고 싶어졌다. 집에 가지가 조금 있길래 좀 찾아봤더니 굴소스와 가지, 꽈리고추를 넣은 가지볶음요리가 나왔다. 모두 우리 집에 있는 재료들이길래 휘뚜루마뚜루 준비해봤다. 가지를 에어프라이기에 돌려서 수분을 뺀 뒤 마늘, 대파, 꽈리고추, 가지, 냉장고에 있던 메추리알 등의 모든 재료 다 때려 넣고 간장과 굴소스에 볶는 것! 첫째와 이야기를 하며 만들다가 굴소스를 생각보다 더 많이 왕창 넣긴 했지만 적당히 짜고 달고 맛있었다. (완전 맥주 안주. 냉장고에 있던 무알콜 맥주를 깔 뻔했다!)


이 두 가지 메뉴는 오늘 저녁밥상에서 성공적이었다. "볶음밥 말고 그냥 밥을 먹고 싶어, 맛없을 것 같아"라며 정 떨어지는 말을 하며 밥상머리에 앉았던 첫째는 한 입 먹어보더니 맛있는지 올리브, 오이지 반찬과 함께 한 그릇 뚝딱했다. (좋아하는 올리브를 반찬 통째로 추가 반찬으로 같이 놓아준 게 성공 요인이었다)


남편도 볶음밥을 먹고 맛있다고, 가지볶음도 간이 잘됐고 맛있다고 평했다. 다 먹은 뒤엔 "여보가 요리를 해주니 너무 좋다"는 스윗한 코멘트도 덧붙였다. 고갱님들이 만족해하니 나도 뿌듯했다. 뭣보다 첫째와의 오늘 이 대화가 참 훈훈했던 것 같다.


"우와~ 잘 먹는다.^^ 우리 아들, 냠냠 대장이네 최고네!"

아들에게 손가락으로 쌍 따봉을 날려주었다. 이어서 덧붙였다.

"엄마가 원래 요리를 못했는데, 노력해봤더니 요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도 최고지?"

"응~!"

"엄마한테도 쌍 따봉~!"

아들이 내게도 쌍 따봉을 날려준다.


엄마가 한 요리니까 맛있게 먹으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냥 엄마도 잘 못하는 게 있는데 그냥 포기하지 않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게 진짜 교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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