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36일째
7월 29일 금요일 바삭바삭한 불볕더위
직장인들에게 금요일은 원래 더 특별히 신나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휴직을 하면서 토요일을 굳이 기다리지 않게 된 만큼 금요일에 더 신날 이유도 없어졌다. 솔직히 오늘이 금요일인 줄도 오후쯤 되어서야 알았다. 물론 그렇다고 금요일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평일에는 일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더 힘든 날이 있으니 쉬는 날의 소중함도 더 크게 와닿는 것일 게다.
실은 육아도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 둘째는 낮에는 천사 같은 아기였다가 밤에는 작은 악마가 된다. 낮에 너무 얌전하고 순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밤의 아기가 더 유별나게 느껴진다. 낮에는 일단 잠을 알아서 잘 잔다. 굳이 막 재우려고 고생할 필요도 없이 어떨 땐 그냥 눕혀놓으면 자고 있을 정도다. 먹고 자고 싸고만 잘 해결해 주다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똘망똘망 생글생글 얼굴을 동영상으로 남기면 된다. 밤에는 전혀 아니다. 푹 재운 것 같아도 눕히면 5분도 안 되어서 우는 소리가 난다. 아무리 잘 먹이고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도 이상하게 보채고 운다. 그 사이에 2~3시간 간격의 수유를 해야 하니 잠을 잘 수가 없다. 왜인지 몰라도 신생아 시기에 배가 아파서 우는 영아산통 증상도 꼭 한밤중에서 새벽에 심해진다.
이렇게 악마와도 같은 새벽 수유와 영아산통의 협동 공격은 어쩌면 부모가 되는 첫 번째 시험관문일지도 모른다. 느슨한 정신상태로 너무 쉽게 부모가 되면 안 되니까 이 정도 각오는 하고 마음가짐과 인내심을 다잡으라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이 시기를 겪어본 부모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내 잠과 시간을 쪼개가면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 뉘시며 돌보고 있는데도 계속 우는 아기를 안고 있으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걸 참아내게 할 만큼 작고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렇게 부모가 된다.
어쩌면 전통적으로 남아있는 100일 잔치 풍습은 비단 과거 의술이 부족하여 갓난아기가 100일을 넘기면 축하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100일을 버텨낸 부모의 고생을 치하하기 위해서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사실 100일 정도가 되면 영아산통 같은 것은 없어지고 새벽 수유도 1번 정도로 줄거나 밤에 잠들어 아침에 깰 정도로 깊게 잠을 자는 일명 '통잠'을 잘 수도 있게 된다. 이것을 요즘 말로 100일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천사가 악마를 이긴 순간이다.
사실 이 일기를 쓰다가 더 알게 된 정보인데, 100일에다가 엄마 뱃속에서의 280일에서 배란일 약 15일을 빼면 딱 365일이다. 즉 이 존재가 세상에 만들어진 지 딱 1년이 되는 셈이다. 1년 정도는 자라야 어느 정도 사람답게(?) 먹고 자고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체는 참으로 신비롭다.
오늘이 둘째가 태어난 지 딱 25일째였으니, 이제 1/4이 지났다. 이렇게 세 번만 더 하면 그 사이 우리 아기 내면의 천사가 악마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겠지. 오빠는 123일 만에 통잠이 시작됐는데 조금만 서둘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