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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30. 2022

엄마도 공유가 되나요?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7일째 

7월 30일(토) 무더위 


첫째의 유치원 여름방학이 오늘을 지나면 딱 하루 남는다. 그만큼 이번 일주일은 고됐다.


"걔가 뭘 널 힘들게 하냐?"


오랜만에 우리 집에 온 친정엄마는 첫째와 놀아주면서 신생아를 돌보는 우리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섯 살 난 아이가 태어난 지 15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경쟁자가 생겼고, 여름방학임에도 늘 집에서 엄마, 아빠와 지내야 하는 것의 상실감이나 나의 피로감 따위는 엄마가 보기엔 사치일 거다.


아무튼 첫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 종일 첫째가 원하는 놀이를 해주고 밥상도 더 신경 쓴다. 휴직을 하면서 가족들의 밥상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요리를 못하고 해 본 적도 없고 욕심도 없다. 결혼 후 몇 번 시도한 요리에 대해 남편이 날린 팩트 폭격들을 들으며 없던 의지도 더 꺾였다. 난 포기했고, 오히려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이젠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무 노력도 안 하고 편식쟁이 아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아이에겐 노력하라고 다그치면서 엄마인 내가 아무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샜지만 요는 놀이, 요리 등 여러모로 첫째가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쏟는 노력들 덕분에 첫째의 상태는 괜찮은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고객님'의 요구사항이 너무 지나쳐 나도 좀 지쳐버렸다. '집에 있는 시간 = 엄마와 같이 노는 시간'이다. 아빠와 밖에 단둘이 나가는 적을 제외하면 무조건 집 안에서의 시간은 엄마를 독차지하겠다는 심보다. 동생 돌보기도 식사 준비도 아빠보고 하란다. 조리원 퇴소 이후 엄마 껌딱지가 심해지더니 이젠 그게 아이나 아빠 모두에게 당연시되고 있어 이건 영 아니다 싶다.


오늘은 더 놀아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널 최고로 사랑하지만 엄마의 모든 시간을 다 너와 쓸 수는 없어. 엄마는 집안일도 해야 하고, 동생도 돌봐야 해. 물론 너와 가장 많이 놀 거야. 하지만 엄마가 너와 놀지 않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냐."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내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둘째가 잘 자지 않고 보채서 재우는데 애를 썼다. 평소 같으면 또 첫째가


"아빠가 동생을 돌보면 되잖아."


라며 나를 찾아왔겠지만 오늘 첫째는 나를 부르지 않고 아빠와 잘 잤다. 역시 똘똘한 녀석.

그래, 그렇게 너도 오빠가 되는 거야.


오늘 첫째가 밖에서 놀고 들어오다 엄마를 위해 꽃을, 아빠를 위해 강아지풀을 선물로 가져다주었다. 너의 과분한 사랑만큼 우리들도 더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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