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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31. 2022

왼손잡이는 아닙니다만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38일째

7월 31일 일요일 비


집 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가고 하루가 다 가버렸다. 오전에 왔다 가신 장모님이나 오전에 나갔다가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돌아온 아내와 첫째를 통해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종일 집에서 둘째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고 오늘따라 낮에도 많이 울고 보채는 아이를 계속 달래느라 창 밖을 보며 비가 오는구나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사건도 없었다.


"혹시 왼손잡이세요?"


몇 주 전까지 다녔던 한의원 선생님이 내 등과 팔에 침을 놓으면서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철저한 오른손잡이다. 근데 선생님 말로는 내 팔이나 등의 근육이 왼쪽이 더 두껍다고 했다.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왼팔로 애들을 들거나 안고 있어서 그랬던 거다. 어쩐지 허리나 골반도 유독 왼쪽이 자주 아프곤 했는데 그 수수께끼도 바로 풀렸다.


사람은 보통 주로 쓰는 손과 아닌 손의 능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 주로 쓰는 손이  근력이 높고, 정교하고 정확함을 요하는 동작도 훨씬 잘할  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양손을 한꺼번에 써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럴 때는 습관적으로  쓰는 쪽이 단순하게 힘만 쓰면 되는 동작을 하고 주로 쓰는 손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동작을 취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식판을 들고 급식을 푸는 상황이라면 오른손잡이는 대개 왼손으로 식판을 들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담게  것이다.


근데 육아에서는 이런 상황이 굉장히 자주 발생한다. 한쪽 어깨에 아기를 기대듯 눕히고 등을 두드려 트림도 시켜야 하고, 누울 자리 정리도 해야 하고, 오늘의 커버 사진처럼 핸드폰도 한다. 너무 한쪽만 쓰는 것 같아서 일부러 반대로 해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너무 불편해서 금세 포기했다. 더구나 내가 익숙지 않은 자세로 안고 있으면 아기가 불편할 테고, 잘못해서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정말로 큰일이다. 고작 아기 안는 정도로 팔이 비대칭이 되겠느냐 하시는 분은 3kg짜리 아령을 하루에 100g씩 증량해가며 한 15kg이 될 때까지 매일 한쪽 팔로만 몇 시간씩 들고 있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래도 묵묵히 혼자 애들을 들고 있느라 고생해준 왼팔 덕분에 아이를 놓치는 적도 없었고 오른팔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다섯 살이고 17kg이나 되는 첫째는 더 이상 안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가끔 목마를 태우면 목 근육에 쥐가 날 것 같긴 하지만 다행히 왼팔만(사실 한 팔로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무겁다)으로 들 일은 거의 없다.


둘째는 아직 3.8kg이다. 왼손잡이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오른팔로 안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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