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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31. 2022

아들의 여사친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8일째 

7월 31일(일) 추적추적 비  


오늘은 아들과 아들 여사친과 그녀의 엄마와 나의 더블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접선 시간은 아침 10시. 꽤 이른 시간이고 우린 늦잠을 잤지만, 최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군소리 없이 준비하는 우리 아들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어차피 택시를 불러 타기로 했으니 상관없으나, 그래도 꽤나 성가시다.  


아들이 돌도 지나기 전, 9개월 무렵부터 가정어린이집에 보냈었다. 복직을 하기 위해 어린이집은 필수였고 적절한 선택이었다. 아마 난 가정보육을 하더라도 어린이집은 돌 무렵부터 보낼 것 같다. 그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친구가 아직까지 아들의 최애 친구이자 여사친이다. (아직 여친이라기엔 부담스럽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두 살부터 네 살까지, 지금 같은 유치원 같은 반에 다니니 꼬박 4년을 붙어 다닌 친구다. 그래서일까. 그 둘은 유독 서로를 좋아한다. 성별이 달라 이 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정말 애틋하고 가끔은 눈꼴실 정도다. 예를 들면 내 손을 뿌리치고 여사친의 손을 잡겠다고 할 때나,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해서 듣고 있음 "엄마는 듣지 마. oo 이한테 말하는 거야"라고 할 때...?  


오늘도 둘이 같이 쿠킹클래스를 하고, 째깍섬에 들러 도시농부 체험까지 했다. 어떤 체험, 놀이를 하든 서로를 챙기고 손을 잡고 리액션을 해주고 깔깔대고 좋아한다. 같은 눈높이라 그런가, 부모라면 절대 리액션하기 어려운 그런 아무 말 대잔치에도 경청하고 웃어주는 모습이 귀엽고 보기 좋다. 어쩔 땐 엄마보다 그 친구를 더 챙기고 위하는 것 같아 '역시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도록 미리부터 엄마를 조기교육 시키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뭣보다 최애 친구의 엄마가 나랑 잘 맞아서 더더욱 자주 만나게 된다. 둘이 토요일부터 같은 영어 사교육을 듣기도 하고... 여러모로 환경적으로도 성향적으로도 잘 맞는 두 친구. 이 우정이 오래오래 가길 바란다. 단순히 나이가 들고, 성별이 다르다고 어색해하면서 나중에 인사조차 안 하는 사이가 되지 않길 바란다. 둘의 순수한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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