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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02. 2022

육퇴와 교대근무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40일째

8월 2일 화요일 수시로 비 옴


매일 오늘만 같아도 할만하겠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만큼 오늘은 둘째가 집에 합류한 이래로 가장 수월하고 여유로운 하루였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많겠지만 핵심 개념만 요약한다면 불확실성과 연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불확실성이다. 애들은 일단 어른처럼 정해진 규칙과 틀 안에서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 어릴수록 더하다. 물론 자랄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통제력이 점점 약해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5세 아들과, 아직 밤낮도 구별 못하는 29일 된 신생아의 돌발상황에 항상 전투준비태세를 갖춘 5분 대기조가 되어야 한다.


다음은 연속성이다. 육아는 끝이 없다. 일은 적어도 출근하면 퇴근을 하고, 밤을 새우는 프로젝트를 라도 어느 시점엔 끝나기 마련이다. 물론 나는 캥거루족이  생각은 없으니 아이가 성인이 되면 육아가 끝난다고  수도 있겠다. 아직 20년이 남았다.


그래도 애가 한 명일 때는 육퇴라는 게 있긴 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일찍 자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는 시간이 곧 퇴근시간이다. 보통 첫째를 9-10시에 재우고 아내와 밤에 술도 한잔 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 편집도 하곤 했다. 간혹 아이가 잠을 잘 안 자서 재우자마자 어른 취침시간이 되어버리는 날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지금 와서 보면 배부른 소리였다. 지금은 육퇴라는 것이 없다. 첫째가 잠들면 둘째가 깨어나고, 밤사이 교대로 새벽 수유를 하다가 보면 어느새 첫째 기상시간이 된다.


이런 무리한 여건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교대근무를 해주는 든든한 동지인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오늘처럼 아이들이 한 번에 한 명만 손이 가게끔 서로 안정적인 바통터치가 이루어지면 교대근무는 훨씬 수월해진다.


둘째의 새벽 수유 텀이 4시간 가까이 늘어난 덕분에 오늘 새벽 수유는 내가 혼자 할 수 있었다. 내가 두 번의 수유 후 둘째와 아침잠을 더 자는 사이, 아내는 일어난 첫째의 아침식사와 등원을 담당했다. 첫째가 등원하자마자 둘째가 일어났지만 어른이 둘에 아이가 하나면 문제없다. 교대로 돌보며 씻거나 아침을 먹고, 분리수거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도 처리했다.


이런 바통터치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오후 내내 눈을 크게 뜨고 좀체 깊은 잠을 자지 않던 둘째는 오빠가 하원할 4시쯤부터 갑자기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저녁식사 시간 즈음 잠시 깼지만 분유를 먹이니까 또 곤히 잠에 든다. 저녁 내내 첫째는 마치 동생이 없었을 때처럼 엄마 아빠와 간식을 먹고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첫째가 꿈나라로 간 것은 9시쯤. 둘째가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얘는 요즘 2-3시간을 놀고 긴 잠을 자는 사이클이 잡히고 있다. 지금 깨면 12시에 자고 중간에 한두 번 분유를 타 주면 아침까지 잘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 말했듯 육아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오는 새벽도 과연 예상대로 성공적인 교대근무가 될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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