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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01. 2022

엄마도 방학이 필요해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9일째 

8월 1일(월) 비온다며 


유치원 개학날이다. 우리 부부가 기다려왔던 날이다. 첫째 등원 후, 오전에 둘 다 조금씩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첫째와 함께 있을 때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조금 예민한 우리 아들내미는 어떨 땐 순하고 영특하지만, 못지않게 까탈스러운 기질도 갖고 있다. 그리고 아들 특유의 정신없음을 장착했다. 그래서 한 말을 또다시 반복하거나 기싸움을 하거나, 매일 같은 상황에서 울고 불고 하는 적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친다.


지난 일주일 간은 그런 아이와의 고군분투 속에서도 동생이 태어난 환경 속에서 이미 좌절감을 겪고 있을 첫째를 배려해 최대한 아이 기분을 이해하고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나도 참았던 적이 많다. 남편도 나도 자연스럽게 네다섯 시간씩 첫째를 전담마크한 뒤엔 자연스럽게 역할을 교대하게 된다. 적어도 신생아는 몸은 힘들게 해도 부모 마음까지 '번아웃'시키진 않는다. 아직은-


첫째가 개학을 했다고 부모가 개학을 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태어난 지 28일 차를 맞이한 신생아 딸이 있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 중이라 혼자서 아이 여럿을 케어하는 엄마들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나는 사실 좀 쉬고 싶다. 풀타임 워킹맘으로 둘째를 임신한 지난 10개월 간, 그리고 두 번째 자연분만 후 지금까지 제대로 쉬었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조리원에서의 2주는 유축과 수유에 씨름할 때니 '조캉스'를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나만의 시간은 아니다.


이제 신생아를 갓 벗어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바람을 갖는 게 조금 무리수라는 걸 안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고 내 선택의 책임은 내가 진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그 아이를 돌보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에 맹세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다. '을'인 나는 '갑'인 아이의 안전과 보육, 정서함양의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단하고 거창한 나만의 시간까진 아니더라도 소박한 나만의 자유, 스트레스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나만의 것이 어렵다면 우리 가족 만의 것이라도 찾아야 한다. 발리 여행이 어렵다면 애 둘 데리고 제주도라도, 도쿄 온천 여행이 어렵다면 온양 온천이라도 가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4인 가족의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각자 조금씩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면 우리도 제대로 된 여행 한 번쯤은 할 수 있겠지. 조리원에서부터 꽂혀있는 동남아에는 언제쯤 갈 수 있을까? 둘째가 지금 첫째 나이 정도까지 크면 해볼 만할 것 같은데. 아니, 이유식이랑 기저귀 떼고 짐 좀 줄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담 2023년은 어렵겠고, 2024년쯤엔 가능할지도?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4인 가족의 발리 여행을 상상하는 내 머릿속은 철저히 4인 가족 시스템에 맞춰 리뉴얼된 상태인가 보다. 이미 난 한 남자와의 결혼과 두 번의 출산이라는 선택들을 했는데, 다시 싱글일 때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겠다는 건 문어발 식의 욕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내 상황에 맞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들을 우리 가족 안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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