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이 뭔가요?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42일째

by 디내누

8월 4일(목) 덥고 맑은 듯


첫째를 낳은 뒤에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것 같다. 조리원에서 매일 울었다. 수유도 어렵고 유축도 힘들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고, 엄마에게 요구되는 것은 많았다. 그리고 난 엄마 소질이 없었다. 다 서투르고 잘 안됐고, 그 과정을 견딜 악도 깡도 의지도 없었다.


둘째를 낳은 뒤엔 산후우울증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은 있는 건가 싶다. 지금 내 감정이 이성적인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어제부터 단유를 했는데 하루에 한두 번 먹이던 초라한 내 모유지만 막상 끊고 나니 가슴이 엄청나게 시리고 아프다.


게다가 첫째는 등원 버스를 타며 온갖 생떼를 다 부리고 유치원 버스를 떠나지도 못하게 붙잡고 타지는 않고 엄마를 석고대죄하게 만들며, 온갖 동네 사람들의 혀를 차게 했다. (이유를 따져보면 엄마 과실이지만 굳이 꼭 그래야만 속이 후련했냐 이 자식아!!!)


오늘따라 호르몬 이상인지 엄청나게 화가 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나는 폭발해 버렸다. 하루 엉망으로 만들기라도 할 태세인 양 울고 불고 누워 있자니 남편이 계속 내 가슴이 걱정되는지 다가와 마사지를 해주며 말한다.


"근데 비타민 D 잘 먹고 있어? 그거 잘 안 먹으면 산후우울증이 온다던데...."


마사지하는 남편에게 한차례 더 온갖 분노의 감정을 쏟아부었다. 한편으론 또 생각한다.

진짜 산후우울증인가?


그렇게 열심히 수유하며 애 잘 먹는다고 좋아할 때가 불과 이 주 전인데, 애도 좋아하고 잘 나오는 모유를 끊는다고 단유차를 마시며 단유로 인한 젖몸살을 앓고 있자니 자괴감이 든다. 그렇지만 모유수유도 혼합수유도 잘할 자신이 없다. 아이는 세 시간 텀으로 분유를 꼬박꼬박 잘 먹어준다.


조리원에서부터 내 육아일기의 5할이 첫째 이야기, 4할은 '가슴'인 것 같다. 이게 다 '가슴' 때문이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장담할 수 있다. 아마 산후우울증의 90%는 다 이놈의 모유수유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우리 집 냉장고 문짝에는 샴페인 한 병이 있다. 휴직 전 회사 상사분이 선물로 준 것이다. 나중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으라면서. 그 샴페인 때문에 단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안정적으로 나의 육아생활이 '가슴 통증' 없이 잡힌다면 그 샴페인을 딸 거다. 내 자신에게 바치는 건배사를 마구 던질 거다.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도 기분이 꿀꿀한 게 단유 때문인지. 정말 산후우울증인 건지. 그냥 오늘 하루 일진이 사나운 건지. 이 감정을 싸잡아 '산후우울증'으로 퉁 치면 왠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모두 다 호르몬 탓으로 돌릴 수 있으니 그냥 그렇다 말하고 싶은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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