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종료시합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47일째

by 디내누

8월 9일(화) 계속 비


우리 집 가훈은 '포기하면 종료시합'이다. 맞다. 슬램덩크의 그 명대사. 첫째가 세네 살 때쯤인가? 남편이 몇 번 첫째에게 주입식으로 "포기하면 시합종료야,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마" 하고 말했는데, 그 뒤 첫째에게 "포기하면 뭐라고?" 물었더니 첫째가 진지하게 "포기하면 '종료시합'이야"라고 말해서 그렇게 우리 집 가훈이 됐다.


나는 이 가훈이 썩 마음에 든다. 삼십 대에 얻게 된 교훈이 있다. 뭐든 하다 보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는 것. 꼭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지언정 뭔가는 된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하면 뭐라도 이뤄낼 수 있다. 쉽게 말해 "까라면 깐다, 하면 된다"는 거다.


육아도 그렇다. 우리는 남편과 내가 둘이 휴직하여 부부가 함께 매일 두 명의 아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게 당연한 게 아니다. 대부분의 집은 둘째를 낳으면 애 둘을 동시에 엄마나 아빠가 혼자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게 고생이라면 고생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분명 얻는 교훈도 있을 거고 하다 보면 노하우도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육아를 위해 둘 다 함께 집에 있지만, 부득이하게 애 둘을 한 명이 동시에 보게 되는 상황도 우리나 아이들이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제는 남편이, 오늘은 내가 그렇게 해봤는데 해볼 만했다. 비록 첫째가 놀아달라고 떼를 쓰고 둘째는 안아달라고 동시에 울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 과정에서 첫째에겐 '물건 가져다주고 엄마 도와주기', '하던 놀이를 잠시 멈추고 엄마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며 혼자 놀기'를 배우게 할 수 있었다. 둘째에겐 '엄마가 오빠랑 노는 거 실시간 직관', '울면서 조금 기다려보기' 등을 배우게 할 수 있었다.


만일 이걸 매일 긴 시간 혼자 해야한다면 첫째, 둘째와 함께 나도 같이 엉엉 울고싶을 수 있겠지만, 그 또한 해낼 수 있으리라. 모든 일은 '포기하면 종료시합'이고 힘든 순간을 견디면 얻는 게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우리도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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