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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치 Nov 27. 2023


실질적으로 암환자에게 필요한 제도

산정특례, 간병보험.

엄마가 암진단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산정특례 등록이었다. 

실비가 없는 엄마가 병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되고, 앞으로도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야하는 상황이 예상되자 병원비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위험 대비에 철저한 사람이라 노후 준비는 문제없이 해 놓으셨지만 이 상황에서 

'엄마 돈으로 엄마 병원비를 내셔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매달 얼마 간의 돈을 몇 년 동안 공동 통장에 저축하고 있었다. 

그동안 큰 돈을 쓸 일이 생기지 않아 당장의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앞으로 병원비가 얼마가 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산정특례!

산정특례를 받으면 5년간 본인부담금이 5%라니!

엄마가 암에 걸리기 전엔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의사는 병명이 나오자 산정특례 신청서를 써주었고, 어려운 절차없이 병원 안에서 처리가 가능했다. 

담당자가 처리를 하는 동안 산정특례 안내문을 쭉 읽어보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병들이 있다니.

암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병의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내가, 아니 사람들이 이 많은 병들 중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죽을 수 있을까?

익숙한 병뿐만 아니라 이름도 생소한 많은 병들이 쭈욱 나열이 되어 있는데 마치 촘촘한 그물망과 같아서 나는 그 망을 잘 빠져나와 안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절차는 금방 끝났고, 엄마는 바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퇴원 수속을 하고 영수증을 보니 어떤 진료비에는 '1300원'이 찍혀있었다.

1300원이라니!!

우리 나라 좋은 나라 만세만세 만만세!

병원비에 겁먹고 있었는데 본인부담금 5%의 위력이 우리 가족을 모두 안심하게 했다. 


실비가 없었던 엄마가 7,8년 전부터 들고 있었던 보험 2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치매 등 뇌질환에 대한 보험과 암보험이었다. 

특히 이 암보험에는 엄마가 희귀암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특약이 추가되어 있었는데 마침 엄마가 진단받은 병명이 희귀암에 속해서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때는 몇 천원만 더 내면 암의 범위가 넓어지니 엄마도 별 생각없이 특약을 추가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훗날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

엄마의 투병이라는 큰 시련속에서 경제적인 부담감을 내려놓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제도와 뜻하지 않은 보험금에 우리는 안도했다. 


그리고 엄마의 투병으로 아빠는 갖고 계시던 보험약관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셨다. 

아빠가 갖고 계신 보험 중에 간병 보험이 있었는데 이제까지 그 보험이 간병인을 고용하는데 금액을 지원해주는 보험인 줄 아셨나보다. 

실제로 약관을 자세히 보니 엄마의 경우처럼 진단을 받을 경우 진단금을 주고 계약이 끝나는 보험이었다. 

엄마가 병원에 계신 동안 주위 환자들을 보니 거동이 불편하신 경우 가족보다는 간병인을 많이 쓰셨다. 

주로 조선족들이 많았는데 좋은 간병인을 만나기도 힘들 뿐더러 하루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며, 보통 2,3일 정도 쓰는 경우에는 구하기도 힘들었다. 

우리도 중간에 간병인을 써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상황이 왔었는데 엄마가 암진단을 늦게 받기도 했고, 엄마가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궁금한 것들을 직접 가족이 물어보고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어찌어찌 버텨왔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들이 모두 직장을 가야하는데 간병인을 써야 하는 상황일 때, 간병보험이 정말 유용했겠다 싶었다. 

이후, 아빠는 갖고 계시던 보험을 해약하고(아까운 위약금...) 간병인을 지원해주고, 간병비도 지원해주는 보험을 새로 가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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