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톱이 까매지고, 손끝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진대요.
손끝도 차갑고 혈액순환도 안된다고 하네요. 신경과는 27일에 가는 걸로 되어 있는데 일찍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동생이 가족 카톡방에 글을 남겼다.
며칠 전부터 손끝이 저리다고 하더니 점점 상태가 심각해 지나보다.
아직 엄마는 발까지는 괜찮은데 항암 부작용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손톱, 발톱이 까매지는 경우가 꽤 많은 모양이다.
예약되어 있던 진료를 최대한 당겨보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손끝저림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부터 엄마는 말이 더 어눌해지고 균형감각에도 더 이상이 생기고 있었다.
제발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랐건만 우리는 안도할 새 없이 시도때도 없이 비상사태를 만나게 됐다.
"언니, 우리 엄마가 손끝이 까매지고 저리다고 하는데 혹시 언니도 항암할 때 그랬어?"
간암투병을 했던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러진 않았는데 많은 항암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손발저림 나타나더라고. 발저림 나타나는 사람 중에는 발이 너무 찌릿찌릿해서 잘 못 걷는 사람도 봤어. 그런데 항암 끝나고 약이 몸에서 좀 빠지면 다시 돌아오는 경우 많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다행히 며칠 후 혈액종양내과에서 손발저림에 대한 약 처방을 받았고 다음 항암주사부터는 손발저림 예방하는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의사가 흔히 있는 증상이라고 하니 나는 '흔하다'라는 말로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컨디션이 안 좋으니 더 우울해했다.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도 늘어나니 점점 더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식사도 한 끼를 겨우겨우 드셨고, 그마저도 먹기 너무 힘든 날에는 엔커버로 때우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들은 속이 바싹바싹 탔다.
잘 드셔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우리들도 그 얘기를 듣는 엄마도 서로 날카로워져있었다.
지금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하지 못하고 있으니 호전되는 속도가 더딜수밖에.
밥 맛이 하나도 없고 밥을 먹으면 속이 얹힌다는 엄마.
아무리 속시끄러워도 밥이 넘어가고 소화도 잘되는 나.
한끼만 먹고 어떻게 살수가 있나. 이렇게 그냥 내버려둬도 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엄마 손톱이 점점 까맣게 물들어져간다.
발톱도 점점 까매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엄마를 위해 손마사지기를 샀다.
얼른 이 겨울이 지나고 항암도 끝이 나고 엄마의 정갈한 손톱 발톱이 제대로 돌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