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암이 끝나고 2주 뒤 주말 엄마 집으로 갔다.
친척 어르신은 주말에는 댁으로 가셔서 쉬기로 하셨고, 그 다음주 다시 엄마 집으로 들어오기로 하셨었다.
2주만에 본 엄마는 입술이 다 부르트고 눈빛은 공허했으며 여전히 수척했다.
그리고 나만 남게 되자 그동안 집에 와서 있었던 일들, 엄마의 감정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OO엄마한테 그동안 일당 계산해서 집에 갈 때 줬어. 다음주에 보자고 말하지도 않고, 그냥 고생했다고만 했어. 도저히 같이 못 있겠어..."
끼니는 얼마나 잘 챙겨먹는 줄 아니?
감기 걸렸다고 아프다고 기침하며 골골대는데 네 할아버지 생각나서 아주 내가 괴롭다.
자기 몸은 얼마나 잘 챙기는지.
아프면 내가 더 아팠지, 자기가 더 아프겠니.
집안 살림도 내가 하는 방식이 있는데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고 내가 빨리 낫던지 해야지.
내가 혼자 화장실도 가고 다 하는데 도와줄 게 뭐 있다고, 그냥 이제 나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나는 머리가 어질했다.
그동안 엄마랑 통화할 때, 식사도 잘 챙겨드신다고 했고 괜찮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줌마(우린 친척어른을 이렇게 불렀다)가 가시자마자 엄마가 오늘을 진짜 기다렸다며, 너희들 생각해서 참고 참았는데 이제 안되겠다고 하시는데 나는 잠시 멍해졌다.
나는 엄마가 분명히 힘들어할 거란 걸 알면서도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로 그래주기를 바랐다.
우리 가족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안을 엄마도 받아들여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엄마가 그동안의 불만을 쏟아냈을 때, 나는 솔직히 감정을 공감하기 보다 앞으로 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두 달간 우리 가족을 헤집어 놓은 그동안의 상황이 너무 고단해 잠시 쉬고 싶었는데, '네가 지금 쉴 틈이 어딨어? 다시 달려!' 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엄마 스스로 식사를 챙길 수도 없고, 항암 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엄마를 혼자 있게 할 수는 없었다.
2차 항암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엄마, 우리 집에 가자. 낮에는 OO(동생)이 오고, 저녁에 내가 퇴근하면 집에 가라고 하고. 그렇게 일주일 있다가 항암치료 받으러 가요."
처음에 엄마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내 집에 있는게 마음이 편하고 익숙한 곳이니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엄마, 그건 안돼. 그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큰일나. 밤새 열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거야. 열나면 의사가 응급실에 와야 한다고 했는데. 식사는 또 어떻게 하려고. 말도 안되는 얘기야."
"........"
"일단 항암 받을때까지 있고, 그 이후에 엄마가 그래도 집이 편하다 그러면 대책을 세워보자."
그날 저녁, 나와 남편은 집에 깔려 있던 매트를 걷어내고 나는 급하게 중고마켓에서 워커랑 변기 손잡이를 구해왔다.
엄마가 안방 침대를 써야해서 아이와 남편은 책방에 매트리스를 깔아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