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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Sep 18. 2018

[중국 대륙 여행(3)] 항저우 동파육 그리고 서호

천년고도 항저우에 당도하다!


전 날은 대만에서 홍콩 찍고 상해로 이동한 후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강행군 속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본격적인 중국 여행이 시작될 거란 기대에 부지런히 짐을 정리해서 상해 기차역으로 이동~

호텔 조식이 딱히 별 게 없어 보여 조식비를 내지 않고 그냥 난징동루의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기로...
상해는 평소와 다름 없는 출근일이었기 때문에 회사 출근 전에 아침을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매장은 엄청 북적였다.

기술에서 앞서가는 중국 답게 맥도날드 주문도 키오스크에서... (물론 점원을 통해 할 수도 있지만)
한국도 몇몇 매장은 이런식으로 무인 주문을 받기도 하는데 역시나 카드 결제가 아닌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를 이용해서 쉽게 결제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하면서도) 핀테크가 중국인들의 삶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짐을 끌고 상해 홍차오 기차역으로~
어마어마한 중국 대륙에서도 베이징과 상해는 가장 큰 두 도시인만큼 기차역의 스케일도 남 달랐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질만큼 거대해서 이러다 길 잃지 않겠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화장실 찾아가다가 원래 있던 매표소를 바로 찾지 못해 당황했던 기억이...)



















얼마나 크면 기차역 안에 카트도 있었다 ㅎㅎㅎ










항저우까지 가는 고속철 티켓 2장을 끊고 시간이 좀 남아 스벅에서 중국에서만 파는 메뉴를 시켜 보았다..










꽤나 느긋하게 생각하고 열차 출발 20분 전쯤 승강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이게 왠 걸... 탑승객의 수가 어마어마해서 개찰구 통과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개찰구를 지나가는 건 그 다음 문제이고, 각 게이트 앞 개찰구까지 가려면 그 전에 짐에 대한 검문검색을 (지하철역에서와 같이) 거쳐야 했던 것...

이때부터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 
친구 녀석은 끄는 캐리어를 나는 매는 가방을 가지고 와서 내 가방을 캐리어 위에 얹어 그걸 내가 끌었다. (내 짐 얹은 걸 친구한테 끌라고 하기 뭐해서...)
게다가 친구 와이파이가 안 터져서 내 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열차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 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에 가야 하는데 내 앞에 펼쳐진 광경...
이 인파를 짐을 끌면서 통과해 늦지 않게 게이트에 가야 한다!! (무슨 게임 미션이라도 된 듯...ㅎ)
어찌저찌 캐리어 끌고 빠른 걸음으로 이 인파를 뚫어 개찰구 앞까지 갔는데...아뿔싸! 내 티켓이 없다;;










보니까 여권, 돈 등 중요 물건이 다 들어있는 내 sack을 검색대에서 검색을 마치고 안 가지고 온 것;;
친구 녀석은 이미 개찰구를 통과한 뒤였다... 짐을 보라고 하고 냅다 뛰어서 다시 검색대로 갔다..
열차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도 있었지만 그 가방 못 찾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되면 여행 2일차부터 나의 여행은 제대로 꼬일게 불보듯 뻔한 상황... (중국에서 여권 잃어버리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ㅠ)

헐레벌떡 뛰어갔더니 다행히 공안이 가방을 보관하고 있었다... 휴~ ㅠㅠ
게다가 아무한테나 가방을 넘기지 않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하고 신분증 내용까지도 꼼꼼하게 체크를 한 뒤 물건을 넘겨줬다.
사건사고가 많은 중국인만큼 이런 면에서는 또 철저하게 검문검사하는 게 참 다행이기도 했고 그게 또 안전을 보장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작은 불편함에 대한 감수가 이렇게 감사로 돌아오기도 하는 법이다..

여튼 열차도 아슬아슬하게 탈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벌어지는동안 멀뚱멀뚱 서 있던 친구 녀석은 열차에서도 먼저 좌석을 찾아 혼자 앉아 있었는데 이 모든 걸 겪고 나니 짜증이 날 데까지 난 나는 친구에게 금방이라도 욕을 뱉어낼 거 같아 그냥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뜩이나 여행 호텔 예약부터 현지 안내 등 대부분을 담당했는데 참 이런 일 생길 때 옆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게 좀 어이 없고 괴씸해서 였을까?!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여러 해프닝들이 생기기 때문에 정말 궁합이 좋지 않으면 참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ㅠ

고속철을 타니 언제 그런 해프닝이 있었냐는 듯 어지러웠던 기차역과는 달리 평온했고 나도 곧 진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중국 고속철도 KTX와 큰 차이는 안 느껴졌다. 가격대가 좀 나가는 열차여서 그런지 10년 전 타면서 봤던 좌석 밑에서 신문지 깔고 자는 사람이라든지, 해바라기 씨를 바닥에 뱉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스마트폰 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스마트폰 등장이래 세상의 많은 모습들이 바뀌었다.)

상해 도심을 벗어나 항저우로 향하는 교외는 논밭이 펼쳐진 시골의 풍경이었다.






1시간 정도 가니 항저우동역에 도착~!











중국에서는 티켓에도 신분증(여권)번호와 이름까지 찍힌다...ㄷㄷㄷ (사진에서는 모자이크 처리)
이렇게 보안을 강화하니 적어도 테러 수준의 불미스러운 사고는 없는 모양이다... 
(물론 SNS상에서도 보듯 일반인들간의 낯뜨거운 해프닝들은 종종 있지만..)










항저우동역도 상해 홍차오역만큼이나 넓었다..










이 때부터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는데...
중국 대도시들은 어딜 가나 중국 각지에서 오는 방문객들로 티켓을 사려면 이렇게 긴 줄을 서야 한다 ㅠ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정기권 내지는 교통카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생각되는데... 천하의 서비스 강국인 중국도 아직 모바일 하나만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는 없는 모양인듯 했다.










그렇게 20분인가 줄을 서서 편도 티켓을 겨우 끊었다...










항저우에는 지하철 노선이 3개가 있었는데 대만 타이베이의 커피색 원후셴(文湖線) MRT와 크기가 비슷했다.
이렇게만 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대만인지 잘 분간이 안 된다.










일단 예약해둔 호텔이 위치한 항저우 서호 근처 번화가인 딩안루(定安路)역에서 하차한 뒤 땡볕을 10분 걸어 호텔에 도착...
오늘 오후에 황산으로 바로 출발하고 체크인은 사실 내일 이었기에 일단 필요 없는 짐들만 먼저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당장 출발해야 할 황산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나름 여기저기 블로그도 찾아보긴 했지만 아직도 어디서 어떻게 출발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막막했기 때문;;
그래도 나름 중국 5성급(이라 쓰고 3성급이라 읽음)이어서 그런지 점원들이 친절하게 알아봐 주었다.
항저우 서역(杭州西站) 버스터미널에서 황산경구(黃山景區)로 가면 된다고 했고 시간은 6시 전까지 매 1시간 단위로 있는 듯 하여 우리는 오후 4시 차를 목표로 하기로 한다.










짐으로부터 해방된 우리는 남은 3시간을 점심부터 먹고 항저우의 명물인 서호도 구경하며 보내기로~
딩안루 주변은 나름 번화가여서 깔끔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서호 근처에는 커다란 몰도 있었다.

어딘가에서 눈 익은 캐릭터가 보이길래 가봤더니 라인을 쓰지 않고 위챗만 쓰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라인 캐릭터는 꽤나 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호가 나오기 직전 딩안루 끄트머리의 건물에서는 인민군 창군 90주년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서호 주변의 몰...










항저우는 뭐니뭐니해도 동파육이 유명했는데 이 집이 나름 역사도 있고 맛도 좋다고 블로그에 소개가 되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뭔가 바깥 건물부터가 역사가 좀 있는 듯 포스를 뿜뿜 뿜어내더니만
문에도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라고 중국 국내무역부에서 발급한 패를 떡하니 붙여 놓았다.
2014년에는 중국의 유명한 맛집리뷰앱인 dianping에서도 5성급 가게로 뽑혔더랬다.










막상 가게를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것이 좀 어수선한 분위기...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겐가...

알아서 항아리들이 즐비하게 세워진 난간 옆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2층은 좀 더 식당 같은 자태였다.
이 가게의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대기에 지어진 창고 같은 공간을 식당으로 개조한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천장의 노출 콘크리트 때문에 그런 듯?!)
자연 채광과 조명의 묘한 엇박자에서 섬세함이 좀 아쉬우면서도 나름 중국스러운 묘미(?)도 있었다 ㅎㅎ










우리는 창가 근처 자리를 배정 받았다.
베이징의 후통 (서울의 북촌 정도 되는 동네)에 갔을 때 자주 보던 중국식 회색 벽돌이 인상적이었다.










메뉴를 열어 보니...와... 메뉴가 엄청 많아 뭐부터 시켜야 할 지... @@
일단 별표가 많이 찍힌 녀석 위주로 둘러보기로 한다.










뒷 면에는 서호에서 가까운 가게 답게 서호 관광지도 비스무리한 게 나오는데 실제로 보면 서호에 대한 설명은 아니고 가게 선전...










날도 더우니 목도 축일 겸, 로컬 맥주인 서호맥주를 시켜보았다.
색깔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 맥주의 특징은 색이 옅고 맛이 밍밍해서 양고기 같은 느끼한 고기와 잘 어울린다. (거품도 적은 편)











잘 몰라서 대만에서 배운 중국어로 이곳 명물을 추천 받아서 시켜본다 
(항저우도 나름 중국 남방인데 내 대만 어투가 어눌했는지(?) 커뮤니케이션이 예상처럼 쉽진 않았다 ㅠㅠ)

어묵에 베이컨과 청경채가 얹어 나온 요리랑 그냥 청경채 요리 (뭔가 동파육만 시키면 채소가 없을 것 같아 주문)






그리고 이게 그 유명한 동파육...
한 사람당 하나씩 시켰는데... 동파육 많이 먹어보긴 했지만 본고장에 와서 먹는 것이어서 그럴까 엄청 부드럽고 맛있었다..
(동파육이 유명해진 유래는 서호를 둘러보며 차차 설명해 보기로 한다.)
동파육의 묘미는 돼지 껍질과 속살 그리고 비계가 적정 비율로 썰려 나와 이것 한 입에 배어 물면 그 셋의 조화,
즉 쫄깃쫄깃(껍질) 부드러우면서도(비계) 야들야들(속살)한 식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는 것!
주로 한 입 사이즈로 나오는 하얀 찐빵에 넣어 먹는다.






이건 이 지역에서 잘 잡히는 고기를 뼈째 튀겨서 나온 것이라 하는데 별 여러 개가 찍혀있는데다 매콤하다고 해서 덜컥 시켰는데 비쥬얼이 좀 빡세다...;; ㅎㅎㅎ
뼈까지 바싹 튀겨져서 그냥 우걱우걱 씹어먹을 수 있긴 했는데 뭔가 더운 여름과 잘 어울리는 메뉴는 아니었던 걸로 ㅎㅎㅎ;;;






이 식당의 명물 중 하나는 항아리째 구워 나오는 요리인듯 하였는데 둘이서 시키기엔 양이 많을 것 같아 시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까 계단 올라올 때도 그렇고 식당 내 이런 기념품 가게에서도 항아리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다시 나와서 본격적으로 항저우 시내 투어 재개!







일단 소화 운동도 하고 항저우의 하이라이트인 서호 구경을 하기 위해 호수 주변으로 향했다.
답답한 시내와는 전혀 다른 시원한 호수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항저우 도시 동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녹음이 호수 서쪽을 기준으로는 끝없이 펼쳐졌다.










호수 초입에는 옛 항저우 시가지 지도가 있었는데 한눈에도 그 규모가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907년~978년까지 5대 10국 시대에도 오월국(吳越國)의 수도가 되었고, 서호(西湖)도 그 당시 이름이 지어졌다. 10세기에는 난징과 청두와 함께 남송의 위대한 문화의 중심지였다(출처: 위키피디아)"고 하니 짐짓 이해가 된다. 
어디서 주워 듣기로는 중국 역사상 어느 시대에서나 한 번도 빠짐 없이 대도시로서 번성해 온 곳은 항저우가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한다. 즉 흥망성쇠의 기복 없이 꾸준히 요충지로서 역할을 해왔고 지금은 항저우 출신 마윈이 알리바바 본사를 항저우에 둠으로써 다시 한번 중국 테크산업의 메카로서 번창하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











또 한 가지 식겁(?)할만한 사실은 이 어마어마한 호수가 인공호수라는 것...ㄷㄷㄷ
역시 중국은 Impossible is nothing인 곳...






사진 몇 장 박고...










이건 무슨 모세가 홍해 가르는 것도 아닌데... 파노라마가 아주 묘하게 찍혔군...










어딜 배경으로 찍어도 저마다 가진 풍경이 있어 멋졌다.










특히 연꽃 너머로 보이는 고즈넉한 정자, 이를 감싸는 호수의 고요함
그리고 그 큰 호수마저도 품어 안은 산등성이...
이를 살포시 덮은 구름의 장막까지...
풍경 하나하나가 곧 시가 되고 예술로 변하는 공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연꽃 밭...













난간도 하나 없이 호수쪽으로 삐쭉 들어가 세워진 정자
자칫 사람들끼리 부딪치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물에 풍덩 빠질 것 같았다.

















돌바닥이 수면과 높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이 정도로 수면을 유지하려면 그야말로 관개시설이 옛부터 엄청 잘 되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인듯 했다.










호수 주변으로는 이런 크고 작은 물길들이 나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운치 있는 다리들이 놓여 있었다.
















서호 한 가운데에는 인공으로 조성된 섬이 있다고 하여 가보기로 했다.










저건 배일까 건물일까










이건 확실히 배...
건물을 통째로 뽑아 물 위에 띄운 듯...
밤에 이런 배 2층에서 앉아 풍악을 울리며 달빛이라도 보면서 술 한 잔 하면 기가 막힐듯한데 ㅎㅎㅎ










서호에는 저렇게 큼지막한 배와 내가 타고 갈 이런 중간 형태의 배, 그리고 4사람 정도가 탈 수 있는 쪽배가 있다.
다만 쪽배는 조금 비싸고 느리기도 해서 황산 가기전까지 시간이 한정된 우리는 이 모터 배를 타고 가기로...










자, 그럼 그 옛날 옛적, 커다란 호수 한 가운데 지은 섬인 소영주(小瀛洲)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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