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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 여행(8)] 항저우 서호 일주-백제

서호를 대표하는 2개의 제방 중 역사로는 형, 사이즈로는 동생인 백제!

by 딘닷


황산을 제외하면 이 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서호를 일주하기로 계획을 세운 날이 밝았다.
커튼을 열어 젖히니 전날까지 비로 흐렸던 항저우도 다행히 맑게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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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로 서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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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는 호수라고 해도 꽤나 큰 호수여서 그 둘레가 15km나 된다고 한다.
서울 성곽이며 둘레길이며 스토리 있는 곳을 완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서호도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자전거를 타고 돈다는 계획을 세워 보았다.

친구는 여행 둘째 날 본 서호로 만족하는 데다가 자전거도 걷기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고,
상해에 꼭 보고 싶은 미술관이 있다고 하여 상해에서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나는 기왕 항저우까지 온 김에 서호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었기에 아침 일찍 방을 나섰다.

7시에 호수공원으로 향하니 중화권에 가면 볼 수 있는 꽤나 익숙한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태극권을 하시는 노인분들...
말끔하게 하얀 옷으로 차려입은(?) 분들은 수십년간 부지런함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자태부터가 기개가 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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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동네 공원 산책하는 젊은이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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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럭의 높이가 수면과 거의 차이가 없어 대체 이 호수는 비가 와도 물이 어떻게 물이 불지 않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곧 소개하겠지만 서호에 쌓은 두 개의 제방인 백제와 소제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그 옛날 중국인들은 어찌 이런 놀라운 개수 시스템을 만들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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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사는 청설모에게 옥수수를 주고 있는 아저씨...
청설모들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사이좋게 잘 뜯어 먹더랬다 ㅎ
(그래도 살 찌지 않고 꽤나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만 의존하지는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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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적어져서 그런 것도 있겠고, 딱히 급하게 학교를 가거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지 항상 아침의 태극권은 노인 분들의 몫이다.
여유로우면서도 절도 있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좀 더 시간의 여유만 됐다면 나도 저 무리에 들어가서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여행까지 와서도 마음이 살짝 급한 걸 보면 보고 싶은 게 많은 내 욕심 탓이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중화권의 노인분들은 공원에서도 쉽게 이런 취미들을 즐기며 지내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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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 할아버지는 홀로 수련 중이었는데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절도 있는 움직임 하나하나만 보아도 저 분 인생의 엄격한 규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서호 전경이 보이는 데크의 테이블석에 앉아 또래 벗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렇게 아름답고 유서 깊은 호수가 집 근처에 있다면 정말 매일이라도 와서 조깅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너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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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한 켠에는 항일전쟁 당시 항저우에서 맹렬히 싸우다 전사한 병사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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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단체 관광객들 없이 현지인 위주로 여유로왔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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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무얼 하지 않고 벤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현대 직장인이어서 그럴까
이런 모습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 속에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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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오면 저런 쪽배를 타고 서호를 즐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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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연꽃 개화 시즌이어서 그런지 호수 주변에는 연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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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에 새겨 놓은 '항주 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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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사진을 부탁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마침 지나가시던 '좀 센스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잘 찍어주셨다!! +_+
(복장이 완전 조깅하러 온 복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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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를 타는 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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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항저우의 지방 행정관인 '통판'으로 부임(당시에는 한직으로 전출에 가까웠음)하여 소제를 축조하는 등 도시 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던 소동파.. ('소제'의 '소' 자도 소동파에서 왔다고 한다.)
백성들의 삶 개선에 힘써서 존경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다만 반대파의 모함으로 유배 생활을 가는 등 관직 생활은 여러모로 운이 없었던 모양... 떠나는 소동파를 배웅하는 백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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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은 태극권이었으면 여긴 춤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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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의 동북쪽 코너에서 바라본 동쪽 공원
(지나온 길 = 검정색 선 / 사진 찍은 방향 = 빨간색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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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짝 안 걸은 거 같은 데 여기에도 '항주서호'라고 적은 기암괴석이..
여기서 서호 산책 중이던 아주머니 4명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외국에서 온 젊은이가 사진 찍어주니 아주머니들이 꽤나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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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꽤나 근사한 찻집 내지는 식당인 걸로 보였는데 공사중인 듯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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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게 서호의 2대 제방 중 하나인 '백제(白堤)'
백제는 소제 축조보다 200년 앞선 당나라 시대 항저우 관리로 임명된 백거이(白居易)가 무너진 제방이 농사를 망치게 되자, 더 길고, 튼튼한 둑을 쌓게 하여 수원을 확보하였고 이로써 가뭄을 해갈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백거이의 이름을 따서 '백제'라고 부른다.
'소제'보다는 길이가 약 1/3 정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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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서호를 둘러싼 이름들이 사람 이름에서 따 온 것이 많다.
백제, 소제도 그렇지만 서호도 중국의 절세미인 '서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마저도 운치 있는 중국 강남식 건축양식의 건물에 들어가 있다.
저기의 맥모닝을 시키면 딴삥(蛋餅)같이 뭔가 특별한 메뉴가 나올 것만 같다 ㅎ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 새 눈에 담아갈 경치들이 더 중하기에... 단호히(?) 스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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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초입에는 정자가 하나 있어 빽빽하게 자란 연꽃 밭을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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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친절하게 백제 다리에 얽힌 일화에 대한 설명이 한글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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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위에서 바라다 본 연꽃밭과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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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자 위에서도 춤판이 벌어져 나이 드신 분들이 삼삼오오 스텝을 밟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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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그 뒤로 보이는 항저우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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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허기가 져서 어제 사두었던 소세지를 하나 먹으며 에너지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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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건너 본격적인 서호 둘레길(멋대로 이름 붙임) 투어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사실 공유 자전거를 하나 빌리고 싶었지만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그림의 떡이었다 ㅠㅠ
(공유 자전거가 워낙 많다보니 딱히 자전거를 빌려주는 대여 서비스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야말로 중국인에겐 친절한 핀테크며 공유 경제가 외국인에겐 또 다른 Chinese Wall로 다가오는 걸 실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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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호수인지 그냥 밭인지 헷갈릴 정도로 빽빽하게 자란 연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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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에 지어졌다는 보숙탑... 저기도 한 번 올라가 보았으면 좋으련만... 언덕 위에 있기도 해서...
일단은 둘레길에 집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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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특징은 제방 양 옆으로 수양버들이 심어져 있다는 점~
날씨 좋은 날에 와서 걷고 뛰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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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이 할아버지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이 분을 왜 찍었을까?
...


자세히 보면 연을 날리고 계신데 그 실력이 어마어마해서 연이 잘 안 보일 정도까지 멀리 날리신다..
게다가 연이 매와 흡사한 모양이어서 처음에는 매가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께서 조종하고 계신 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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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서호를 바라보며 백제를 걷고 있는 아주머니..
이 때가 9시였는데 햇볕으로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뻥 뚫린 경관이 시원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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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벌써 중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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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오른편으로는 거대한 연꽃 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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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다 건너면 섬 같은 곳(?)이 있는데, 여기엔 절강서호미술관, 공원 및 서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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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것이 '서호십경' (서호의 10대 절경) 중 하나인 '평호추월'인데
호수에 비친 가을 달을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근데 왜 꼭 가을 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추석 때 뜨는 보름달이 유난히도 커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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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 달 대신 해를 찍어보았다.
마치 블랙홀 같이 태양을 둘러싼 구름과 그 아래 보이는 항저우 시가지의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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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호추월 감상 포인트인 정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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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서호는 연중 내내 계절 별로 위치 별로 천의 얼굴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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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절강 서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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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보는 방향에 따라 인간이 만든 빌딩 숲이,
또는 저렇게 산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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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쉽게 접하는 이름 '중산'
손문 선생의 '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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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리이 같은 느낌이 드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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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공원 내에는 아프리카BJ 같은 왕훙이 뭔가를 찍고 있었다.
청나라 모자를 쓰고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떤 라이브 컨텐츠를 찍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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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끝에는 언덕을 오르는 산책길이 있었는데...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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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봤던 다소 호화로워 보이는 유람선.
저기서 연회를 하며 바라보는 서호는 또 특별할 거 같다~
배 모양도 운치 있게 저런 지붕을 올렸다...중국 사람들도 풍류를 좀 아나 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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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사자상과 어울리는 포즈를 잡고 있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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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게 곧 도전하게 될 '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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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옆으로 뻗어 자랐는데도 용케 쓰러지지 않고 있는 나무가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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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섬을 빠져 나와 코너를 돌면 '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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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는 서호의 가장 긴 제방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항저우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했다~
그에 비하면 '백제'(에게는 미안하지만)는 그냥 애피타이저 정도..ㅎㅎㅎ

그럼 다음 에피소드,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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