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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Oct 28. 2018

[중국 대륙 여행(8)] 항저우 서호 일주-백제

서호를 대표하는 2개의 제방 중 역사로는 형, 사이즈로는 동생인 백제!


황산을 제외하면 이 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서호를 일주하기로 계획을 세운 날이 밝았다.
커튼을 열어 젖히니 전날까지 비로 흐렸던 항저우도 다행히 맑게 개었다~!
















창 너머로 서호가 보인다.










서호는 호수라고 해도 꽤나 큰 호수여서 그 둘레가 15km나 된다고 한다.
서울 성곽이며 둘레길이며 스토리 있는 곳을 완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서호도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자전거를 타고 돈다는 계획을 세워 보았다.

친구는 여행 둘째 날 본 서호로 만족하는 데다가 자전거도 걷기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고,
상해에 꼭 보고 싶은 미술관이 있다고 하여 상해에서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나는 기왕 항저우까지 온 김에 서호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었기에 아침 일찍 방을 나섰다.

7시에 호수공원으로 향하니 중화권에 가면 볼 수 있는 꽤나 익숙한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태극권을 하시는 노인분들...
말끔하게 하얀 옷으로 차려입은(?) 분들은 수십년간 부지런함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자태부터가 기개가 넘쳐 보였다.










나는 그냥 동네 공원 산책하는 젊은이 모드...










보도블럭의 높이가 수면과 거의 차이가 없어 대체 이 호수는 비가 와도 물이 어떻게 물이 불지 않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곧 소개하겠지만 서호에 쌓은 두 개의 제방인 백제와 소제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그 옛날 중국인들은 어찌 이런 놀라운 개수 시스템을 만들었을지...










공원에 사는 청설모에게 옥수수를 주고 있는 아저씨...
청설모들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사이좋게 잘 뜯어 먹더랬다 ㅎ
(그래도 살 찌지 않고 꽤나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만 의존하지는 않나 보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적어져서 그런 것도 있겠고, 딱히 급하게 학교를 가거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지 항상 아침의 태극권은 노인 분들의 몫이다.
여유로우면서도 절도 있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좀 더 시간의 여유만 됐다면 나도 저 무리에 들어가서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여행까지 와서도 마음이 살짝 급한 걸 보면 보고 싶은 게 많은 내 욕심 탓이겠다.

이런 면에서 보면 중화권의 노인분들은 공원에서도 쉽게 이런 취미들을 즐기며 지내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그 중 한 할아버지는 홀로 수련 중이었는데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절도 있는 움직임 하나하나만 보아도 저 분 인생의 엄격한 규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서호 전경이 보이는 데크의 테이블석에 앉아 또래 벗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렇게 아름답고 유서 깊은 호수가 집 근처에 있다면 정말 매일이라도 와서 조깅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너무 좋을 것 같다.



















공원 한 켠에는 항일전쟁 당시 항저우에서 맹렬히 싸우다 전사한 병사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단체 관광객들 없이 현지인 위주로 여유로왔던 공원..










바쁘게 무얼 하지 않고 벤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현대 직장인이어서 그럴까
이런 모습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 속에 담게 된다.










다음에 오면 저런 쪽배를 타고 서호를 즐겨 보고 싶다.










마침 연꽃 개화 시즌이어서 그런지 호수 주변에는 연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기암괴석에 새겨 놓은 '항주 서호'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사진을 부탁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마침 지나가시던 '좀 센스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잘 찍어주셨다!! +_+
(복장이 완전 조깅하러 온 복장 ㅎㅎ)










쪽배를 타는 나루터.













북송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항저우의 지방 행정관인 '통판'으로 부임(당시에는 한직으로 전출에 가까웠음)하여 소제를 축조하는 등 도시 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던 소동파.. ('소제'의 '소' 자도 소동파에서 왔다고 한다.)
백성들의 삶 개선에 힘써서 존경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다만 반대파의 모함으로 유배 생활을 가는 등 관직 생활은 여러모로 운이 없었던 모양... 떠나는 소동파를 배웅하는 백성들..










저쪽은 태극권이었으면 여긴 춤판...ㅎㅎ










서호의 동북쪽 코너에서 바라본 동쪽 공원
(지나온 길 = 검정색 선 / 사진 찍은 방향 = 빨간색 화살표)



















몇 발짝 안 걸은 거 같은 데 여기에도 '항주서호'라고 적은 기암괴석이..
여기서 서호 산책 중이던 아주머니 4명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외국에서 온 젊은이가 사진 찍어주니 아주머니들이 꽤나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ㅎㅎㅎ










저 멀리 꽤나 근사한 찻집 내지는 식당인 걸로 보였는데 공사중인 듯 해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게 서호의 2대 제방 중 하나인 '백제(白堤)'
백제는 소제 축조보다 200년 앞선 당나라 시대 항저우 관리로 임명된 백거이(白居易)가 무너진 제방이 농사를 망치게 되자, 더 길고, 튼튼한 둑을 쌓게 하여 수원을 확보하였고 이로써 가뭄을 해갈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백거이의 이름을 따서 '백제'라고 부른다. 
'소제'보다는 길이가 약 1/3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서호를 둘러싼 이름들이 사람 이름에서 따 온 것이 많다.
백제, 소제도 그렇지만 서호도 중국의 절세미인 '서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마저도 운치 있는 중국 강남식 건축양식의 건물에 들어가 있다.
저기의 맥모닝을 시키면 딴삥(蛋餅)같이 뭔가 특별한 메뉴가 나올 것만 같다 ㅎ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 새 눈에 담아갈 경치들이 더 중하기에... 단호히(?) 스킵!










백제 초입에는 정자가 하나 있어 빽빽하게 자란 연꽃 밭을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다소 친절하게 백제 다리에 얽힌 일화에 대한 설명이 한글로도 있었다.










정자 위에서 바라다 본 연꽃밭과 백제

















저 정자 위에서도 춤판이 벌어져 나이 드신 분들이 삼삼오오 스텝을 밟고 계셨다.










백제와 그 뒤로 보이는 항저우 시가지













이쯤에서 허기가 져서 어제 사두었던 소세지를 하나 먹으며 에너지 보충..













백제를 건너 본격적인 서호 둘레길(멋대로 이름 붙임) 투어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사실 공유 자전거를 하나 빌리고 싶었지만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그림의 떡이었다 ㅠㅠ
(공유 자전거가 워낙 많다보니 딱히 자전거를 빌려주는 대여 서비스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야말로 중국인에겐 친절한 핀테크며 공유 경제가 외국인에겐 또 다른 Chinese Wall로 다가오는 걸 실감...ㅠ)










이게 호수인지 그냥 밭인지 헷갈릴 정도로 빽빽하게 자란 연잎들..










10세기에 지어졌다는 보숙탑... 저기도 한 번 올라가 보았으면 좋으련만... 언덕 위에 있기도 해서...
일단은 둘레길에 집중하기로 한다...













백제의 특징은 제방 양 옆으로 수양버들이 심어져 있다는 점~
날씨 좋은 날에 와서 걷고 뛰기 참 좋다~













퀴즈: 이 할아버지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이 분을 왜 찍었을까?
...


자세히 보면 연을 날리고 계신데 그 실력이 어마어마해서 연이 잘 안 보일 정도까지 멀리 날리신다..
게다가 연이 매와 흡사한 모양이어서 처음에는 매가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께서 조종하고 계신 연이었다!!










넓디넓은 서호를 바라보며 백제를 걷고 있는 아주머니..
이 때가 9시였는데 햇볕으로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뻥 뚫린 경관이 시원해서 좋았다!













해가 벌써 중천에...?!










백제의 오른편으로는 거대한 연꽃 필드...













백제를 다 건너면 섬 같은 곳(?)이 있는데, 여기엔 절강서호미술관, 공원 및 서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섬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것이 '서호십경' (서호의 10대 절경) 중 하나인 '평호추월'인데 
호수에 비친 가을 달을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근데 왜 꼭 가을 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추석 때 뜨는 보름달이 유난히도 커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ㅎㅎ)













아침이라 달 대신 해를 찍어보았다.
마치 블랙홀 같이 태양을 둘러싼 구름과 그 아래 보이는 항저우 시가지의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평호추월 감상 포인트인 정자인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서호는 연중 내내 계절 별로 위치 별로 천의 얼굴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절강 서호 미술관













서호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보는 방향에 따라 인간이 만든 빌딩 숲이, 
또는 저렇게 산이 보이기도 한다.










대만에서 쉽게 접하는 이름 '중산'
손문 선생의 '호' 때문일까...










일본의 도리이 같은 느낌이 드는 문










중산공원 내에는 아프리카BJ 같은 왕훙이 뭔가를 찍고 있었다.
청나라 모자를 쓰고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떤 라이브 컨텐츠를 찍고 있었을까~













공원의 끝에는 언덕을 오르는 산책길이 있었는데...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엊그제 봤던 다소 호화로워 보이는 유람선.
 저기서 연회를 하며 바라보는 서호는 또 특별할 거 같다~
배 모양도 운치 있게 저런 지붕을 올렸다...중국 사람들도 풍류를 좀 아나 보다 ㅎ










옆의 사자상과 어울리는 포즈를 잡고 있네 ㅎㅎㅎ










저기 보이는 게 곧 도전하게 될 '소제'













저렇게 옆으로 뻗어 자랐는데도 용케 쓰러지지 않고 있는 나무가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이제 섬을 빠져 나와 코너를 돌면 '소제'






















'소제'는 서호의 가장 긴 제방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항저우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했다~
그에 비하면 '백제'(에게는 미안하지만)는 그냥 애피타이저 정도..ㅎㅎㅎ

그럼 다음 에피소드,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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