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가 없는 일본 전통 랩이 있다면 믿겠는가?! 에도판 쇼미더머니
2019.01
도쿄에 가면 이따금씩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다들 이 나이쯤 되면 직장생활이다 결혼이다 육아다 바빠서 사실 시간 맞춰 보기가 참 쉽지 않지만,
운 좋게도 격의 없이 연락해도 곧 잘 시간을 내주는 친구들이 있다.
일본은 자주 왔다갔다 하며 나름 많이 체험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못 해 본 것들이 많다.
그 중 체험해보고 싶은 게..
라쿠고
노
카부키
스모
그 중에서 친구 녀석은 라쿠고에 관심을 가졌고 신주쿠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하여, 드디어 날을 잡은 것이다.
카부키초에서 멀지 않은 곳, 이자카야 사이에 '스에히로테이'라는 이런 라쿠고하우스(?) 있었다.
전문 설명을 곁들이면,
라쿠고(落語,らくご)는, 일본의 근세기에 생겨나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화술 기반의 예술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음악 및 의상 등의 도구 대신에, '라쿠고카'(落語家)라 불리는 사람이 부채를 들고 무대 위에 앉아, 청중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의 예술이다. 가부키나 노 등과는 달리, 라쿠고는 의상 및 도구, 음악 효과 등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부채와 손수건을 사용하여 혼자서 몸짓이나 말을 통해서 특정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결국, 쉽게 말해 '한 명의 이야기꾼의 원맨 플레이" 정도가 되겠다.
대략 일본의 (스탠드업이 아닌 싯다운) 코미디, 탈극, 오페라, 씨름 뭐 이런 것들이다.
* 그 외 궁금한 것에대해선 직접 찾아보시기 바란다 ㅎㅎ
메뉴처럼 붙어 있는 저 이름들이 여기서 공연을 하는 만담가들의 이름들이다.
오후, 저녁, 밤 시간대로 나뉘어져 있고 공연이 시작하면 본인이 원하는 때에 들어가서 아무 때나 나올 수 있다.
어른은 한 사람당 800엔
계산원이 무슨 옛날 목욕탕 느낌이다ㅎㅎ
한 시간 반동안 공연을 봤다.
일본어를 나름 한다는 나로서도 속사포로 뱉어대는 일본어를 알아듣기 굉장히 어려웠다.
흡사 무슨 일본어 듣기평가를 하는마냥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 60-70% 겨우 이해할 정도였다.
라쿠고는 일본어 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만담가들의 '농'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일본사람들과 요 몇 달 일 좀 하며 일본어가 늘었는지 중간중간 웃고 있는 나를 발견...
한 1시간반 정도를 앉아 있었는데, 라쿠고만 계속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2명이 콤비로 나와서 하는 만담(오와라이 개그), 일종의 일본 써커스 같은 코너도 있었다.
라쿠고가 어려운 나로서는 이런 보너스 코너들이 좀 더 재밌고 이해하기 쉬웠다.
특히 저 일본 '써커스'라는 게 은근히 절도와 품위를 지키면서 재미와 감탄을 유도하는 데 있어 일품이었다.
일본 전통 써커스가 궁금한 사람도 라쿠고 극장으로 와 볼 가치가 충분한(?) 이유라고 하겠다.
내부는 촬영 금지였는데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담기 위해 (죄송하지만) 도촬을 ㅎ
오래되었지만 깔끔하게 유지된 극장은 양측이 마치 서양 오페라 극장처럼 음식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박스석이고 나머진 그냥 영화관 좌석처럼 되어 있었다.
못 알아듣는 게 대부분이다보니 배의 굶주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시라도 빨리 나가서 맛나는 저녁을 먹고 싶어져 나왔다.
밖에는 밤 타임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밤 타임(9시 이후)에는 좀 더 유명한 사람들이 공연을 하는 모양이다.
친구와 극장을 나선 후 얼마 전 갔던 이자카야가 맘에 들었었는데 근처여서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저런 인생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망...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