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지기 현지 친구들과 함께 한 당일치기 여행
2019.01
이 날 보기로 한 친구는 도쿄 남쪽 카나가와현의 오다와라시에 사는 친구로 대학 시절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친구..
8-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일어난 시각이 그 때였으니...ㅠㅠ
일본에 오고 나서 너무 좋았던 것은 하늘이 시퍼럴 정도로 맑았다는 것...
(미세먼지에 허덕이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예나 지금이나 일본은 동쪽의 외딴 섬으로 떨어져 있어 혜택을 많이 보는듯... 물론 지진은 예외지만 ㅠ)
그치만 청명한 하늘에 대한 대가였는지 도쿄도 칼바람이 불며 매우 추웠다...
신주쿠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춥던지...ㅠㅠ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신주쿠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가니 1,490엔.. 거리는 서울에서 경기 남부 정도의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정오쯤 도착...
오늘 사실 구경하려고 했던 곳은 카나가와현의 북쪽인 야마나시현..
후지산이 위치한 곳으로 포도 등 과일 산지로 유명한, 다소 시골 정취가 강한 지역이다.
아침엔 구름이 별로 없었는데 점심에는 뭉개뭉개 구름이 떠다니기 시작해서 후지산 갈까 말까 하다가 질렀다~
오다와라역에서 후지산까지 고고~!
가는 길은 그야말로 시골길이었다... 사람도 차도 많지 않은 시골길을 가다가 출출하기도 했고 이 근처에 슈크림빵을 기가 막히게 한 다는 곳이 있어 들렀다. 하나에 단돈 100엔!! (근데 허겁지겁 먹어치우느라 사진은 못 찍었다 ㅠ)
가까이서 본 후지산은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짐승 그림자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평화로운데 말이다... 자연 앞에서 한 없이 겸허해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듯..)
달리고 달리니 어느덧 3시 가까이 되었다... 오다와라역에서 12시반에 출발해서 약 2시간을 달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슬슬 배가 고파왔다.
아무런 계획도 세워오지 않았지만 내 친구들은 항상 믿음직스럽게
믿고 먹을만한 식당들과 관광지를 찾아준다!
점심은 야마나시의 전통 음식인 '호우토우ほうとう'를 먹기로 했다.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는 '천하차옥天下茶屋'이라는 곳..
예전엔 이 산맥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일종의 휴게소이자 여관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산을 통과하는 터널이 생긴 이후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도 많이 끊겼는지 이 날만큼은 고요했다.
고개 넘어로 보이는 후지산과 카와구치 호수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전란 중에 지어졌으니 100년까지는 아니고 한 80-90년 됐겠다..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차를 주차해 두고 친구 부부와 기념 사진~
매번 올 때마다 가족처럼 편하게 나를 맞아주는 고마운 존재들...
특별히 뭔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후지산이 보이는 창가 자리를 잡았다...
밖에서 부는 바람이 어찌나 매섭던지 몸서리 치게 만든다..
식당 안에는 다양한 날씨와 각도에서 찍은 후지산의 사진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역시 야마나시 하면 '후지산'인가보다.
우리가 곧 먹게 될 호우토우는 한국의 칼국수 내지 수제비와 약간 비슷한 느낌의 국수..
야마나시에선 호우토우로 불리지만 사실 지역마다 비슷한 국수가 있어 각자의 명칭으로 불린다 한다.
야마나시 호우토우의 특징은
야마나시가 바다가 없는 내륙이기 때문에 해산물도 없고, (옛 에도시대에는 고기도 잘 안 먹었으므로) 고기도 없다...
그래서 뭔가 좀 빠진 듯한 심심한 맛일 거 같아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근데 이게 왠 걸... 미소와 각종 야채들로 걸죽하게 우려낸 육수의 맛에서 깊이가 느껴졌다.
그야말로 이런 추운 날 먹으면 몸과 맘이 따뜻이 데펴질 듯한 그런 고향(?)의 야사시이한 맛이었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쉽게 즐길 수 없는 사치!!
국수 한 입 먹고 후지산 바라보는 게 곧 반찬~
가게 한켠에서는 호우토우 외에도 전병을 굽고 있었다.
손님들도 거의 없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굽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3명 밖에 없는 명과 장인이시라고...
가게 곳곳에는 멋지게 찍힌 후지산 사진 엽서가 걸려 있었다.
그냥 봐도 멋지지만 이렇게 전문 사진가가 찍은 형형색색의 후지산은 믿기지 않을만큼 아름다웠다.
특히 후지산 위에 있는 은은한 빛은 오로라라도 되는 걸까?!
많은 유명인들이 다녀가며 남긴 사인들이 이 곳의 명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땐 식사시간 이후여서 그런지 매우 한산했지만...)
한 때 일본 국민 애니메이션이었던 '사자에상'의 만화가도 이곳을 다녀갔었다고...
예전엔 여인숙 정도로 쓰이던 2층이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있었는데
일본에선 꽤나 유명한 작가였던 '다사이 오사무'라는 사람이 묵고 갔었다고 한다.
'인간실격'이란 책을 쓴 분이라고 하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 같다..
2층 방 한켠에는 날씨별로 보는 후지산의 여러 모습들이 그려져 있었다 ㅎ
구름모자를 이렇게도 다양하게 바꿔 쓰다니 정말 멋쟁이 산 할어버지다...ㅎㅎㅎ
다사이 오사무가 묵었을 당시의 방을 재현해 놓았다.
어라, 식사를 하고 나오니 날씨가 급변해 있었다.
산동네라 그런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후지산과 카와구치 호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맑은 날씨에 후지산 있을 때 사진을 미리 찍어놓길 잘했다 ㅎㅎ)
사진에 잡히진 않았지만 눈까지 내렸다...;;
식당 건물 지붕 정중앙 아래 처마를 보면 벌집이 2-3개 달려 있었는데,
일본에선 집 처마에 벌집이 있으면 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야마나시가 양봉으로도 유명한 곳이어서인지 가게 안에는 꿀도 팔고 있었다. (근데 대박 놀랜 건 꿀 안에 벌 성체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 섬뜩;;)
기후현이었나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벌이 별미라고 하는데 그곳에선 벌 사시미, 벌밥 같은 걸 지어 먹기도 한다고;;;
(아마도 내륙에서 육고기 섭취가 어려우니 대용으로 곤충을 먹었던 듯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어디로 갈 지 정해야 했다.
아까 본 듯이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구름에 가려 후지산은 잘 보이지 않았다.
원래 후보지 중 하나로 생각했던 곳이 바로 이 곳!
아마 가이드북이나 일본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로 다들 한 번 쯤 봤을 법한 광경일 것이다.
아라쿠라야마 셍겐 공원 (新倉山浅間公園)
일본을 온 회수가 셀 수 없이도 많았는데 여기에 와 본 적이 없었다니!! (그러고 보면 후지산도 아직 못 올라가봤다;;)
구름이 다시 몰려와 좀 도박이 될 수도 있었지만 케이케이의 의지는 굳어 있었다!
가보자!
원래는 벚꽃이 만개한 봄이나, 단풍이 든 가을이 제격이지만...
뭐 급한대로(?) 겨울 경치라도 볼 겸 고고씽~
이곳 경치의 별미는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오는 후지산과 교토의 헤이안신궁 같은 오렌지색과 흰색으로 지어진 일본식 건축물 그리고 그 앞 꽃/단풍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일본을 한 폭에 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데 있다~
공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먼저 언덕 아래에 야생 원숭이가 출몰했다고 하여 공원 입장이 어려워지나 했었다.
원숭이를 만만하게 봤었는데 잔뜩 독이 오른 원숭이는 우리를 마치 공격할 것 같은 태세로 다가왔다.
우리와 함께 오르던 한 가족의 아이들은 원숭이가 무섭다며 엄마에게 올라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ㅎㅎ
결국 원숭이가 한 발 물러서며 우리에게 길을 터줬고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할소냐 싶은 마음으로 꿋꿋히 올라갔다~
찬 공기를 마시며 오르는 계단길... (좀 흔들렸넹?! +__+)
힘들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웅장한 자태의 후지산이 보여 시름을 잊게 해준다.
천하차옥에서 본 것처럼 구름모자를 쓴 후지산...
저 나무도 벚꽃나무 같아 보이는데 뭔가 꽃봉우리들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1월인데!?)
언덕을 오르면 아침 체조하기에 안성맞춤인듯한 공터와 그 뒤로 이 탑이 늠름하게 솟아있다...
과연 누가 여기에 이런 탑을 지을 생각을 한 걸까?! 그야말로 천재다!
탑 오른쪽 뒤로 빼꼼히 사람들 머리가 보이는데 저곳이 바로 이 탑과 후지산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다. (나름 초라하다... 그렇지만 전망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우리가 갔을 때 이미 해가 뉘역뉘역 지고 있었다...
아마도 아침에 가는 것이 아침햇살을 받은 후지산을 볼 수 있어 더 장관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사진과 현실은 다른 법... 추운 날씨 때문에 그렇게 사람들이 북적이진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멋진 사진을 위해 자리를 확보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저 옆에 오른쪽 분만 좀 없었어도 ㅠ)
나름 명암 조절 잘 하는 최신폰으로 찍었는데도..
사람을 잡으면 풍경이, 풍경을 잡으면 사람이 희생되어야 했다 ㅠ
이건 그래도 나름 밸런스가 잘 맞은듯?!
봄에 오면 저게 다 사쿠라...!!
잘 나온 3인 셀카!
다음엔 꼭 다른 계절에도 와보리라!! (그래도 구름 많이 걷혀줘서 좋았다~!)
이렇게 끝났으면 그래도 좀 심심했을 여행...
심신이 지쳤을 때, 일본에 오면 온천만한 게 또 있을까?!
그래서 야마나시현에서 유명하다는 온천으로 고고씽~~
이 지역에도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 있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는데..
이곳 온천이 유명한 건 다름 아닌 야경(!) 때문!!
심지어 신 일본의 3대 야경에, 야마나시가!! (https://ja.wikipedia.org/wiki/%E6%96%B0%E6%97%A5%E6%9C%AC%E4%B8%89%E5%A4%A7%E5%A4%9C%E6%99%AF)
%22https%3A%2F%2Fupload.wikimedia.org%2Fwikipedia%2Fcommons%2Fthumb%2F1%2F1f%2FNight_view_of_Nara_from_Wakakusayama_20141002.jpg%2F1200px-Night_view_of_Nara_from_Wakakusayama_20141002.jpg%22&type=ff500_300" 新日本三大夜景 - Wikipedia
目次 1 新日本三大夜景 2 選定方法 3 経緯 4 脚注 5 関連項目 6 外部リンク 新日本三大夜景 [ 編集 ] 山梨県笛吹川フルーツ公園 ( 山梨県 山梨市 ) [1] [2] [3] [4] 若草山 ( 奈良県 奈良市 ) [5] [4] [6] [4] 皿倉山 ( 福岡県 北九州市 八幡東区 ) [7] [4] 選定方法 [ 編集 ] 選定にあたってはまずプロジェクトメンバーで選定基準を検討し、以下の選定基準を決定した [8] 。 訪れた人が感動するような夜景であること 一定規模以上の観光地あるいは都市の近くにあること 道程がある程度整備されていること 展望施設として一般に開放され...
ja.wikipedia.org
센겐 공원에서 차로 무려 또 1시간을 운전해 들어오니 어두컴컴한 산길 위로 온천이...
이름하여 '홋타라카시 온센(ほったらかし温泉)' 원래 온천물만 나오고 버려져 있었던(ほったらかし) 곳인데 전망이 좋아 온천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고...
그렇지만 이 날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정말 일본의 추위를 너무 얕보고 너무 얇게 입고 온 나도 지못미..ㅠㅠ)
진짜 바람이 너무 매섭고 차서 부들부들...
위에는 온천탕 2곳과 음식 등을 먹을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이 있었지만...
이 날은 너무 추워서 아무도 밖에 있지 않았다는...
ㅎㅎㅎ 이름도 재밌게
'이쪽의 탕(こっちの湯)'
'저쪽의 탕(あっちの湯)'
두 곳..
주위에 불빛이 없고 고도도 높은 산 위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하늘도 맑아서인지 별이 정말 엄청 잘 보였다.
이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인게 믿겨지는가?! (무려 별들이 찍혔다!)
그리고 내려다 보이는 마을 야경...
인간이 만든 건축 야경은 도쿄와 같지 않지만 정말 왜 신 일본 3대 야경에 뽑혔는지 그 진가를 여가 없이 발휘!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찍히는 별들
춥지 않은 여름에 이곳와서 온천에 몸 좀 담궜다가 바깥에서 술에 안주 시켜서 먹으며 노가리 까면 진짜 최고일듯~
온천은 성인 800엔...
별다른 시설이 없었지만 정말 뷰 하나는 끝내줬다.
내가 일본에서 경험했던 온천 탑3 안에 들 정도로 엄청나게 독특한 체험이었다.
물 밖으로 나가면 거의 북극이었지만 오히려 뜨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구니 딱 좋았다.
위로는 별이 셀 수 없이 반짝 거리고 있었고 저 아래로는 마을의 야경이 은은하게 보인다.
그리고 눈 앞에는 갈대밭도 보인다...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찍어 담을 수 없는 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정말 강추 강추 강추다... (근데 차가 없으면 올 수 없는 게 함정..ㅠ)
산을 내려가 고후시(甲府市) '와카야츠 쇼쿠도'라는 어떤 메뉴도 다 파는 듯한 잡다하고도 소박한 정식집에서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야키니쿠에서, 사시미, 카라아게, 바사시(말육회) 등등 두서 없이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어서 맛을 좀 의심했지만,
양도 푸짐하고 맛도 대박!!
이 식당의 인상 깊었던 점은,
- 점원들이 다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
- 계산대 뒤에 달력이 한 10여개 붙어있었다는 점
- 메뉴를 다 글로 썼는데 엄청 대충써서 일본인조차도 잘 봐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는 점
이었다 ㅎ
온천하고 나와 마시는 나마비루 또한 사이꼬~~~!!! 캬~ >_<
추워서 그런지 고후시 시내에는 전반적으로 사람들도 없고 한산했다...
그리고 오다와라에 사는 친구들은 도쿄로 돌아가야 하는 나를 위해 하치오지까지 운전해서 나를 떨궈주고 다시 돌아갔다.
이 날 늦잠 자서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친구들이랑 편히 쉬려고 왔는데 예상도 않게 정말 진귀한 곳들에서
너무나 좋은 풍경과 체험을 하게 되어 좋았다.
일본 친구들과 하는 구석구석 일본 여행의 묘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