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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Feb 23. 2019

[중국 대륙여행(12)] 청하방, 성황각 그리고 상해로

옛 항저우 전성기가 살아숨쉬는 거리 그리고 마천루로의 시간여행


숙소에 체크아웃 전에 샤워를 하고 로비에서 에어콘을 쐬며 휴식을 취했다.


내려쬐는 여름 태양의 항저우 시내로 다시 나서기가 꺼려졌지만... 더 이상 마냥 지체할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오늘 저녁은 상해로 가야했다.



1시가 다 된 시각이었기 때문에 먼저 허기를 채워야 했다.


블로그 등에서 많이 소개된 '녹차식당'외에 현지에 사는 친구로부터 추천 받은 '외파가(와이포쟈)'라는 외할머니집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가보려 했으나... 보다시피 인산인해...


최소 1시간 대기라 그냥 쿨하게 포기...ㅠ







이게 체인인지라 근처 백화점 위층에 있는 곳도 한 번 가봤는데 상황이 딱히 다르지 않아...


결국 걷고 걸어 '청하방(清河坊)'에 다다랐다...


청하방은 남송 시대부터 800년 넘게 이어져온 항저우의 번화가로서 특히 찻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라고나 할까?!


현재는 항저우 상업의 중심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였다고...













전통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곳이 청화방 거리이다.


양산이라도 쓰지 않으면 뙤약볕에 금방이라도 녹아내릴것만 같은지 사람들도 죄다 그늘 주변에 몰려 있었고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는 관광객들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청하방 입구에 있는 손님을 부르는 스님인가 보다...


넉넉하게 붙은 살들 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걸 보고 멋대로 짐작해 본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렇게 커다란 한자가 보이는데, 무역의 중심지 답게 찻집, 약방이 많았다.









그 중에서 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약방...


각종 한약재들을 팔고 있었고 가게 안에는 더위를 피하러 온 듯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안은 마치 중국 영화에 나올 법했다.







빨리 요깃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다양한 약재만큼이나 식재료도 다양했는데 뭔가 도저히 비위가 약해 이것들은 못 먹을 거 같았다;;;







옛거리 곳곳에 있는 건물들은 고대와 근대의 건물들이 섞여 있었다.


원래는 무언가 항저우 스타일의 음식을 먹으려 했는데 날도 너무 덥고 입맛도 없어서 그냥 이 사진 건너편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무난히 떼우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근대식 건물에 들어가 있는 맥도날드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아 자리 확보도 쉽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무에 그늘이 진 이곳에서 몇 분간 숨을 골랐다.







성황각을 오르기 전에 청하방 곳곳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뜨거운 햇볕 속에 타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싫었지만 별 수 있나...



저 멀리 노트르담 성당(?)이라도 되는 마냥 불쑥 솟은 근대식 건물이 눈에 띈다.







뒷 골목으로 들어가니 '경여당'이라는 곳이 있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건물 벽 곳곳에서는 세월이 그대로 느껴졌다.


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뜰로 이어지는 회랑의 벤치 한 켠에서는 한 아가씨가 더위를 식히고 있었는데 뭔가 운치와 기품이 느껴졌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그럴 용기 따위는 내게 없었다 ㅎ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메인 홀 같은 공간이 나왔다.


중국도 옛 것을 잘 보존한 곳은 운치가 제법 있다.


이 약방의 창업가 정도 되는 분의 초상화가 한가운데 있었다.


스타일을 보니 아마 청나라 시대 때 창업한 약방인가 보다.







천장은 특이하게 유리로 되어 있었다. 예전부터 이랬을 것 같진 않고,


내 추측으로는 햇볕이 없으면 건물 안이 너무 어둡고 그렇다고 촛불을 쓰자니 화재의 위험도 있고 밝기도 충분치 않아


전기 절약 겸 낮시간동안에는 최대한 태양빛을 이용하려고 그런 듯 하다.







건물에서 느껴지는 옛스러움이 좋아서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봤다.


아직도 영업하는 가게라고는 하지만 마치 유적 같은 분위기를 뿜고 있는 공간이었고, 2층은 아직도 가게 식구들이 사는 공간처럼 보였다.


일본 교토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분위기지만 조금 덜 정제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시대를 초월해 옛날로 돌아간듯한 느낌..









뜨거운 햇볕이 싫었지만 그래도 어두컴컴한 공간에 오래 있자니 이도 암울해지는지라 다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화방 메인 거리의 뒷골목이 오히려 아기자기하니 볼만 했다.







아까 들어갔었던 커다란 약방의 뒷골목이다.


중국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저렇게 문을 동그랗게 판 양식인데,


옛 중국인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란 참으로도 아이러니한 것이어서 그렇게 미적 안목이 뛰어났던 중국도 청나라 말기와 국공내전, 공산정권 하의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그런 미적 감각들을 잃어버리게 된 듯 하다.


한 나라의 정책에 따라 메디치 가문이 만든 르네상스처럼 예술가들의 창작 혼을 자극할 수도, 옛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를 퇴화시킬 수도 있나보다.







대문을 보면 각 가게들이 얼마나 번성했었던 곳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대문, 창틀 같은 곳에서 드러내고 싶었으리라...







이 가게 내부는 무슨 베르사유 궁전(은 좀 과장이겠지만)이라도 들어온 듯 엄청나게 화려해서 좀 놀랐다.


대부분 금속이나 목재를 사용한 공예품을 팔고 있었는데 불상도 보이고 사원과 가게가 기묘하게 섞여 있었다.









이쪽으로 나가면 청하방의 메인 거리로 다시 돌아간다.







이제 슬슬 청하방을 나서 성황각에 올라보기로 했다.


청하방 뒤로는 나지막한 언덕이 있는데 이 길로 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성황각이 나온다.


중간에 샛길도 보였는데 우거진 녹음과 하얀 전통가옥이 어우러진 모습이 예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본다.


벽돌을 하나하나 맞춰 만든 길바닥도 빗물이 잘 빠지도록 완만히 둥글게 만들어놓은 디테일이 대단하다.







헥헥 거리면서 성황각이 위치한 오산에 올랐다.


날이 더워서일까?! 사람도 없고 한산하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만치에서 관광버스 2대가 주차를 한다...ㅎㅎ







성황각은 송나라/원나라의 건축양식을 따른 7층짜리 탑이다.


현재 1,2층은 박물관으로 4층부터는 항저우 시가지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되어 있다고 한다.


뭔가 삼국지 같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오나라의 거대한 누각처럼 보였다. 기대를 안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중국 명소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만에 비해 중국은 입장료 내는 곳도 많거니와 가격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만보다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으리으리한 유적지들이지만 일부는 복원도 조잡하고 이쯤되면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곳들도 있다.


30위안이면 그래도 5,000원인데.. 입장료 값은 하길 바라며...







성황각 일대를 덮고 있는 캐노피 덕분에 뜨겁게 내려쬐는 햇볕으로부터 안전..







복원을 최근에 잘 해둔 덕분인지 적어도 겉모습은 깔끔했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나무가 누각을 더 웅장하게 보이게 했다. 아마 옛날 사람들에게는 이게 타이페이101처럼 더 어마어마한 느낌이었겠지?!


나무 때문에 시원하게 누각 전체를 찍을 순 없었지만 뭐 그러한들 어떠랴..


관광버스에서 무더기로 내린 관광객들은 알고보니 한국 단체 투어였다.







1~2층은 송나라, 원나라 시대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었다.


단오에 용주를 타는 관습이 있는데 중국 남부의 최대 번성 도시인 항주였던만큼 그 스케일도 남 달랐다.


이쯤되면 거의 크루즈...


배 위에 누각을 짓는 대륙 스케일 보소...









청하방을 포함한 옛 항저우 시가지 모습...


당시로 돌아가 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엄청났으리라...


무엇보다 상업의 중심지여서 그런지 대부분의 집들이 기와라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굉장히 럭셔리했었을 것 같다.


다만 좀 더 자연스러운 색의 조명을 썼으면 좋았을 것을 왜 보라색으로 했는지 큐레이터에게 좀 따지고 싶었다..;;









조선 사람이든, 일본 사람이든 당시 항저우에 도착한 상인들은 분명 도시의 스케일을 보고 입이 벌어졌겠지...


그리고 중국 상인들은 어깨를 으쓱으쓱 거리고...


한 나라/문화의 융성 사이클은 미시적인 관점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좀 더 멀리 물러서서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에 설 때 보이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선 지금이 한국의 전성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헬조선이니 뭐니 하며 국민들은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언제 우리가 세계에 한류니 삼성 등 글로벌 브랜드를 내며


이런 나라가 존재 자체한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었겠는가 하는...


여튼 다시 돌아와서 이 시기는 항저우의 전성기였겠지 싶었다.



사실 전시물을 보고 있자니 역사가 좀 더 궁금해 졌는데, 살짝살짝 한국 투어 가이드 분 설명을 한국인 아닌 척 하면서 옅듣기도 했다 ㅎㅎㅎ







4층부터는 전망대였다.


아까는 뇌봉탑에서, 지금은 성황각에서 항저우를 내려다 본다.


호수 하나를 두고 이렇게 높은 탑들을 여기저기 지은 것만 봐도 당시 부가 넘쳐 '부동산 경기(?)'가 좋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ㅎㅎ


다만 뇌봉탑은 서호가 주요 뷰였다면 성황각은 시가지를 좀 더 잘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성황각에서의 동서남북 뷰...


발코니에 나오니 또 햇볕이 장난 아녔다 ㅠㅠ













날이 더워 땀을 많이 흘려서일까...목이 말랐다.


마침 중간에 커다란 찻집이 있어 잠시 숨을 돌리고 가기로...







대만 지우펀 등지에서도 마신 중국 전통차의 포스가 느껴지는 시음공간..







이 곳의 명차는 용정차(롱징차)였는데 한켠에서 판매도 하고 있었다.







여행하면서 뭘 시킬 지 모르를 때 나는 무조건 그 지방의 이름이 들어가서 특산품이라는 포스를 풍기는 메뉴나


메뉴판에서 가장 첫번째 등장하는 걸 시키곤 하는데 그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서호용정'차를 시켰다.







차를 시키니 아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용정 찻잎을 듬뿍 넣어서 주전자와 같이 대령한다.







딱히 걸러주는 게 없이 그냥 이렇게 투박하게 나온다..


근데 잠시 기다리면 찻잎이 아래로 가라앉아 그 때 마시면 된다. (그야말로 자연의 타이머!!)









더운 날에 왠 뜨거운 차냐 싶었지만 그 지방의 운치를 제대로 느끼기 위한 수행(?)의 대가라 생각하고 차를 음미해 보았다.


곧 기차역으로 가서 상해로 가야 해 마음이 조금 급하기도 했지만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마시며 천천히 마셔야 했기 때문에


결국 차가 나에게 여유를 가질 것을 주문하는 듯도 했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손님이 별로 없음에도 몇 시간마다 한번씩 중국 민요를 전통악기와 함께 불러주는 공연이 있어 금상청화였다.



성황각을 나와 주변에 있는 사찰도 들렀다.







혼자 돌아다니면 항상 사진을 찍을 때 아쉽다.


아쉬운대로 셀피로 나와 성황각의 모습을 담아본다.









같은 길로 내려가는 게 싫어서 내려가는 길은 다른 경로로..


잘 닦인 길이 캐노피로 뒤덮여 꽤나 운치가 있어서 맘에 들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현지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예전 열차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중국인들은 정말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거 같다..







아래까지 내려오니 청하방의 다른 입구(아마 이곳이 메인 입구인듯)로 나왔다.


'고루'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저 대문 위에 북이 있어 예전엔 시간 같은 걸 알려줬던 모양이다.







10년 전만 해도 참 난감했을 일이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고 나서는 길찾기가 참으로 수월해졌다.


일단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은 후에 항저우역까지 가야 했다.







구글이 안 통하는 중국이지만 바이두지도나 가오더지도 앱을 쓰니 어느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바로 가는지를 알려줬다.


정류장까지 걸어가다 찍은 청계천 같은 곳...


사진은 멋지게 나왔지만 물은 좀 꾀죄죄해보였고 옆에는 고가도로가 있는 게 좀 아쉽..







항저우역까지도 앱을 쓰니 버스 한 방에 도착!!


항상 버스는 어디로 갈 지,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할 지 불안하기 마련이지만 앱 덕분에 항저우 거리, 버스 안 중국 사람들의 모습도 구경하며 항저우 기차역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항저우 역은 그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이것이 대륙 스케일인가 싶을 정도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대체 어디서 표를 사야 하며 이 많은 사람들을 보니 어질어질 했다.. 대체 매표소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


문득 점심 때 친구가 상해 가는 표가 없어서 몇 시간 기다리다 입석으로 겨우 상해 갔다는 말이 떠오르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일단 매표소부터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큰 항저우역을 아래 위로 헤메기 시작했고...


나는 과연 상해로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위기감이 밀려왔다...



그 모험담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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