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yond taiwa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Mar 17. 2019

[중국대륙여행(13)] 이방인과의 카풀, 백만불 야경

좌충우돌 대륙의 교통시스템 고생담, 그 보상을 상해 백만불 야경으로 받다

나는 당장 상해로 돌아가야 했다.


광할한 항저우 역에서 나는 매표소조차 찾지 못하고 헤메이고 있었다.



아니! 어찌 입구 근처에 매표소가 없냔 말이냐!!


가만 보니 여긴 공항으로 따지면 departure 층 같아 보였다..


역시 대륙 스케일의 기차역은 공항처럼 만들어 놓은 걸까..;;



아무리 departure여도...보통 티케팅도 같은 층에서 하는데 나 참...


인천공항에서 버스표는 한 층 아래에 있으니 여기도 혹시 그러려니 싶어 다시 역을 나와 아래층으로 향했다..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기차역 주변을 헤메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짐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 곳에서 티켓을 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역시... 찾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OTL...


아니 이 나라는 어딜 가든 줄 서는 게 기본이란 말인가!! 


모바일이며 인터넷이 이리 발전했으면서 결국 표는 줄 서서 사야한단 말인가!!!



시간도 없는데, 이러다가 정말 상해행 기차표조차 매진인 건 아닌지 정말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왼쪽 줄이 외국인 겸용 줄이었는데 줄이 꽤나 길었다...



초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20분을 넘게 기다렸다..


매표소에 가까워 졌는데 진풍경이었다.


옆줄이며 뒤에서 사람들이 새치기를 아주 대놓고 매표소 코 앞에서 치고 들어온다..


뭐 핑계는 가지각색이다... 


화를 내며 뭐하는 거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딱해 보였는지 이런 새치기 하는 사람을 한 둘도 아니고 계속해서 받아주는 중국인들...


정말 이 정도면 애초에 줄을 왜 서는가 싶었지만 어쨌든 참고 참아 내 차례가 왔다.



내 차례에서도 옆에 끼어든 사람이 어김 없이 나타났고,


매표원이 한껏 눈쌀을 찌푸리며 이 사람 먼저 해주고 끼어들라며 핀잔을 주었다.


나도 덩달아 눈치밥을 넉넉하게 주며 나도 급하니 좀 빠져있으라는 분위기를 뿜뿜 뿜어내 본다.



중국은 이상하게 기차표를 살 때도 신분증을 확인한다. 그래서 티켓에도 신분증 번호가 찍혀있다.


덕분에 안전하긴 하지만 정말 표 하나 사는 것도 비행기 티켓만큼이나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상해행 기차표가 2시간(!) 후에나 있다는 사실...ㅠㅠ


이게 가장 빠른 것이란다.. 우아... 저녁 8시까지 여기서 죽치고 있기도 애매할 뿐더러 상해에서 간만에 친구와 저녁식사를 8시에 하기로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그래도 상해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 뿐인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샀다..



그러고선 터덜터덜 매표소를 나오는데 어느 여자가 상해 안 가냐며 나를 붙잡는다..


얘기를 들어보니 카풀...


가격도 400위안인데 4명 모아서 가면 1인당 100위안.. 이 정도면 기차표와도 크게 차이가 없고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좀 불안하긴 한데 3명과 함께 가고 한 사람은 좀 순진해 보이길래 믿고 가도 될 것 같았다..


다만 결정을 바로 내려야 한다고 했고 나는 방금 기차표를 사서 이거 환불하고 올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하니 10분 안에 해오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급한 마음에 매표소로 다시 뛰어들어간 순간...


아차;;;;;



여기서 나는 내가 10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경멸했던 새치기 맨이 되고야 말았다...


이번엔 오른쪽 환불/취소 줄 맨 앞까지 슬금슬금 걸어가서 매표원 바로 앞까지 갔다..


사람들이 얘는 또 뭐야 하며 나를 쳐다볼 때 최대한 불쌍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어눌한 중국어로 


"뚜이부치, 내가 10분 후 출발해야 한다해... 그래서 표를 환불해야 하는데...길이 길어서 기다릴 시간이 없다해...."


하니 순순히 양보해 주더라....



10분 전까지 새치기 하는 사람들 속으로 욕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세상사가 참 알 수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ㅎㅎㅎ 근데 그 굴레를 10분 안에 경험하다니...중국은 정말 알 수 없는 나라다...


약간의 환불수수료를 떼었지만 그래도 돈은 세이브했다..



그렇게 카풀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터...



근데 여기서 또다른 돌발 변수 발생!


나름 이 카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인질(?)로서 스캔해 두었던 순진하게 생긴 녀석이...


왠지 생판 모르는 사람 차를 얻어타고 가기 후달린단다;; 


참.. 현지인이 그렇게 얘기하니 나까지 좀 불안불안해지기 시작 ㅎㅎㅎ



그러더니 중국의 카풀앱 디디따쳐를 보니 2명이서 차 부르면 상해까지 200위안 좀 넘는 가격에 갈 수 있다고..


가격 차이도 안 나고 10분 후에 차도 도착한다고 하니 자기와 같이 이걸 타고 가지 않겠냐고 설득한다...



애도 착해 보이고 둘이서 편하게 갈 수 있는 데다가 중국의 우버라 불리는 유명 플랫폼 서비스이니


그래 믿어보는 셈 치자고 하고 아까 나를 호객했던 아주머니에겐 미안하다며 이 생판 초면 중국 친구에 운명을 걸어본다..




내가 녀석의 오퍼를 수락한 이후에 갑자기 말이 바뀌더니


나한테 얘기했던 10분 후 차가 도착한다는 말은 나를 포섭(?)하기 위한 구라로 판명이 되었고...


차가 늦게 오자 미안하다며 자기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엉겁결에 생짜 초면의 이 친구와 같이 겸상(?)을 하게 되었다..ㅎㅎ


살짝 게이가 아닐까 하며 경계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걸로...ㅎㅎㅎ



항저우와 상하이를 오가며 쇼핑사업을 한다는 이 친구는 


호출한 차와 접선하기 위한 장소를 전화로 열심히 찾아댔고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스무스하지 않았던 듯


우린 항저우역을 빙빙 돌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예정했던 대기시간보다 20분이 늦은 시각에서야 우린 차를 탔다.


두 명이서 이렇게 싼 가격에 이렇게 큰 차로 상해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이 운전자가 우릴 태워주고 다시 항저우로 돌아가는 차량이 아니라


본인이 상해에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우리를 태워주면서 용돈 벌이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


심지어 이 차의 주인은 따로 있고 운전자는 차 주인의 계정을 빌리는 대신 그 수익을 또 나누는 것이었다고... 참 복잡도 하다...


결국 나는 오후 8시발 기차보다는 빨리 출발할 수 있었지만 친구와 약속했던 8시 저녁약속에는 늦게 되어 약속 시간을 1시간 늦췄다... 

나름 몸은 편했지만, 다소 마음은 초조한 상태로 상해에 도착했고


약속 장소인 상해 와이탄이 아니라 운전자는 자기 목적지인 곳까지 가다가 우릴 중간 지점인 홍챠오역에 떨궈주었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이긴 하다 ㅎ)


나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땀에 젖은 옷을 차에서 부랴부랴 갈아 입고 와이탄까지 가기 위해 홍챠오역의 지하철표를 사러 다시 한 번 매표소를 찾았다...



근.데.이.게.또.왠.걸....


장난하냐 지금?!



상해 놈들은 티머니, 파스모 뭐 이런 교통카드도 안 들고 다니나!!!!


니들 모바일로 죄다 하면서 왜 이런 건 모바일로 안 되냐!!!!!!



지방에서 올라와서 꼭 종이 티켓을 사야 했단 말이냐!!!!!!


정말 이쯤되니 환장할 거 같았다... 지하철 티켓을 한 시간 줄서서 사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하아... 정말 한 숨 밖에 안 나온다...


이쯤 되니 약속을 취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나와 중국 친구의 차례가 왔다...


근데 또 이게 왠 걸!!!


우리 바로 앞에서 갑자기 티켓 기계가 거짓말처럼 고장이 났다;;


환장하겠네 @@#$%#$%@



돌기 일보 직전 상황에서 우리 중국 친구는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옆 줄로 새치기를 ㅎㅎㅎㅎㅎ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


옆 사람이 뭐라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옆 기계는 지폐는 먹지 않고 only 동전이었던 것...


녀석은 어떻게 자기 표는 샀는데 문제는 나였다. 동전이 부족했다... 중국도 핀테크 사회이다 보니 동전을 그리 많이 갖고 다니진 않더라...


녀석이 가진 동전을 털어도 2위안이 부족했다. 젠장...



그런데 녀석은 또 당황하지 않고 뻔뻔하게 새치기한 주제에 본래 줄에 서 있었던 사람한테 동전 있냐고 물어 동전을 받아내었다...


대단한 멘탈이다...


동전을 건낸 사람도 뭐 인생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라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빌려준다.


고장난 기계와 새치기로 아수라장이 된 이 현장에서도 훈훈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 냄새 뿜뿜 나는 대륙의 기차역...제2탄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 지하철 티켓을 움켜쥐어준 우리 대륙 친구와 나는 각각의 길로 헤어졌고


그렇게 멀고 험했던 항저우에서의 상해 모험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난징루에 위치한 꽤나 으리으리한 호텔 로비...


근데 1시간 늦춘 약속시간 9시에 맞추기 위해선 시간이 빠듯했다.


부랴부랴 예약한 호텔에 짐을 던지듯 맡겨두고 바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상해도 서울 번화가만큼이나 택시 잡기가 어려운데


마침 길 지나가는 오토바이 아저씨랑 흥정해서 진짜 번갯불에 콩 볶듯 쇼부 보고 머릿결 휘날리며 오토바이로 상해 거리를 질주했다. 


그렇게 드디어...염원의 약속 장소인 페닌술라 호텔 도착...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기가 막히다는 현지 친구의 추천... 



친구는 이렇게 늦었음에도 인상 하나 찌뿌리지 않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이 때로부터 약 5년 전 쯤 친구의 함들이에서 신부측 친구로 만났던 친구인데,


지금은 미국계 기업의 중국 오피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멋진 커리어 우먼...



페닌술라의 루프탑 바로 올라갔다.


상해에서 꽤나 오랜기간 일한만큼 자주 와 보았는지 아주 능숙하게 안내했다.


마침 또 운 좋게도 야외 난간 쪽에 자리가 있었다.



이곳 야경의 묘미는 와이탄의 양쪽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첫날 상해에 와서는 10시를 넘기는 바람에 불이 꺼졌었는데 이 날은 아슬아슬하게 9시에 도착해 1시간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정말 이 곳에서 바라본 상해의 밤은 너무나 화려하고도 아름다웠다.



기다리게 한 것도 미안한데 친구는 친절하게도 관광객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해서 사진도 여러 장 찍어주었다.


중간중간 다른 외국 관광객이 사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셀카를 한 10분 넘게 찍고 있어서 좀 거슬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좋은 사진 나오게 찍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고맙다. ㅎㅇ야!


그렇게 우린 5년동안의 밀린 회포를 풀었다.


외노자 삶의 애환과 또 묘미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얘기하다 보니 어느덧 12시를 넘긴 시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원래 중국에 같이 왔던 친구는, 오늘 오키나와에서 도착한 또 다른 회사 동료 친구와 같이 접선해서 한 잔 하고 있었다.


그 때가 새벽 1시였는데 나보고도 오라는 것을 나는 간신히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참았다...


밤을 불 태우고는 싶었지만 그러면 다음 날 그냥 못 일어날 거 같았기 때문..ㅎㅎㅎ



다음 날 나는 그냥 자길 정말 잘했다는 걸 깨달았다 ㅎㅎㅎ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대륙여행(12)] 청하방, 성황각 그리고 상해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