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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pr 25. 2020

용이 내려와 만든 절경, 하오롱 베이

코로나 시국에 더듬어 보는 추억의 여행 - 베트남


프롤로그


구정 연휴 이후 스멀스멀 나오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느덧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고,

전세계는 아직도 이 전염병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행을 인생의 낙으로 살던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답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겐 미처 쓰지 못했던 여행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여행을 못 가는 지금이야말로

이런 추억팔이나 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 좋은 때가 아닌가 싶어 하나하나 꺼내 보기로 했다.

좀 더 진작했으면 좋았을 것을 다시 한번 '게으름'이란 명목을 소환하여 애꾿게 화풀이 해본다.

역시 무거운 엉덩이는 먼저 움직이게 하고 볼 일이다.


사진만 쌓아만 두고 공개하지 않았던 여행담을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올리는 것이니 감안하고 봐주면 고맙겠다.



하노이에서 하오롱베이로


'16.9 나는 인생 처음으로 베트남에 가게 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게도 여행비자가 필요한 국가 중 하나인데 연 1회는 별도 비자 신청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고 기억한다. 휴~

하노이, 호치민시티(과거 '사이공') 두 군데를 주요 거점으로 찍고 북쪽인 하노이로 먼저 들어갔다.


하노이에서 첫 날은 시내 구경을 했다. (첫날은 나중에 스타워즈처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올려보겠다ㅎ)

애꿎게도 비가 와서 우비를 쓰고 처량하게 도시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그래도 맛나는 것은 엄청 먹었다!



둘째~넷째날은 근교여행을 가보기로 했고, 그 첫번째 행선지가 하오롱베이였다.

아마 한 때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유명관광지인 이곳은 한자로 하면 '하룡'에 해당한다. 즉 '용이 내려왔다'는 뜻인데 베트남어도 지금은 알파벳을 쓰지만 원래는 한자를 썼었다고 한다.

다만 너무 어려워서 그걸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알파벳을 변형한 형태로 쓰게 된 게 현재 버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은근히 잘 들어보면 한자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ㅎㅎ


하오롱베이는 중국 계림의 '바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암괴석이 해안선에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 여행에서 상당히 기대가 되는 곳 중 하나였다.


하오롱베이는 하노이에서 차로 한 4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 꽤나 먼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 픽업 온 버스를 타고 출바알~

버스는 상당히 좁았고 역시나 호텔 여기저기를 들르면서 관광객들을 픽업했고 버스는 곧 만원이 되었다...


메콩강의 모습, 한강처럼 폭이 꽤나 넓고 물이 흙탕물인 게 특징...



베트남도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쌀국수!!) 조금 교외로 나오면 이런 논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행사 투어를 선택하면 포함되는 기념품 샵 코스...

중간에 휴식하면 이런 데 떨궈준다. 그래도 휴게소 화장실이 꽤나 깨끗해서 좋았다.

국기에서도 드러나지만, 옛 소련,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공산주의 국가는 빨간색이랑 노란색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곳의 특산품은 자수인 모양이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법한 젊은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70-80년대 같은 느낌도 들었다.

위 사진에서 휠체어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여긴 장애인을 적극 채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건물에 이런 문양이 있는 걸로 보아...

하노이 시 근처 도로는 고속도로였지만 교외로 나갈 수록 길은 울퉁불퉁 자갈길에 가까웠고

꽤나 러프한 라이드였다 ㅠ

그 와중에 같이 간 친구는 급하게 온 업무 연락에 대응하다가 금새 꿀잠을 자고(참 부럽다..) 나는 곧 다가오고 있는 내 생일 선물로 아이폰7 플러스를 스마트폰에서 열심히 골라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하오롱베이에 도착했다!!!!!

여긴 매표소 겸 관광센터

눈에 잘 띠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우리 가이드.

아직도 그 발음이 뇌리에 박혀 있다.

하오롱베이 발음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하~ㄹ렁뻬~' 받아쓰기가 불가능하지만 ㅎㅎㅎ 뭐 대략 리듬을 타면서 하는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이게 찐 월남스타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가격이 무려 12만동! 베트남에선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놀랄 필요는 없음ㅎㅎ(환율계산해 보시면 앎)

인생에서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날씨가 좋길 바랬건만...

그래도 어제 비 오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감사해야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예전에 중국 청도에 놀러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흰구름이 옅게 깔리면 사방이 희어서 그런지 굉장히 눈이 부신데 이 날이 그랬다.


가운데 홀로 지어진 저 기와지붕의 건물은 퉁퉁배를 주차시키는 거라지(garage) 같은 곳이었던 거 같은데

너무 정성스럽게 꾸며놔서 인상적이었다.

투어팀들은 이렇게 생긴 배에 나눠 타고 하오롱베이를 둘러본다.

뭔가 좀 더 동양스러운 배였으면 이 분위기에 더 심취했을텐데 어째 모습은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타 볼만한 배 같이 생겼다 ㅎㅎ



도착 시간이 정오에 가까웠기 때문에 승선한 후 얼마 안 돼서 바로 점심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이 엄청 알려지기 전이라 그런지 한국인 참가자는 우리밖에 없었다.

미국, 독일에서 온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투어 전에 조금 친해질 좋은 기회였다.

뭐 영어 대화는 부담 없었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었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을 보며 부러웠던 건 참 여행을 길게길게 다닌다는 점이었다.

보통 우리는 3박4일에서 4박5일이 보통이고 1주일을 넘기면 우와~ 엄청 길다~인데 얘네들은 기본 1달은 잡고 여행을 한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유럽 갈 때 길게 가는 것처럼 먼 곳이니 길게 온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메뉴는 하노이에서 먹던 쌀국수(Pho)나 분짜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랬다고 정말 걸신 들린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문득 군대 시절이 생각난 건 왜일까...ㅎㅎㅎ)


캔 디자인도 베트남 스러운 세븐업

선상 식당 내부

계림의 바다 버전이라는 말이 슬슬 실감이 되는지...?

하오롱베이는 이런 깎아지른 절벽으로 만들어진 바위나 섬들이 해안가를 촘촘히 수 놓고 있다.

그 사이를 배로 지나가며 구경하고 몇 군데에는 정박해서 섬 구경도 한다.

우리가 승선한 배는 당일 투어용 배였지만 1박2일 또는 2박3일 크루즈에서 숙박까지 하며 돌아보는 투어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맛있는 식사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오롱베이가 보여주는 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 당일투어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학 시절에 학교 프로그램으로 처음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양쯔강 투어를 했던 생각이 난다. (참고로 그 때 교류 대학이 있었던 곳이 우한이다...ㅠ)

양쯔강은 워낙 길어서 며칠을 배를 타고 가야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데 일부 구간을 1박을 하며 여행했었다.

그 때의 풍광도 하오롱베이만큼은 아녔어도 비슷하게 아름다웠었다.

배에서 1박 했던 날, 한밤중에 배 위 갑판에 올라가 밤 하늘을 올려다 봤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이었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배가 강물을 가리는 소리 뿐이었다. 문득 이런 암흑 같은 밤에 물에 빠지면 얼마나 무서울까... 그리고 강 양 옆으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던 절벽들에 살짝 무서웠던 기억도 난다..


여튼!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서...


입고 있는 티셔츠가 흡사 투어 가이드 형의 것과 비슷하구만...


세계에서 이런 지형의 해안선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고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계림의 좀 더 오밀조밀한 것이 더 기억에 난다. (물론 이런 풍경을 처음 경험해 봐서 더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

배에 탄 사람 중 한 명이 베트남 200000동(베트남 화폐 단위)에 나와 있는 풍경이 바로 하오롱베이라며 보여주었다...

한국 돈 단위에는 0이 너무 많다고 느꼈는데 베트남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그리고 아저씨 손톱은 언제 좀 자르셔야겠...ㅎㅎㅎㅎ)

사실 이것들이 모두 섬인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이곳이 바다라기보단 강처럼 느껴진다.

배가 섬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내내 풍경을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고 싶어 갑판 위를 떠나지 않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더운 바닷바람이 내가 동남아에 와있음을 실감케 했다.



하오롱베이 섬들 사이를 요리조리 항해하던 배가 처음으로 정박한 곳은 바로 카누 체험장이었다.

당연히 우리는 월남식 밀짚보자를 사두었었다.

깡마른 체형과 원색의 옷이 묘하게 현지인 기분을 더해주는 건 웃픔 ㅎㅎ

참고로 저 슬리퍼는 대만에서 유명한 호텔에서 투숙객용으로 제공된 건데 신어보고 너무 편해서 이번 여행에 막 신으려고 가져옴..

(결국 그러다 나중에 정말로 장렬히 전사하고 맘...ㅠ)



원래 이런 체험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지만 사실 물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어느 정도 있다...

게다가 여기가 강이 아니라 바다라고 생각하니 카누가 뒤집혔을 때를 생각하면 좀 아찔하기도...


여튼 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체험이니만큼 기쁜 마음으로 카누에 올라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었다..!

사진 화질이 안 좋은 이유는 방수팩에 넣었는데 비닐이 생각했던만큼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ㅠ

배에서 친구가된 미국/독일 친구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해서 찍어줬는데 화질이 영 별루여서 미안허네...

요렇게 생긴 배들은 투어용 배는 아니고 어선이

여기서 핸드폰 놓치면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주 조심조심하며 한컷한컷 찍어보았다.

360도를 두른 절벽바위 사이에 있자니 (사방팔방에 우리처럼 떠다니는 카누들만 무시한다면 ㅎ) 마치 산수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특히 이 코스의 압권은 나지막한 높이의 동굴을 통과하는 부분이었다.

자연이 이런 터널을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적당한 높이로 카누 투어를 생각한 인간의 비즈니스 마인드도...ㅎㅎㅎ

더 놀라운 건 동굴을 통과하면 나오는 장관인데, 말 그대로 절벽으로 사방이 둘러쌓인 공간이 나온다.

마치 바위 한가운데에 백두산 천지처럼 난 구멍에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 같았다.

'야호~'라고 외치니 소리가 절벽을 타고 온 공간에 진동을 했다.


요즘 스마트폰처럼 광각 기능이 있었다면 아마 이 절경의 더 많은 부분을 담을 수 있었겠지...

역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

들어온 동굴과는 다른 동굴로 나와서 빙 둘러 다시 우리 배가 있었던 곳으로 노를 저어본다.

햇볕이 너무 쨍하지 않아 덥진 않아 좋았다.

다만 구름과 절벽이 만든 그늘로 살짝 어둡기도 했다.

파트너가 열심히 노를 저어준 덕분에 나는 좀 더 편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더 남겨본다.

여행이 됐든 무엇이 됐든 수고로움은 덜고 즐거움은 나눌 파트너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는 역할 분담이 잘 되고 너무 좋았다.

카누 반납 전에 셀카 한 장.

뭔가 사진의 질과 나의 행색이 한 30-40년 전에 찍었던 사진 같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다.

사진 보정..?! 그런 거 없다 ㅎㅎㅎ

다음 장소를 향해 배에 올랐더니 1층의 선원 객실로 보이는 곳에 한 남자가 참 세월 좋게 반나체로 뻗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웰컴 투 동남아

나는 좀 더 교양(?) 있게 쉬어 보기로 해서 다시 갑판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해 보았다.


구름이 좀 걷히니 더 멋진 하오롱베이의 모습

방수팩이 정말 지저분했던 것일까...

지금 보니 정말 그 차이가 너무 크네;;ㅎㅎㅎ


첩첩산중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끝은 대체 어딜까...

아마 몇 박을 거쳐야 그 일부를 볼 수 있겠지...

배와 비교해 보니 절벽의 크기가 얼마나 큰 지 가늠이 된다.



사진으로는 파노라마로 찍어야 자연의 병풍 스케일이 그나마 눈에 들어온다.



좀 더 멀리 나오니 이제서야 바다 같은 느낌이 좀 나네...

잉꼬 바위 같이 금슬 좋은 한 쌍에 붙는 이름이 붙었었던 것 같은데...이름이 뭐가 중허냐...

(어차피 나 같은 놈의 금방 까먹...쿨럭)

자연이 만든 장벽

갑판 위에서 칠링중인 투어 멤버들...

여기는 아마도 '원숭이의 섬'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나름 가이드를 잘 따라다니며 열심히 들어서 그런지 몇 가지가 기억이 나는데,

근처를 항해하던 배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되어 이 섬에 오게 되었는데 원숭이가 있어 따라가 보았더니 동굴이 있더라...

뭐 이런 류의 이야기였던 거 같다.

이 섬에는 천혜의 항구처럼 배가 정박하기 좋게 만(bay)이 있었다.

저긴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곳에 잠시 머문 사람들이 휴식공간으로 바위를 파서 만든 휴식공간 같은데...

(해수면 상승하면 왠지 잠길 거 같아 무서운데...)

입구가 상당히 좁기 때문에 한 줄로 입장

안으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으로 라이팅 해놓은 동굴이 나온다.

라이팅의 요란함에 동남아에 온 걸 다시 한번 실감

모름지기 유행이란 게 화려한 걸 찾다가 점점 자신만의 컬러를 찾아가면서 차분해 지는 것 같다. 그러다 지루해질 때쯤 다시 한 번 화려해지고...

한국도 10-20년 전만 해도 그랬었으니 말이다.. (관광 버스 조명처럼 ㅎ)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훨씬 넓은 공간이 나온다.

즉 표류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비바람을 피했다는 소리인데, 당시 불빛도 없었을 때 이곳에 왔다면 얼마나 으스스했을까...


쓰레키통 치고 참 참신하고 귀엽네...

이제 한국인들에게 펭귄하면 펭수가 떠오르게 된 걸까... 얘를 보며 펭수가 떠오름 ㅎㅎㅎ

마치 파이프 오르간 같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도 모습은 제각각이다.

살짝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든다...=_=;;

좁디 좁았던 입구를 생각하면 그 안은 상상 외로 컸던 좀이 놀라웠다.

다시 아웃~

역시 밝은 세상이 좋다~!!

출구에는 전망대와 기념품샵이 있었다.

다양한 공예품을 팔고 있었는데 목도 축일겸 오렌지 판타를 하나 사서 나눠 마셨었던 기억이 난다.

아오자이(베트남 전통 여성 의상)을 입은 저 목각상을 눈여겨 보다가 결국 공항에서 남은 돈으로 샀었더랬지...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이제는 돌아갈 시간!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베트남 국기...

국기 한번 심플하네...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는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과연 이 멤버들은 언제 다시 볼 날이 올까?! 그래도 몇 명은 페북 친구했는데 말이지...

하오롱베이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4시간 걸려 하노이로 가는 중..

하노이에 도착해서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성당 외관 구경...

아뿔싸...생각해보니 어제 예약해두었던 사파 투어 출발이 오늘 밤이었던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자 마음이 급해졌다.


근데 정말 웃긴 건 배도 고프고, 출발하기 전에 일단 든든히 배는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그 전날 점심 먹으러 갔었던 쌀국수 식당에 다시 가기로 했다.


베트남 와서 첫 끼이기도 했고 첫 현지 쌀국수였는데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이 맛은 한번 더 봐야겠다고 우리 둘다 느꼈기 때문이다.

갖가지 천연 소스를 넣어서 땀 뻘뻘 흘려가며 양지쌀국수 한 그릇을 각자 싹싹 비우고 나니 그제서야 시간이 정말 없다는 현실이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얼른 길가에서 오토바이를 한 대 잡아 사파 투어 집합 장소로 가달라고 했는데,

이런... 사파 여행용 짐을 호텔에 맡겨둔 생각이 이제서야 났다.

사실 바로 집합 장소로 가도 시간이 아슬아슬한데 말이다...

오토바이 아저씨도 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보지만 퇴근 시간 하노이 트래픽 또한 만만치 않다.

어찌저찌 안 되는 의사소통으로 호텔에 도착... 맡겨둔 짐들을 부랴부랴 챙겼다.

투어 담당 직원이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빨리 오란다. 우리 때문에 늦었다고...

한 오토바이에 남자 셋이 탄 데다가 짐까지 더해져 무슨 피난길 오토바이 같은 상황....


사실 약속장소에 늦긴 했는데 다행히 직원이 얘기를 해둔 덕분에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 문을 여니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앉을 자리 하나 없이 잔뜩 타 있었다.

우리 때문에 기다리게 해서 참 미안했는데 밝은 모습으로 환영해줘서 참 고마웠던 생각이 난다.

자리가 없어 땅바닥에 앉아 가면서도 곧 펼쳐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경험에 설레었다.


우리를 태운 승합차는 버스 앞에 세워졌고 사파까지는 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야간 슬리핑 버스로 옮겨 탔다.

8년 전에 중국 일주를 할 때 운남성에서 탔던 슬리핑 버스가 생각났다.

밤 하늘의 별이 너무나 아름다워 잠을 자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던 그 광경이 떠올랐다.


종종 슬리핑 버스내에서 도난사고가 있다고 하니 귀중품은 모두 몸 가까운 곳에 두었다.

든든한 일행이 함께여서 딱히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다.


하오롱베이에서 입었던 행색 그대로 샤워도 하지 못한 점이 좀 찝찝했지만

그저 즐거웠다.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출발하자 버스 안 불이 꺼지고 곳곳에 배치된 티비 스크린에서 영화를 틀어주었다.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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