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추억으로 돌아보는 해외여행 시리즈
해가 뜰수록 하늘은 푸르러졌고 덩달아 내 마음도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햇빛이 닿는 곳이 달라질 때마다 풍경도 시시각각 변하는 듯 했다.
이 아낙네들도 각자 이름이 있었건만...
세월의 물살에 다 떠내려가고 기억이 남지 않는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
그 중 그나마자 젊은 여성들은 몇 마디 영어는 하고 나이 좀 드신 분들은 얼굴에 짓는 미소가 소통의 전부였다.
뒤에 애기나 물건을 저렇게 이고 몇 시간이 되는 산길을 매일 왕복한다니...
열심히 사는 자에게 인생은 누구에게도 쉬운 것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란 그런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읍내에서 벗어나 산골짜기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읍내에서 산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다.
구비구비 산길을 내려올 때마다 리프레시되어 눈에 들어오는 경치를 놓치기가 아쉬워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룹은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우리 같이 산골 마을로 향하는 다른 일행까지 합쳐져 긴 대열을 이루었다.
사파에 갈 때 주의할 것은 절대! 깨끗하거나 아끼는 신발은 신지 말 것이다.
가는 길이 완전 비포장 진흙길이다 보니 금방 신발이 더러워진다.
게다가 비 온 뒤 길은 더 미끄러워서 잘못 디뎠다간 신발이 진흙속에 들어가 발을 빼기가 어렵거나 넘어지기 십상이다.
가급적이면 장화같은 게 좋긴 한데 그런 걸 들고 다니긴 번거로우니 쉽게 빨 수 있는 운동화 정도가 좋아 보인다.
그래도 착한 우리 아낙네 가이드가 손 잡아주며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길이 좁아져 갈수록 병목현상으로 더 북적였다.
고즈넉하게 느껴도 좋겠지만 복작복작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멋진 경치를 즐기는 것도 즐거웠다.
V자 모양의 밸리(valley) 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이 길을 매일 걷는 아낙네들은 이어폰도 스마트폰도 없는데 매일 걷는 그 길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연을 보며 현재에 집중하며 아낙네들끼리 이따금씩 나누는 대화가 전부일텐데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족할 수도 있겠다.
사파의 지형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계단식 논이었는데
세계 각지를 다녀보면 아주 오랜 시절부터 계단식 논을 이용해 산간 지역에서도 쌀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지형에 맞춰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사파의 계단식 논은 360도로 둥글게 만든 것과 직각이 아닌 지형의 윤곽에 맞춰 둥근 곡선 형태로 만든 것이 특이했다.
작년 남미 잉카 문명을 보러 페루에 갔을 때도 이런 식의 계단식 논이 있었는데 산 틈새로 들어오는 햇볕을 가장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정해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었다.
다소 촌스러운 컬러였다고 생각했던 티셔츠가 이 동네로 오니 왠지 자연 풍경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ㅎㅎ
햇볕이 닿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명암이 잘 대비된다.
아낙네들과 배경이 멋져서 놓치지 않고 한 컷 남겨본다.
이건 잘 안 보일지 모르겠지만 옆에 딸내미를 앉혀두고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멋져서 한 컷.
DSLR로 찍어서 사진 보정까지 했으면 더 멋졌겠지만 그런 거 없이 그대로 남기는 걸 좀 더 선호하기에... 전부 무보정 ㅎ
대만 리조트에서 공짜로 챙겨온 슬리퍼...
너무 편해서 싼마이로 동남아 놀러갈 때 신고 왔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진흙에 빠져서 완전 엉망이 되어 버렸다ㅠㅠ
게다가 나는 한번 미끄러져서 손도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동행했던 친구의 슬리퍼는 진흙에 빨려들어간 발을 빼내려다 결국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ㅠ
슬리퍼는 발이 박히면 빼내기가 어려워서 그냥 이때부터는 아예 맨발로 걷기로 한다.
1시간 넘게 걸어 와서 지친 일행도 있었기에 잠시 휴식을 취해가기로 한다.
이렇게 오래 걸어야 할 때에는 너무 화창한 것보다 듬성듬성 낀 구름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참 고맙다.
앞에 펼쳐진 웅장한 파노라마에 압도된다.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다.
좀 전까지는 그래도 푸른 하늘이 보였었는데 금새 짙은 구름이 상공을 둘러쌓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거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런 가방을 둘러메고 손에는 신발 봉지를 들고 참 잘도 하이킹했다.
눈썰미 좋은 분들은 눈치 챘겠지만 나는 그새 웃옷도 갈아입었다 ㅎㅎ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어깨는 무거운데도 뭐가 그리 즐거웠었는지...
이렇게 꾀죄죄하고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천국에 있는 것만큼 가볍고 행복했다 :)
이거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완전 머드팩이라도 한 듯이 종아리 전체에 묻은 진흙 보소..ㅎㅎ
진흙의 깊이가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인증샷
스페인어로 '꽃'이라는 이름의 flor와도 중간중간 얘기를 나누며 친해져서 같이 한 컷
가방을 내려놓고 사진을 좀 더 남겨보았다.
가방을 앞으로 멨더니 앞이 다 땀으로 젖었다.
아낙네 가이드들과도 한 장씩.
골짜기(V)의 가장 아래에는 저렇게 시냇물이 흐른다.
자연이란 캔버스에 인간이 손을 좀 데었지만 그 하모니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베트남의 조상들도 한국의 조상처럼 자연과 조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두번째 휴식 포인트에서는 앉자마자 원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무섭게 세일즈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팔찌, 발찌였는데 어린 꼬맹이 소녀들이 제일 영업에 적극적이었고 사실 그게 제일 잘 먹히기도 했다.
요녀석들은 앙증맞은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무기로 하나만 사달라고 애원했는데,
여기에 홀려 한두개씩 사줬는데 내가 사주는 걸 보고 애들이 막 몰리기 시작했다.
한 놈한테는 사주고 다른 놈 거는 안 사주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니 거는 못 사주겠어~ 나 이미 많어...라고 하니 귀여운 미소가 얼굴에서 싹 사라지고 칫~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꼬마 세일즈걸들의 보스 정도 되는 아주머니가 보여주던 팔찌..
문양이 다 달라 이 중에서 내 취향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당시에는 눈치 못챘지만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옷에 한국어가!?
동행과 하나씩 사고 기념샷
이미 발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1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길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풍경을 눈에 담아 본다.
만신창이가 된 서로의 신발과 발도 사진으로 담아본다.
하필 흰 신발 신고 온 플로르 지못미...ㅠ
나의 길잡이 아낙네가 길을 걸으며 꺾은 풀로 조랑말을 만들어 주었다.
꼬리 부분이 참 앙증맞다ㅎㅎ
나이에 걸맞지 않게 똥꼬발랄한 동행은 아낙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무려 세 개나 받았다 ㅎㅎㅎ
이런 경치를 보며 하는 차 한 잔은 정말 priceless
중간중간 보이는 가축들...
소도 그냥 소가 아니라 물소
높은 곳에서 시내 근처 골짜기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왔다.
참으로 평화롭기 그지 없다.
전원일기의 BGM 한번 깔아주면 딱이겠고마~ㅎㅎ
여기서 다른 투어 팀이었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온 주디/마티아스 커플을 만났다.
주디는 베트남계인데 어렸을 때 오스트리아로 이민을 갔는데 이번에 친척들을 보러 베트남에 다시 왔다고 한다.
마티아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연신 DSLR로 사진을 찍어댔다.
미소만큼이나 성격도 참 예쁜 커플이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페북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베트남 여행 마무리 하면서 호치민시티에서 다시 한 번 조우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점심 식사 장소에 도착했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도 영업 꼬맹이들이 엄청 달라붙어서 공예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번엔 팔찌에 더해 스카프에 반지 목걸이까지 라인업이 다양했는데... 꼬맹이들이 귀여워 또 하나 둘 씩 사주다 보니 돈을 꽤나 많이 써버렸다 ㅠ
게다가 좀 사주니까 다른 꼬맹이들도 더 부른다...
마치 "저 놈이 호구야~ 니들도 얼른 빨아먹어~"라고 얘기하는 거 같았다.
근데 너무 영업 방식이 똑같다 ㅠㅠ 게다가 내가 산 걸 또 팔아먹으려고 해서... 도저히 더 사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입이 쭉 삐져나와선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 서다가도 못내 아쉬운지 다시 와서 하나 더 사달라고 한다...
미안...오라버니가 더 부자돼서 담엔 더 많이 사줄게 ㅠㅠ
근데 이번엔 이 정도로도 캬파오바다.... (실제로 팔찌 빼고는 딱 저때만 차고 거들떠도 안 보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점심 메뉴는 별 게 없긴 했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다.
여행, 그러니까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 주는 행복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도시 문명에서 시골/자연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때 소소한 것들로부터 느끼는 행복감은 특히나 더 배가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사이다 한 모금이 주는 그 청량감이란!
그리고 이 식당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이 고양이였는데 애교 만점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했었다.
애교로 먹을 것도 많이 챙겨먹었을 거 같은데 몸매 관리도 잘 해서 날씬했던 냥이...
이렇게 점심까지 마치고 배까지 찬 후 태우는 식후땡은 그야말로 낙원의 맛이었다.
이제 우리가 묵을 오두막 민박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