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yond taiwa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May 25. 2020

[추억의여행-베트남] 사파 #4

중국 하면 운남성, 베트남 하면 사파


베트남 시골에서 한바탕 광란(?)의 파티가 지나가고 다음 날 잠이 깼다.

밤이 되니 산간지역이라 그런지 꽤나 쌀쌀했었던 기억이 난다.


피곤했던 와중에 한꺼번에 들이킨 데킬라 덕분에 나는 파티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데도

속이 메쓰껍고 머리가 아파 먼저 1층 침대에서 '전사'하고 말았다...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나만 1층에서 자고 있고 다들 2층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더라는..ㅎㅎㅎ

여튼 얘기를 들어보니 엄청 즐거웠던 모양이다...


다행히 오늘은 비도 안 오고 맑은 데다 구름도 적당히 껴서 트래킹하기 딱 좋은 날씨!

전날밤은 슬리핑 버스에서 씻지도 못하고 잔 데다가 어제 하루 종일 짐을 이고(?) 흙탕길을 반나절 넘게 걸은 데다가 저녁 식사에 술 한 잔 진하게 걸치니 정말 기절하듯 푹 잤다. 그래서 기분도 엄청 개운하고 상쾌했다!


간단히 차려준 아침 식사로 해장을 한 후에 식당에서 바로다 보이는 뷰가 멋져 난간에 앉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우리가 사진 찍는 걸 보고 몇몇 관심을 보인 친구들이 와서 그들도 몇 장 찍어줬던 기억이 난다.

실로 멋진 뷰이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남들 보다여유 있게 아침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가이드도 우리를 재촉했다.

인원이 많았는데도 다들 밍기적 대는 것 없이 일사분란하게 짐을 싸고 트래킹에 나섰다.


가는 길가에 강아지들이 뒤엉켜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ㅎㅎ

역시 개팔자가 상팔자!

사파 트래킹 코스는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는 코스인데

골짜기가 V자라기 보다는 U자 모양으로 가장 낮은 곳에는 개울이 흐르고 그 양 옆으로는 계단식 논밭이 있는 형태였다.

스위스의 동남아 버전 같기도 하고.... 목가적인 풍경이 마음까지 평화롭게 했다.


가이드 아가씨ㅎ가 우산을 쓰고 앞장서면 우리는 길게 한 줄로 그 뒤를 따라갔다.

풍경을 방해하는 큼직한 건물 없이, 가옥들이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추수가 10월인데 여긴 9월인데 벼가 이미 누렇게 익어있다. (하긴 더운 동네니까!)

숨 좀 돌릴 겸 잠시 멈춰서서 친구들과 단체 기념 사진을 남겼다~

다들 트래킹이 선사하는 경치에 대만족하는 표정이다~! 해피해피!! :)


오른쪽에 청 셔츠를 입고 있는 숙녀 분이 우리 가이드~!

V자로 팔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이스라엘에서 온 다농~ (가장 왼쪽 분이 남편)

엄청 친해졌지만 사실 다들 어제 만난 사이 ㅎㅎㅎ

시끌벅적한 도시로부터 떨어져 이렇게 뭉쳐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금새 친해진다~

다들 이 코로나 와중에 잘 지내고 있을까?

누구보다도 나와 세계 곳곳을 같이 누벼준 여행친구와


코스가 엄청 험한 편은 아니었지만 골짜기의 능선을 따라 구비구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코스가 많았다.

특히 햇볕이 쨍하게 뜨니 눈도 부시고 금방 몸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앞에 보이는 오두막에서 다시 햇빛을 피해 한 숨을 돌리기로 한다.

산을 깎아 이런 짜투리 공간까지도 빼곡히 벼를 심다니... 베트남 사람들도 대단하다.

쌀국수로 유명한 나라이니만큼 이곳도 쌀이 주식이라 산속에서도 쌀을 심기 위해 고군분투 했으리라...

오두막에서 휴식중인 인도 친구

이런 산 속 마을에서 영어를 배워서 매일 같이 이렇게 외국 관광객들을 가이드했던 그녀.

반복되는 삶이 지루할 법도 한데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쑥스러워 했지만 멋지게 찍어주겠다고 우겨서 찍었던 사진.



우리가 잠시 쉬었던 오두막이 저 멀리 보인다.


골짜기 중턱의 이런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9시쯤 출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또다른 오두막에는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는데, 꾀죄죄한 행색의 한 소녀는 호기롭게 대나무 위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여기 애들은 기념품 사라고 조르거나 하지는 않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자애들은 다 어디로 가고 아낙네와 여자애들만 보였다.

이곳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지붕은 볏짚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지붕이었다.

관리가 그리 잘 되진 않는지 듬성듬성 벗겨진 부분이 보였다.

볏짚은 그렇다 치고 이 대나무들이 과연 어디서 왔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금방 답이 나왔다.

바로 대나무숲이 등장했다!ㅎㅎㅎ

빽빽한 대나무 숲은 뭔가 저 어두운 숲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호랑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대나무숲을 지나니 계곡이 나왔다.

저 전선 같은 것이 상당히 눈에 밟혔던 기억이 난다...ㅎㅎㅎ

몇몇 외국인들은 여기서 옷을 벗고 수영을 하기도 했다.

내 손을 보면 반지와 팔찌가 잔뜩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바로 어제 벌떼처럼 몰려든 꼬맹이들에게 강매(?) 당해서 산 것들이다...ㅎㅎ

유대계 영국인 친구가 옆에서 얼쩡(?)대길래 같이 한 방 찍어줬다 ㅎㅎㅎ

이 귤이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기억이 도통 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줬던 듯 한데...

이런 산골짜기에 어울리지 않게 왠 귤인가 싶다 ㅎㅎ (그 순간이 신기해서 아마도 사진으로 남겼던 듯 하다)

우리가 계곡 구경을 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일행은 개울가로 가서 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ㅎㅎ

우리에게 팔을 흔들며 빨리 오라는 여자애들~

개울을 건너는 고가 다리가 두 개 있었는데 흑백 사진으로 컨셉샷 찍으면 잘 나오겠다며 나에게 포즈를 잡아 보라고 했다.

이 사진 말고도 여러 장 찍었었는데 제법 분위기가 나는 사진을 건졌었다.


개울 위로 지나가는 전선이 왜 이리도 많은지.... (계곡 근처로 수력발전소라도 지어놓은건가!)

저게 없었더라면 더 멋졌을텐데...ㅎㅎ

우리가 건너온 다리

더운 날에 물에 들어가고 싶은 유혹은 여행자들에게 참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물로 뛰어든 친구들~

나는 그냥 물가에서 사진만 찍어주기로~

너도 물로 들어오라며 꼬셔서 마음이 살짝 동하기도 했지만...

수영복으로 갈아입기도 해야 했고 젖은 다음에 말리기도 귀찮아서 그냥 패스하는 걸로...

(게다가 물이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도 않았음!ㅎㅎㅎ)



개울가 바위에 앉아 애기를 포대기에 업고 자수 같은 걸 하는 동네 아낙네들...

서양애들은 어디서나 훌러덩 벗고 물에 뛰어드는 걸 좋아한다 ㅎㅎ

휴식시간이 끝나서 다시 hit the road!


골짜기의 한 편에서 다른 편으로 넘아간 셈인데 다시 오르막을 조금 올라야 했다.

이 위를 오르니 마을이 하나 나왔는데 거기서 점심 식사를 했다.

메뉴는 지단이 올라간 라면(?)스러운 수프...

학교 근처의 조그맣고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예전에 초등학교 때 먹었던 분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가 고팠던 지라 물론 맛있게 먹었다 ^^

그리고 거기에 마련된 차편을 타고 다시 처음에 슬리핑버스를 타고 왔던 읍내 마을까지 돌아왔다.

실제로는 굉장히 짧았지만 마치 한 편의 긴 꿈이라도 꾼 것처럼 오랜시간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밀도 있게 순간에 몰입해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행이 선물한 한국 담배를 받고 기뻐하는 인도 친구 스리짓ㅎㅎ

(이런저런 플레이버가 들어간 데다 디자인도 예쁜 한국 담배는 세계 어딜 가나 인기다.)


중국 일주 여행을 할 때, 상하이, 쑤저우, 난징, 베이징, 시안, 계림 등 명소들도 많이 가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운남성이었다.

최근엔 여행 티비 프로그램과 각종 여행 블로거들이 방문해서 유명해진 따리와 리쟝 등이 운남성의 명소인데 정말 지상 낙원 같은 곳이었다. 여기가 중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그곳과 국경을 맞댄 접경지역이어서 그런지 사파도 정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눈에 담기는 풍경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함께 했던 국제적 인연들이 이 추억을 더 특별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다시 하노이로 돌아가기 위해 읍내 마을로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의여행-베트남] 글로벌판 전원일기를 찍다-사파#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