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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03. 2020

[추억의여행-베트남] 글로벌판 전원일기를 찍다-사파#3

코로나 시국에 추억으로 돌아보는 해외여행 시리즈

사파 읍내(?)에서 휴식, 점심 포함 3시간 남짓 걸으니 시골 마을이 하나 나왔다.

안으로 들어올 수록 주변이 온통 계단식 논이었다.

베트남은 1년에 최소 3모작은 할 거 같은데 추수철이 다가왔는지 벼도 누런 색깔을 띄고 있었다.


마을 초입에 있었던 카페 인데 인테리어 자체는 그냥 시골 구멍가게인데 뷰가 정말 멋지다.

보통 논은 평야지대에 많아 주변에 산이 있는 풍경을 생각하기 어려운데 사파는 계단식 논이 메인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이렇게 산이 많은 게 특징이다.

대만에서 가장 멋졌던 풍경 중에 하나가 끝 없이 펼쳐지던 논밭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만은 산으로 둘러 쌓이긴 했지만 계단식 논은 아니고 평야였다. 그래서 논과 산의 거리가 꽤나 멀었었는데 여긴 그냥 둘이 붙어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다.

https://brunch.co.kr/@dindout/61



가는 길에 재밌는 모양의 야자수가 있어 찍어봤다ㅎㅎ

저렇게 가늘고 높게 자라는데도 쓰러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여기가 우리가 묵게 된 농가 민박집이다.

한지붕 글로벌 가족이 전원일기를 찍게 된 것이다.


간단히 짐을 풀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근처에는 초등학교로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늦은 오후여서 그런지 수업은 끝나고 방과후에 몇몇 꼬맹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여느 시골 학교의 풍경인데, '하드'를 사먹고 있는 애들 모습은 옛날 한국 초등학생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나름 공산국가여서 인지 빨간 스카프를 메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역시 수확철이 맞긴 했나보다.

베트남 삿갓을 쓴 농부들이 벼를 베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까 아낙네들도 그렇고 사파는 여성 중심의 모계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박집에 다시 돌아와서 드디어(!) 샤워를 하니 그간의 피로는 싹 날아가고 정말 몸이 날아갈 것같이 가볍고 상쾌했다.

그새 민박 주인 아주머니가 마련해준 차가 준비돼 있었다.

차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담배였는데 마틴과 플로르는 레디메이드(readymade) 담배가 아니라 이렇게 자기의 담배를 말아서 피었다.

유럽에서는 이런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유는 값이 싸고, 플로르가 말하길 불이 쉽게 꺼져서 한 번에 다 안 피고 껐다 다시 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담배를 말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종이에 담뱃잎을 넣고 잔 만 다음에 침을 발라 예쁘게(?) 담배를 밀봉하는 작업인데, 어찌 보면 좀 더러울 수 있으나, 유럽에서는 이런 거 서로 말아주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ㅎㅎㅎ

나도 하나 말아보겠다고 했는데 실패...ㅠ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민박집은 문이 따로 없고 모든 공간이 개방되어 있었다.

2층은 전부 침대이고 아랫층에도 모기장 달린 침대가 몇 개 있었다.

천장에는 액땜을 하는 부적 같은 게 저렇게 붙여져 있었다.

아시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나로서는 꽤나 친숙한 광경이었는데 베트남은 불교라기 보다는 유교 문화권에 더 가까워 그런 지 한국과도 비슷한 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그렇게 한참을 차 한잔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이스라엘 커플이 좀 과묵하긴 했지만 다행히 대부분 사교적인 성격에 영어도 유창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민박집에만 있기는 아쉬워서 다시 다같이 동네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까 지나쳤던 학교는 오후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저 멀리 달이 보였다. 대낮에 달이라니!

정말이지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지상 낙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골 구멍 가게...

나도 어렸을 적에 시골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난다..

이런 촌구석까지 대만 회사가 들어와 있는 게 재밌어서 찍어봤다.

(마시는) 차와 관련된 회사인가 본데 1층에서는 카페를 했던 모양인데 문은 닫혀 있었다.

근처에는 개울이 있었는데 이 주변을 좀 더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공산국가는 역시나 빨간색과 노란색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저 멀리 작은 다리가 보여서 그쪽으로 좀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개울이 있었는데 공사중인지 포크레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개울에 발 한 번 담궈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발 담구고 기념 사진~!ㅎㅎ



산기슭 쪽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지 논을 태우고 있는 건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는데

자욱한 연기와 풍경이 연출하는 분위기가 괜찮은 거 같아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다른 애들도 달라 붙어서 자기도 찍어달라고 하는 터에 담벼락에서 다들 각자의 포즈로 한 장씩 찍어주게 되었다 ㅎㅎ


예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괜찮은 포토스팟에서 설정샷 찍고 있으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괜찮으면

부끄러워하면서도 자기도 그렇게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ㅎㅎ

(한 번은 거의 나를 자기의 촬영 담당으로 갖가지 주문까지 해가며 수십장을 찍어달라고 했던 여성도 있었다;; 심지어 자기를 바위 위에 올려달라고 부축까지 받아가며 말이다 ㅎㅎㅎ)


요가 포즈로 찍고 싶다며 열심히 다리를 올리던 사미아 ㅎㅎ

두 팔을 벌린 포즈로 찍어달라고 했던 스페인 친구...ㅎ

여기에서는 베트남 사진작가 만났었는데 (아래 사진에서 빨간 비니를 쓴 사람이 바로 그 작가의 아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베트남 전국을 누빈다고 했다.

우리 사진도 엄청 찍어줬었다.

남자들 단체샷 (맨 오른쪽이 베트남 사진 작가)

이렇게 베트남의 시골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다들 하나가 됐다 ㅎㅎㅎ

한국, 스페인, 인도, 아르헨티나, 베트남...we are the world!

이건 내가 플로르를 위해 찍어준 컨셉샷인데,

예전에 대만에서 찍었던 컨셉이 모티브가 됐다.

원래는 단순히 논 속에 들어가서 찍는 컨셉이었는데 마침 플로르의 머리가 사자 갈기 같아 보여서 사자처럼 렌즈를 응시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

흑백으로 하니 정말로 무슨 사파리 초원에 온 거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전문 사진 작가는 아니지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치고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즉흥적인 나의 주문에 몰입해서 멋진 표정을 지어준 플로르에게도 박수~!!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고 저녁시간도 돼서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끼리 즐겁게 떠들고 있었는데 옆에서 이를 얌전히 지켜보던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찍어보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점심이랑 거의 비슷한 메뉴였음에도 걸신 들린 듯 폭풍 흡입~~

식사를 마치고 나니 술이 아쉬워서 민박집 주인장께 물어보니 뒤로 올라가면 펍이 있다고 해서 출동~~

확실히 뭔가 가게스러운 건물이 있었다.

이런 시골 동네에 이 정도로 준수한 가게가 있다니!!!

2층 발코니에는 우리처럼 고단한 하이킹을 거쳐 이곳에 당도했을 이름 모를 외국인이 술 한 잔 하고 뻗어 있었따.

소파가 생긴 걸 보니 한 번 기대면 바로 잠들게 될 각이긴 해보였다 ㅎㅎ

나름 당구대도 있고 놀라운 퀄리티의 라운지

동남아스러운 분위기에 나름 괜찮은 바였지만 우리가 사올 술을 기다리고 있을 나머지 일행들을 위해 여기서 마실 수는 없어 금방 내려왔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가긴 좀 심심해서 1층 바 카운터에서 데킬라를 시켜 몇 잔 마시고 나니 완전 달아올랐다~

이 행복감을 주체할 수 없어서 였을까

인도, 스페인 친구, 나와 동행 이렇게 넷이서 몇 잔의 데킬라 샷을 들이키고 한껏 흥이 오른 뒤에야 맥주를 사가지고 다시 민박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50원 정도 하는 지폐... 역시나 사진 컬렉트를 위해 찍어봄

우리가 공수한 술 덕분에 분위기는 완전히 무르익었고 세계 각지의 음악을 틀어놓고 광란의 밤(?)을 보냈다.

다만 나는 데킬라로 너무 달려서인지 속이 안 좋아졌고, 잠도 부족했던지라 어느 순간 침대에 뻗어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ㅠ

좀 더 달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행복했던 베트남 시골에서의 첫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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