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곡창 지대 츠샹에서 찾은 꿀맛 같은 전원의 여유!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도통 바빠서 업데이트가 늦었네요.
지난 춘절 기간 (2월 중순)에 타이동을 한번 구경한 바 있는 저이기에, 이번에는 안 가본 곳 위주로 가보기로 결심! 대만섬을 한바퀴 도는 環島(환따오)를 할 때에도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구간이 바로 台東(타이동)에서 花蓮(화롄)으로 가는 구간인데요.
그것도 아름다운 길이 하나가 아니라 자그마치 둘이나 되어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여행자들의 골치를 썩이고 맙니다...ㅠ
하나는 내륙 도로를 달리는 산길 코스.
다른 하나는 해안선을 달리는 바다 코스.
지난 번 춘절 환따오 여행 때는 일정상 밤에 이 구간을 달리게 되어 짙게 드리워진 어둠만큼이나 무거운 심정으로 암흑 속 풍경을 더듬어 보려 했습니다만, 기회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북쪽 화롄으로 올라가지 않고 다시 가오슝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먼저 그 첫번째 산길 코스~!
사실 이곳은 여행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인데 우연히 지나가다가 지도 상에서 발견하여 들어가게 된 마법의 공간 같은 곳이었습니다.
타이동 열기구 축제 관람을 마치고 쌀맛이 좋다는 도시락의 고장, 池上(한국어 발음은 '지상', 중국어 발음은 '츠샹')으로 고고씽~
여기저기 하나 둘 삐죽삐죽 올라온 빈랑 야자 나무가 귀엽네요~
저 멀리 산 아래 낀 운무가 운치 있지 않나요?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기분입니다~ 타이동 열기구 축제를 보기 위해 4시반에 일어났더니 축제를 보고 왔는데도 아직 8시도 안 되었다는!! +_+
드디어 평야 등장~!
쌀맛이 좋다는 츠샹에 가까워져 가는 게 느껴집니다~!
처음 왔을 때 여기 便當(대만에선 도시락을 일본어인 '벤또'를 대만식으로 발음하여 사용)이 유명하다고 했을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고 그냥 먹었는데 알고 보니 쌀맛이 좋아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충의역 논밭 탐험기에서도 적은 바 있듯, 대만은 1년 3모작이 가능한 곳이라 이미 8월인데 모내기를 막 끝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2번째 모내기인듯)
그러다가 길 옆에 '金城武樹'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 바로 샛길로 빠집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카네시로 다케시' 내지는 '금성무'로 유명한 일본-대만 혼혈 배우가 찍은 CF로 유명해진 나무가 있는 곳이기 때문인데요. 이곳 경치가 또 그렇게 아름답다고 해서 들러보았습니다~
둘러 볼 곳이 꽤 넓기 때문에 자전거를 빌리기로 하였습니다~
자전거 대여료는 1인당 100 NTD(한화 3~4천원)으로 아주 저렴~ 물론 기종(?)에 따라 150, 200 좀 더 비싼 것도 있지만 제일 싼 걸로도 돌아다니기에는 충분!
앙증맞게 그려진 마을 지도~
고민할 것 없이 금성무 나무(A)에서 시작해서 알파벳 순서대로 차례대로 둘러보기로~
그야말로 깨끗한 물이 흐르고 푸른 산과 들이 펼쳐진 곳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돌아다니는 기분이란 말로 형언할 수 없네요~! +_+
푸른 하늘에 옅게 깔린 하얀 구름, 그리고 논에 괴인 물에 비친 자연의 모습에 연신 셔터를 눌러 댔습니다.
츠샹이 더욱 더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아름다운 경치에 걸맞게 잘 정돈된 논이며 도로 그리고 깔끔한 마을 덕분이었던 듯 합니다. 정말 말만 전원 마을이 아니라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곳이었습니다~
저 멀리 금성무 나무가 보이네요~
덩그러니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바로 금성무가 CF를 찍었다는 바로 그 나무 입니다.
대만의 아시아나 항공이라 할 수 있는 에바항공의 CF에 등장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2년 전에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는 해프닝도...ㅠ (그에 관한 웃픈 영상 및 기사는 여기)
금성무 나무 말고 자기도 주목해 달라는 듯 뿅 하고 솟은 야자 나무가 귀엽네요~ㅎㅎ
아라따~ 너도 하나 찍어주마~ㅎㅎ
태풍으로 쓰러지고 다시 세운 나무는 CF에 등장하는 본래의 나무만큼은 풍성하지 않은데다 약간 기울어져 있네요... (아마 주변에 나무가 없는지라 태풍이 오면 직격타를 맞아서 넘어지기 쉬웠던 듯...ㅠ)
이 나무 반대편으로 펼쳐진 도로가 바로 伯朗大道(보랑따다오)인데요.
여기서 사람들이 각종 포즈를 잡고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연인들은 서로 뽀뽀하는 포즈를 잡아보거나 점프하는 동작 등등...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더욱 좋았습니다~!! ^ㅇ^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나오키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뭐 어디서 사진 찍어도 다 그림입니다~ㅎㅎㅎ
나오키군도 잘 찍어 줄랬는데 녀석이 포즈 잡을 줄을 모르네요 ㅎㅎ 자전거가 너무 정면을 향하다보니 '모냥'이 안 나더라는 ㅎㅎㅎ
저 멀리 모내기 하시는 아주머니
저의 조언을 듣고 옥희군이 이번에는 약간 삐닥하게 서서 포즈를 잡아봅니다.
자전거까지 같이 나오니 좀 더 보기가 좋군요 ㅎㅎㅎ
伯朗大道의 상징과도 같은 이 액자 모양의 설치물~
각도를 어떻게 해서 찍느냐에 따라 액자 안에 들어가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토타임 ㅎㅎㅎㅎㅎ
길 표지판이 잘 나오게 해서 둘이 한 장 찍고,
센스 있게 사진 찍어주신 분께서 표지판 없이도 찍어주셨네요 ㅠㅠ
근데 은근히 이런 사진 센스 가지신 분들이 몇 안 되더라는...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감사하더라는~~
대만에서 유명한 커피 브랜드인 Mr.Brown이라는 곳에서 여기에 동상을...!! 사실 좀 뜬금 없긴 합니다만 이걸로 같이 사진 찍으면서 브랜드 홍보도 하고... 나름 머리를 굴린 듯~!?
자 이제는 독사 타임~
여기 섰다가 저기 앉았다가 여기 봤다 저기 봤다~ 어떤 구도로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네요~
그걸 지켜보던 나오키도 욕심이 났는지 비슷하게 찍어봅니다 ㅎㅎㅎㅎ
이제 메인 도로를 빠져나와 외곽으로 돌아봅니다~
마을 집들도 꽤 세월이 지나보이는데 나름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여기는 평야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던 곳인데 아래에는 이렇게 수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츠샹의 흙은 회색을 띠는데 안에 쌀이 자라기에 적합한 좋은 성분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저기 앉아 있는 꼬마처럼 발 담구면 머드 마사지가 될 듯한 기분~
위층은 이렇게 전망대... 경치가 정말 압권입니다 ㅠㅠ
이런 곳에 서재 같은 게 있으면 정말 하루 종일 책 읽고 경치 보고 할 듯~ 시간 여유만 있었어도 여기서 몇 시간이고 있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좋았네요~
그래서 오래는 아니어도 숨을 좀 돌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전망대 모습~ 이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근데 여기 사람들은 또 매일 보는 거라 별 감흥이 없으려나?!)
각 논에는 저렇게 표지판이 있고 누가 관리하는지를 철저하게 공개하여 문의사항이 있을 때는 직접 연락하여 물을 수 있도록 연락처까지 적어놓고 있었습니다~ㄷㄷㄷ
자연 환경도 좋은데 농부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농작을 하니 쌀맛이 나쁠 수가 없겠네요~
여기저기에는 저렇게 쌀을 모티브로 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센스도 기가 막히네요~)
다인승 자전거로 마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전망대는 한 곳이 아니라 이렇게 경관이 좋은 곳이면 올라가서 볼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네요~
온 마을에는 이렇게 수로 시설이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면 원래 이곳은 늪지대에 가까웠는데 일제시절 당시 일본인이 와서 이 지방의 토질이 쌀농사에 최적임을 알고 개수 시설을 만들고 땅을 일궈 지금처럼 양질의 곡창지대로 변모시켰다고 하네요. 이쪽 사람들은 이 일본인의 업적을 기리고 잘 이어받아 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표지판 가운데를 저렇게 뚫어 놓기로 한 건 도대체 어떤 센스 있는 사람 생각인지ㅎㅎㅎㅎ
뭔가 하나하나 디테일이 느껴지는 마을이었습니다~!
옥희군, もう疲れた?
자이언트 물레방아...
안타깝게도 한 쪽이 부러져서 돌아가진 않고 덩그러니ㅠ
정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삼선대를 들렀다 가오슝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라 츠샹 곡창지대와 작별인사를 고하고 허기진 배를 유명한 츠샹 뼨땅으로 채우기 위해 츠샹 쌀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에 빈랑(檳榔)이라고 하는 열매를 파는 가게를 발견~
빈랑은 동남아에서 많이 자라는 작은 열매인데 현지인들은 여기 안에 고 카페인 성분의 재료를 넣어 씹어먹습니다. (특히 장거리 트럭 운전사나 현장 노동자같은 사람들)
씹으면 빨간 물이 나오는데 이건 뱉는다고 하니 미국에서 옛날에 한 때 많이 하던 chewing tobacco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도 말만 엄청 들었지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호기심에 나오키군과 하나 사보기로~ (역시 궁금한 건 못 참습니다 ㅎㅎㅎ)
왼쪽에 빨간 재료를 열매 안에 넣고 입사귀로 싸서 팔더군요.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래도 비싼 게 제일 낫지 않을까 하여 제일 비싼 녀석으로... (그래봤자 50NTD)
이걸 대체 뭔 맛에 먹어보는지 한 번 체험해 봅시다~!
근데 저희 먹고 바로 뱉음 ㅠㅠ
열라 쓰고 맛 없음...(게다가 원래 비싼 버젼이 맛은 더 없다고...;;; 대체 그럼 왜 비싼 거임?! @@)
이건 정말 돈 주고 씹으라고 해도 씹기 싫은 맛이더군요... (나중에 렌터카 아저씨에게 무상으로 넘김 ㅎㅎㅎ)
게다가 씹으면 입안이 벌게 져서 씹고 있는 사람 입 안을 보며 정말 해괴망측할 정도라는... 가끔 남쪽 지역에서 이거 씹고 있는 아저씨 보면 식겁합니다 ㅠ
그리고 도로에서 가끔 빨간 페인트 같은 것들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신다면 십중팔구 빈랑 물 뱉은 흔적...
마지막으로 각성 효과가 있긴 한데 많이 씹으면 구강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하네요...
예전에 대만에선 결혼식 같은 행사에 참석하면 많이 나눠줬다고 합니다~
빈랑으로 베린 입맛을 회복하기 위해 도착한 츠샹 쌀 박물관~
빈티지 스타일로 잘 꾸며놓았더군요~
바깥에는 예전에 이곳을 운행하던 기차를 가져다 놓았네요~
안은 역사 까페 모양으로~
건물 안에는 츠샹의 각종 특산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쌀~
2층에는 60-70년대 당시의 교실을 재현해놓은 공간도...
ㄷㅐ만 사람들은 추억 속으로 되돌아간 듯 연신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어댑니다.
저기 창가에서 고독을 씹고 계신 분이 보이네요 ㅎㅎㅎㅎ
쌀과 관련된 도구 및 소품들이 보이네요~
도시락 포장에 사용되던 용기들~
얇게 자른 나무 판자로 접은 듯한 용기가 트레이드 마크!
그래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유명한 츠샹 뼨땅!
무조건 모르면 1번 시키면 된다는 주의 ㅎㅎㅎㅎ
오리지널 츠샹 뼨땅!
가격도 80밖에 안 하고 너무 착하네요~
요건 디저트로 산 사과 양갱~
포장도 아주 깔끔하고 이쁘네요~
이 지방은 뭘 해도 센스가 있는듯~
쏼아있네 쏼아있어...아니, '쌀'아있네~ '쌀'아있어 ㅎㅎㅎㅎ
양도 맛도 아주 착하더군요...
특히 쌀이 아주 쌀아이었습니다 ㅎㅎ
허기도 채웠겠다 삼선대로 출발하기 전에 근처에 있는 호수 공원에 잠시 들러 망중한을~
여러 대로 연결해서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ㅎㅎㅎ
하늘, 산, 들판, 호수가 한 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네요~
잠시 소화운동 겸 산책을... 근데 이제 슬슬 더워집니다;;;
호수 한 켠은 이렇게 연잎들이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고장, 츠샹을 뒤로 하고 다시 바퀴를 굴려 다음 행선지로~
와프!!
*커버 사진 출처(익은 벼 논밭 사진): www.pse100i.idv.tw (기타 사진은 본인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