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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Sep 03. 2016

[문화] 귀신의 문이 열리는 한달 - 鬼月

대만에서는 한 달간, 귀신들이 인간 세계에 온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이래저래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느라 포스팅이 늦어졌네요^^;
가뜩이나 포스팅할 게 많은데 말이죠 ㅠ

# 귀신에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 대만


대만에 오셔서 거리를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크고 작은 사당에서 향을 피우고 참배하거나 거리에서 철통에 노란색 종이를 태우고 있는 대만 사람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노란색 종이가 바로 귀신을 위한 '가짜 돈'인데요. 이렇게 가짜 돈을 태움으로써 그 돈이 귀신에게 전달된다고 믿는 거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각종 축제에서 시끄럽게 폭죽을 터뜨리는 것도 악귀를 쫓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하지하지마, 못하는 것 투성이?!

대만에서 특히 음력 7월(올해는 8/3~8/31)은 '鬼月(궤이유에)' 즉 '귀신의 달'로 불립니다. 이때는 저승에 있던 귀신들이 이승으로 몰려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터부(taboo)시 되는 풍습들도 많은데요. 인생에 있어 크고 중요한 일들은 이 달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 결혼 등 일생일대 이벤트
- 부동산 매매, 이사 등 거주지 변경
- 자동차 등 오랫동안 쓰게 되는 고가 물건 구매
- 병원 수술
- 바다 수영 (물귀신들이 끌고 간다고 믿는 듯...;;)

이 때문에 이 달에는 경제 활동이 다소 침체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수술이 급한 사람들이 수술을 연기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들이 왕왕 있다고 할 정도이니 귀신에 대한 대만인들의 믿음이 어느 정도 깊은 지 알 수 있을듯~

#종교가 뭐야!? 다양한 신이 공존하는 민속 신앙의 섬

재밌는 것은 한국의 경우,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유일신 위주의 종교 특히 기독교가 꽤 일반적인 반면 대만, 일본 등에서는 그런 풍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한국에서 높은 곳에 올라 빨간색 십자가를 보는 것은 익숙할 정도니까요~ 반면 일본은 결혼은 교회에서, 일상적인 참배는 신사에서, 장례는 절에서 하는 등 상황에 맞게 종교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ㅎㅎ

대신 일본, 대만은 신도(神道), 도교 등 민간 신앙이 일반적인 듯 합니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도교는 '도교에서 받드는 신들은 매우 잡다(雜多)할 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 그것은 새로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였다.' 라고 하네요. 즉 인간(조상)이 신이 되어 어떤 사당은 관우를 신으로 모시기도 합니다.

#귀신 제사가 회사의 중요 공식 행사?!

자, 그 중에서도 귀월의 보름날은 귀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 특히 회사에서는 재물신에게 한 해의 성공을 기원하는 중요한 날로 거의 모든 회사들이 건물 앞에 제사상을 한껏 차리고 조직장이 나와 직접 제사를 집전합니다~

이 날 점심시간에는 여기저기서 제사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더라구요~@@

과일부터 과자, 음료까지 메뉴가 아주 다양합니다~ 제사라고 해서 꼭 옛날 음식들만 오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간편하게 시대에 맞는 메뉴들이 오릅니다. (다시 한번 실용적인 대만인들의 성향)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느라 몰랐던 건데 대만 동료가 친절하게도 하나하나 가르쳐주더군요.
이 대아는 귀신들이 와서 음식 먹기 전에 몸을 정갈히 하라고 둔 것이라고 하네요 ㅎㅎ(저는 청소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상 치울 때 쓰려는 건 줄...;;)

심지어는 꽃단장하라고 거울과 빗 세트도....+_+

한국 제사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영혼들을 위한 술잔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렇게 알맹이가 많은 과일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이유는 여러 귀신들이 와서 나눠먹어야 하는데 수박이나 멜론 같이 한 덩어리로 된 과일만 올리면 귀신들 간 분쟁이 일어나니 사이 좋게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과일 위주로 올린다고 하네요~ 
여러 측면에서 귀신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참으로 기특!

저 뒤에 제사 집전을 위해 오와 열을 맞춰 대기 중인 직원들이 보이시나요?ㅎㅎㅎ

귀신들을 위한 돈을 태우는 통...
이 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매쾌한 연기가 날아오고 폭죽 터지는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저희 회사 앞에 들어선 제사상

회사 동료들도 하나 둘 나와서 분향을 하고 순조로운 한 해를 기원합니다.

저도 옆에서 동참하며 대만에서의 생활이 순조롭기를 바래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귀신의 달'로 인해 신경 쓰이는 징크스들(특히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잔뜩 생겨서 불편한 부분들이 있지만 이로써 파생되는 흥미로운 풍습들도 있어서 잘 개발하면 다채로운 문화활동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저처럼 외국인이거나 나이가 어린 젊은 대만사람들은 귀월 미신들을 그리 믿지 않아 가는 추세라고는 합니다. 특히 여름인데 귀월 때문에 바다에 못 들어간다는 건 참으로 아쉬운 대목... 그러나 저는 아랑곳 않고 월초에는 나오키군과 펑후에, 중순에는 다른 친구들과 다이빙/서핑을 다녀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해상활동을 했네요~! (근데 펑후에선 정말 귀신이 잡아당겼는지 파도였는지 위험했던 순간도!!ㅎㅎ)

언제 시간이 되면 대만의 귀신 풍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등에 대해서 살펴봐도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귀월로 인해 연기되는 경제/의료활동으로 인한 손실과 제사 음식 및 도구 구매로 인해 창출되는 경제 가치가 얼마나 될 지 궁금하네요~!

여러 분들은 '귀신의 달'에 대해 들어보신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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