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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Nov 20. 2022

매 월드컵, 나는 어디 있었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어김 없이 지난 4년, 기억을 더듬어본다

이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언제 4년이 지났나 싶으면서 속절 없이 가는 세월이 참 아쉬울 따름

그래서 월드컵이 있었던 해에 나는 뭐하고 있었던 건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내 첫 월드컵의 기억이다. 

경남 사천에서의 초등학생 시절.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틀어준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난다.

스페인전이었는지 볼리비아전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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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년을 더 살다가 좀 더 도회지(?)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로 이사를 갔다.

반도 2반 밖에 없던 곳에서 8반까지 있는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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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경기도 평택에서의 중학교 시절.

새벽에 잠에서 깨어 아빠랑 함께 TV로 봤던 기억이 난다.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하석주가 왼발 프리킥으로 골을 넣고 얼마 있지 않아 백태클로 바로 레드 카드 받고 퇴장 당해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네덜란드 전에서 히딩크한테 0:5로 패하고 벨기에에 겨우 비겼던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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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듬해에 나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갔게 되었다. 

당시에는 말로만 들었던 미국으로 간다는 생각에 많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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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아이러니하게도 단군 이래 최대의 축제가 열렸던 그 해, 나는 한국에 없었다.

미국 워싱턴에 있었다.

한국에서 국대 유니폼까지 받아서 낮 시간에 학교 수업도 땡땡이 치고 한국 친구들끼리 모여서 집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경기가 오전 시간이었었는데, 한국처럼 길거리 응원 대신 집에서 봤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봤을 월드컵의 승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감도 오지 않지만 누가 옆에 있든 없든 그 전까지 한번도 맛 본 적 없는 승리는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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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똑똑한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 입시 지옥을 맛보았다. 

다행히 준비한만큼 실력 발휘를 해서 원하던 곳에 진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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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 월드컵


대학에 들어간 이후 처음 맞는 월드컵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다음 날이 시험이었지만 어찌 월드컵 경기를 스킵할 수 있겠는가.

기숙사에서 공부하다가 방에 있던 티비로 봤던 기억이 난다.

피자 한 판 시키고 티비 없는 다른 방 사람들 불러다 봤다. 토고 전이었을 거다.

프랑스 전은 캠퍼스 정문 앞 맥주집에서 조 사람들과 새벽에 봤다. 

그리고 스위스 전은 일본 도쿄에서 일본 친구들과 봤다. 일본 친구들이 한국을 같이 응원해 주는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물론 0-2로 져서 기분은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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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니는동안 여러 기억들이 있지만 역시 국제 교류가 가장 뜻깊고 즐거웠던 것 같다.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만약 지금 같이 스마트폰, 유튜브, 자동번역기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코로나까지 풀렸으니 지금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마음만 먹으면 더 자유롭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럽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를 끝내기 전 군 입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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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 월드컵


군대에 있었다. 

일병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적당히 짬이 차서 눈치 보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뜩이나 재미있을 일도 적었던 군생활에 활력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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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를 했고 졸업 전에 스페인으로 한달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큰 고민이나 준비 없이 직딩이 됐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첫 직장생활은 무난하면서도 무미건조 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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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월드컵


내 첫 직장인 은행에 있었다. 

이 때도 오전 경기가 있었는데 출근하는 길에 생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마다 중계 타이밍이 달라서 이미 한 쪽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걸 보며 '아...곧 골이 터지겠구만...'라며 다소 김 센(?) 시청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 외에는 딱히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 보니 딱히 인상적일 건 없었던 월드컵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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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좀 더 다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좀 더 활약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글로벌 IT기업으로 첫 이직을 했다.

그렇게 대만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블로그도 대만에 살면서 보고 겪고 먹은 이야기들을 하나 둘 적다보니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유튜브 같은 vlog가 대세가 되었지만 올드스쿨인 나는 여전히 블로그에 끄적이고 있다.

대만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커리어적으로는 공허함이 있었고 이를 메워주기 위해 다시 한국행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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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만에서 돌아와 일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을 때

마찬가지로 첫 두 경기를 내리 지는 바람에 별 기대감이 없었다. 

막판 독일전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희망을 가지고 보았는데 결과는 깜놀할 2-0승. 심지어 당시 세계 랭킹 1위이자 전 대회 우승국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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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일하고 있었지만 현재 스타트업 창업자 중 한 명의 끊질긴 설득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스타트업에 들어왔다.

다행히 그 회사는 망하지 않고 잘 성장해 창고 같던 사무실에서 나름 번듯한 강남 오피스로 옮겨오게 되었고 직원 수도 엄청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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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번엔 과연 어디까지 갈까.

집 - 회사 - 집 의 반복된 패턴이 무료할 즈음 월드컵 경기 (그 중에서도 한국 경기)는 단비와도 같이 반갑다.

지난 두 대회에서 16강에 못 올라갔으니 손흥민, 김민재를 중심으로 이번에는 꼭 선전했으면 좋겠다. (올라간다 해도 브라질과 16강에 맞붙을 확률이 높다는 건 함정...ㄷㄷㄷ)



첫 월드컵 기억으로부터 어느덧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으로 치면 두 번이 바뀌었을 시간.

엄청 설레면서도 16강에 간 적이 단 두 번밖에 안 돼서 그런지 설렘만큼 기대에 부응해 주었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 현장 가서 한번 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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