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같지 않은 회사를 차린 지 딱 일주일째.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브랜딩을 위해 로고도 만들어야 했고, 비상주사무실도 계약해야 했다. 그런데 이 돈을 개인통장에서 쓰면 당연히 관리가 안되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업용 계좌 만들기였다.
나갈 돈들을 계산만 하고 있다가 월요일이 되자마자 은행에 달려갔다. 사실 앱으로도 통장을 개설할 수 있었지만, 화상전화로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길래 그게 무슨 비대면인가 싶어서 그냥 속 편히 은행에 갔다. 10여분간 직원분의 친절한 응대끝에 계좌를 개설했다. 일주일 뒤에 받을 수 있는 회사용 신용카드와 바로 받을 수 있는 체크카드를 둘 다 발급받았다.
내가 준비한 사업자금은 100만원. 정말 코딱지 만한 돈. 그렇기에 알뜰살뜰하게 쓰고자 엄선한 곳에 로고제작도 맡기고 사무실도 계약했다. 돈 버는데 걸린 시간 대비 돈 쓰는 시간은 짧았다. 스쳐가는 돈임에도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열심히 영수증을 모았다. 놓친 것은 단 하나, 사업용 계좌를 홈택스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대충 한 달 안에만 등록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오늘, 사업자 주소이전을 하기 위해서 홈택스에 들어갔다가 겸사겸사 사업용 계좌를 등록하려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걸 모르기에 검색 후에 등록하려는데... 세상에나! 계좌를 6월 30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이다! 6월 30일이 끝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번 돈도 없는데 세무조사까지 받으면 너무 서러울 것 같아 부랴부랴 등록을 했다. 다행히 계좌 등록은 클릭 한 번만에, 3초 안에 끝났다.
회사를 차린 걸 언제쯤 처음 후회할까 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다. 회사와 국가 간의 오고 가는 약속을 모르는 창업자이니, 자칫 방심했다가 여기저기 불려 다닐 미래가 훤했다. 다른 이들의 무지는 죄가 아닐지 몰라도, 창업자의 무지는 무조건 죄였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레이더를 켜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짧게 가진 뒤, 전자세금계산서를 작성하려고 하니 이젠 인증서가 필요하단다. 사업용 계좌가 현재는 한도제한이 걸려있어서 OTP를 발행하지 못했다.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세무사를 고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