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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Aug 18. 2021

기차여행

기차역 플랫폼에서 철도의 한편을 바라본다. 정해진 시간에 다가올지, 긴 연착으로 조금은 늦게 내게 올지 모를 열차를 철도의 선 아닌, 점이 되는 곳에서부터 기다린다. 대체로 늦지는 않지만 가끔은 너무 늦어서 허둥대는 지각한 직장인의 모습이기도 하며, 가끔은 늦었음에도 여유가 넘쳐 한숨 나오게는 주말의 아침의 아침이기도 하다. 

열차에 올라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가는 그 순간은 마치, 신입생이라도 된듯한 두근거림이 언제나 새롭다. 그러다 혹, 내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기라도 한다면 괜스레 어색하다가 쭈뼛대며 자리에 앉아 등을 붙인다. 그러고는 시선은 창 밖으로 고정된다. 


창 밖으로는 차가운 도시의 풍경이 지나가기도 하며, 아름다운 초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 해가 진 저녁에는 도시의 불빛이 강처럼 흐르고 그저 따라오는 것은 달과 별뿐이다. 누군가 내 창에 영사기를 돌린 것처럼 같으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스치고, 때로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와 새로운 풍경에 사로잡혀 찰나의 순간을 감상한다. 잠깐 이 창 밖의 세상을 정지시키고 싶지만 그러기란 불가능하고, 지난 명화를 꺼내보듯 다시 같은 구간의 열차를 타보지만 동일한 아름다움은 지나가고 없다. 순간순간 지나갔던 저 모습을 내가 어찌 다 기억하랴! 어제 만났던 사람의 이름도 쉽게 잊어버리는 하루를 사는데 이 열차에서 내리면 그저 잊어질 조각이 아닌가? 그러기에 기차여행은 낭만이며 삶이다.


그대는 얼마나 많은 기차를 타봤는가? 빠른 것도 있고, 너무 느려서 답답해 할 수밖에 없는 기차도 있다. 또 그대가 경험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기관사의 개인적인 이유로 광야 한 복판에서 2시간 동안 멈추어 섰던 기차도 있다. 그대는 얼마나 많은 기차를 타고 얼마나 많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보았는가? 



https://youtu.be/UGyIsyXGt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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