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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Oct 19. 2023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저마다 향기를 지니다...

어렸을 때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학교에 보면 그런 아이들 있지 않은가? 공부는 하지 않고, 그렇다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나에 꽂혀 있는 그런 아이들 말이다. 내가 그런 류의 아이였다. 내가 관심 갖고 있던 것은 그림과 만화였다. 환쟁이는 밥 벌어먹고살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그림을 그렸다. 

관심을 갖은 거라도 열심히 하면 몰랐을까. 나는 공부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다지 열심히 한 것 같지 않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대학에 가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어렵사리 직업전문학교를 갔다. 어쩔 수 없이 주변에서 짜놓은 틀 안에서 선택한 공부는 당연히 너무나 하기 싫었다. 자격증 하나 정도 딴 것 말고는 어떠한 성과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는 20대 초반에 군대에 갔다. 군대에 있으면서 나는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다. 신학이었다. 전역을 하고 대학에 진학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주변 친구들은 늦었다는 반응이었다. 언제 졸업해서, 언제 스펙을 쌓고, 언제 취업하려고 할 것인지를 물었다. 나는 그냥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신학교를 갔다. 그렇게 신학을 공부했고, 나는 전도사가 되어서 6년 정도 교회에서 일했다. 대학원을 진학해서 공부를 이어나가던 중 내가 하는 공부와 교회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교회의 일을 그만두었다. 

주변에 만류가 심했다. 나이는 서른이 되었고, 내 주변의 친구들은 대리 직급을 달고 있었다. 다들 내게 지금 사회생활 하는 것은 너무 늦었다는 것 이라며 만류했다.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서류에서 떨어지는 것이 부지기수였고, 어렵사리 면접을 봐도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직원 4명의 작은 무역 회사였다. 업무는 생소했고,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1년도 못돼서 호주로 도망갔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만만하게 보고 간 것은 아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갔지만, 영어라는 벽이 너무 높기만 했다. 그리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반복되어 왔던 실패와 좌절감은 가슴속에서 상실로 자리 잡았다. 영어를 못해도 어떻게든 부딪쳐서 이겨냈을 테지만, 상실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1년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워킹홀리데이의 실패는 내게 더 큰 좌절감을 주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뀌던지 아니면 부서지든지 내 선택지는 둘 밖에 없었다.

나는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간절했다. 답을 찾길 원했고, 나를 변화시키기 원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차라리 길 위에서 잠들길 바랐다. 나는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주변에서 철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해왔던 모든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림이 좋았다. 그런데 재능은 없었다. 그래도 좋아했기에 나는 취미로 디자인을 했다. 결국 그 취미는 나를 디자이너라는 자리까지 이끌어줬다. 비전공 디자이너였기에 나 스스로에게는 더 특별했다. 

나는 신학이 좋았다. 그런데 회의감이 들었다. 신학에서 만나는 철학자들과 대화하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신학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며 생각에 힘을 더해 줄 수 있는 철학을 공부했다. 그 공부는 브랜딩과 HRD에서 업무를 보는데 큰 도움을 줬다.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 여행의 길에서 나를 찾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을 만났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말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이 거리는 상당히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내 짧은 삶에서 인생을 건 선택을 몇 차례 했다. 그럴 때마다 응원보다는 우려와 걱정 그리고 비아냥거림과 꾸중을 듣기 일 수였다. 나는 그저 그들과 달랐을 분인데 말이다. 나는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친구와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나를 진행해 보자고 꼬드겼다. 어떤 도구를 사용할 건지, 어떻게 수집을 할지 의논을 하고 우리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하나의 프린시플로 결정했다. 


사람은 저마다 향기를 지니고 산다. 


우리는 사람은 저마다 향기가 있고, 색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며 우리의 카피라이팅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일반적인 삶들을 관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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