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직장에서 갈등을 넘어
며칠 전, 회사 대표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우리 회사가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들과 일하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말하는 방식이나 소통에서 오해가 생기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찾아봐 달라." 이 메일을 읽으며 나는 가슴 깊은데서부터 답답함을 느꼈다. 정말 이 문제의 뿌리가 '문화 차이'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걸까?
우리 회사는 미국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으로, 직원들은 주로 한국인과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와 문화적 배경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 동료는 직급과 나이를 중시하며 간접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인 동료는 직설적인 피드백과 의견을 제시했을 때 논의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오해가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단순히 '문화 차이'로 치부하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vs 미국인'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팀이 갈라진다. 직원들 사이에 '우리'와 '저들'이라는 분열이 생길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한다. 문화 차이를 핑계로 삼는 건 가장 쉬운 접근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표현하기에는 가장 무책임한 핑계다. 문화를 앞세우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다. 진짜 문제는 문화차이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 존중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같은 외국계 직장에서의 갈등은 종종 '문화 차이'라는 이름표 아래 묻힌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존중과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이 더 큰 원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팅에서 미국인 동료가 내 제안을 즉시 반박하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 때, 나는 '미국 문화가 직설적이어서 그렇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에 상처를 받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동남아시아 출신 직원은 머리를 쓰다듬는 칭찬의 제스처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오해일까? 아니면 그 직원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은 행동일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존중이 있었다면,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더 배려했을 것이다.
1. 직원 사기와 동기부여의 저하
존중의 결핍은 직원들의 사기와 동기부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기여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고, 업무에 대한 열정을 잃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 또한 감소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제시한 아이디어나 업무 결과가 무시되거나 경시되는 게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그 직원은 더 이상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는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2. 팀워크와 협업의 붕괴
존중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직원들 간의 신뢰가 쉽게 무너진다. 신뢰는 팀워크와 협업의 핵심 요소로, 신뢰가 없으면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팀에서 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 대한 존중 없이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갈등이 발생하고, 이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직원 간 관계가 악화된다.
3. 리더십과 관리의 질 저하
내가 있는 조직의 경우 리더들이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반적이고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런 조직의 직원들은 리더를 따르기보다는 반발하거나 무관심해질 수 있다. 이는 리더십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약화시킨다. 예를 들어, 리더가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직원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는 조직의 관리 체계를 악화시키고, 리더십의 권위를 상실시킨다.
4. 혁신과 창의성의 억제
존중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는 조직의 혁신과 창의성 저해로 이어진다. 존중이 없는 내가 있는 조직에서는 누구 하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생각을 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고 있다. 이는 조직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거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온다.
5. 조직 명성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
존중이 부족한 조직은 외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이는 인재 유치와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하며, 조직의 명성과 부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준다. 이런 사유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조직을 떠나거나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면, 조직의 평판이 떨어지고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장애가 된다.
글을 쓰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존중의 부재는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존중이 없는 회사 문화로 인해서일까? 주변에서 보면 괜찮은 사람도 존중이 없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동화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내 짧은 생각의 결론은 "개인과 조직 문화, 둘 다 영행을 미친다."이다.
개인의 행동과 태도가 존중의 결핍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맞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원래부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분명 개인적인 문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조직 문화가 존중을 중시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환경이라면, 개인의 행동이 더 악화되거나 심지어 괜찮은 사람마저 그 분위기에 동화될 수 있다.
조직 문화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회사가 경쟁만 강조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원래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도 점점 그 환경에 맞춰가며 존중을 소홀히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반대로, 조직이 존중일 중시하면 어떨까?
만약 조직이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고, 그런 행동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환경이라면, 개인도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조직 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인을 이끌 수 있다고 난 믿는다.
결론적으로, 존중의 문제는 개인과 조직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에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태도가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태도가 어떻게 발현되고 유지되느냐는 조직 문화에 크게 좌우된다. 좋은 사람도 존중 없는 환경에서는 변할 수 있고, 반대로 존중이 넘치는 환경에서는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리더는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리더들이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면, 직원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조직은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 많은데 이런 경우 설득이 어려워지고,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들이 존중을 실천하면, 그 태도가 조직 전체로 퍼져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지금 내가 있는 조직에서는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리더들에게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존중이 있는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리더들의 역할과 결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글로만 적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몇 차례 이야기 한 적은 있지만, 우선 듣지 않고, 지금은 감정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 어떤 설득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대표는 말도 안 되는 '문화차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편 가르기가 될 것이 뻔한데... 정말 답답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더의 결단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리더들이 존중을 보이지 않으면, 조직 문화가 바뀌기 어렵다. 리더는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들의 행동이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기 때문에 존중의 결핍이 리더로부터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리더들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작해볼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 중이다. 아래서부터 변화를 시도하거나 외부의 힘을 빌려 문제를 드러내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을 거다.
리더들이 존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1. 작은 변화부터 시작: 소규모 팀에서의 존중 실험
나 역시 리더 중 한 사람이다. 영향력은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범위에서 존중 문화를 시도 해보고 있다. 예를 들어, 팀 미팅에서 서로의 의견을 끝까지 듣고 반박하기 전에 질문부터 하는 방식의 회의 진행을 해보고 있다.
2. 직원들의 목소리 모으기
감정이 격앙된 상황에서 직설적인 대화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대신, 익명 설문이나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이 존중 부족으로 느낀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도록 해보는 거다. 이 데이터를 대표나 리더들에게 보여주면서 "이건 문화 차이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고 설득할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가져다줘도 듣지 않을 것을 알지만) 데이터는 감정보다 설득력이 강하니까.
3. 외부 전문가 활용
내가 가장 원하는 쏠루션은 바로 이것이다. 대표가 "문화 차이'로 문제를 치부하려 한다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중립적인 시각으로 조직의 문제를 진단하도록 제안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 직장 전문 컨설턴트나 HR 전문가를 불러서 워크숍이나 조직 문화 진단을 진행하면, 리더들이 듣지 않던 문제도 객관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4. 리더와의 1:1 대화 시도
감정이 격양된 상황이라 설득이 어렵더라도, 대표나 리더와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문화 차이" 프레임의 문제점을 조심스럽게 제기해 볼 것이다.
5. 팀 빌딩을 통한 우회적 접근
존중 부족이 조직 문화로 굳어졌다면, 직원들 간의 신뢰를 먼저 쌓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고민 중인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다. 직원들이 서로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하면서 리더들이 직접 바뀌지 않더라도, 직원들 사이의 존중 분위기를 만들어서 리더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리더들의 결단과 책임감이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처럼 리더들이 존중을 보이지 않고, 감정이 격양된 상황에서는 변화를 기다리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믿는 건, 아무리 작은 시작이라도 아래로부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팀 빌딩은 리더의 변화 없이도 직원들 사이에 신뢰와 존중을 쌓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 같은 다문화 직장에서는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고 공통점을 찾는 활동이 갈등을 줄이고, 리더들에게도 변화를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 차이"가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은 아니지만 "문화의 이해"는 친밀감과 소속감을 주는 요소이기는 하다.
나는 이런 문제점과 내가 생각하는 대응점들을 팀빌딩을 통해서 해결해보려 한다. 팀 빌딩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리더의 결단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 신뢰와 존중이 쌓이면, 리더들에게도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과 촉구가 될 것이다. 대표가 "문화차이"로 물타기를 하려 해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작은 행동들로 조직을 바꿀 수 있다.
결국, 존중의 문화는 매일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작은 실험부터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체크인"을 해보는 거다. 매달 팀 미팅 끝에 10분 정도를 할애해 "이번 달에 동료에게 감사했던 순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다른 직원에게도 존중의 가치를 상기시켜 볼 것이다. 또, 서로의 의견을 끝까지 듣는 미팅처럼 반박보다는 질문의 반복을 해나가면서 미팅을 진행해 볼 생각이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리더들이 변하지 않더라도 직원들 사이에 존중의 씨앗은 분명 뿌려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