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3월 8일까지 딱 30일 동안 [매일 30분 글쓰기] 나 홀로 챌린지를 진행했다. 기록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동기부여되어 시작하게 되었는데 거창한 목표는 아니었다. 하루에 단 30분, 그 시간만큼은 글을 쓰는데 집중해 보자는 작은 약속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매일의 30분은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한 시간이 되었고, 어떤 날은 두 시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글의 분량은 길지 않았다. 대부분 짧은 글들이다. 하지만 그 짤은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은 나에게 꽤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과연 생각을 기록하며 살고 있는 사람인가?
글을 쓰는 도전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과연 생각을 기록하며 살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다. 평소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다. 길을 걷다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어떤 질문이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나는 막연하게 내가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그 생각들은 대부분 머무르지 않은 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생각은 꽤 괜찮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며칠만 지나면 보이지 않는 연기 속으로 사라져 그 내용조차 제대로 떠올릴 수 없었다. 내 머리는 생각의 정류장이었지 종착역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생각은 있었지만, 기록은 없었던 셈이다.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생각이 많은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란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글이 쉽게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 막상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것은 생각의 부족이 아니라 소재의 부족이었다. 머릿속에는 분명 생각들이 떠다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의 글로 꺼내어 정리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매일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오늘은 뭘 쓰지?
처음 며칠은 비교적 수월했다. 그동안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들이 몇 가지 있었고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로 옮겼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준비된 소재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글을 쓰기 위해 먼저 주제를 찾아야 했다. 생각은 분명히 있었지만 글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인 형태로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창한 생각을 찾기보다는 하루 동안 지나갔던 장면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고,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본 것이다. 매일 저녁 8시에 노트북을 켜놓고 하루에 있었던 일과 내가 했던 사유들을 떠올리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지 되물어보며 곱씹었다. 그렇게 질문을 붙여보기 시작하자 평범했던 하루의 장면들이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고, 글의 주제가 되기 시작했다. 글의 주제라는 것은 거창한 사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주제는 이미 일상 속에 있었고, 나는 그저 그것을 글의 형태로 정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예전의 내 글들을 보면 거창한 내용의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다가 그 막연함에 지쳐서 글을 쓰다 포기한 흔적들이 많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철학적 질문이나 깊은 사유가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조금 더 단순한 방식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키워드를 떠올리고 연결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나의 키워드를 떠올리고 나면 그 단어와 연결되는 경험이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어떤 날은 대화라는 단어에서 글이 시작되었고, 다른 어떤 날은 길을 걷다가 떠올린 장면이 하나의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키워드 하나만 있어도 생각은 의외로 쉽게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하나의 단어는 또 다른 키워드와 연결되면서 기억을 불러왔고, 그 기억은 다시 질문을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들은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키워드로 생각을 연결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라는 것은 꽤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떠오르는 순간에는 분명 또렷하게 느껴지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상세한 내용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그냥 머릿속에만 두지 않는 대신 떠오르는 순간 어디엔가 남겨 두기로 했다.
나는 그것을 '생각의 냉장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시 보관해 두는 장소였다. 그렇게 기록된 생각들은 당장 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면 그 메모들은 의외로 좋은 글의 시작점이 되어 주었다. 메모 속의 글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상태다. 때로는 녹음을 했는데 두서없이 생각나는 걸 계속 욱여넣어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남겨 둔 문장들 하나하나가 다시 기억이 되어 지금의 나와 연결되었다.
생각을 기록하는 구조를 만들고 나서야 조금씩 글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글은 대부분 영감이 떠올라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오후 8시에 알람을 맞춰 두었다. 그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시간 안에 쉽게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은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에 더 가까웠다.
나는 종종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된 상태를 기다리곤 한다. 마음이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를 한 없이 기다리고, 충분한 장비를 갖춘 후에 무언가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내 의지와 다르게 나는 그 일에서 멀어져 있을 때가 많다. 오히려 작은 시간을 정해 두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낸다. 이번 도전도 그랬다. 노트북을 열어 놓고 몇 줄의 문장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글쓰기도 근육을 쓰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는 잘 움직이지 않던 몸뚱이가 반복되는 운동으로 유연해지듯이 잘 풀리지 않던 생각들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분명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렇듯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직은 모르겠으나,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을 계속 만들어 가는 일인 것은 깨달았다.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 갑자기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아니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나는 생각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능한 한 붙잡아 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 둔 생각들과 기록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면 또 다른 글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도전을 시작할 때는 하루에 단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한 시간이 되었고, 다른 어떤 날은 두 시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생각 하나를 붙잡고 문장을 이어 가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 버렸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을 붙들어 놓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도전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30일 동안 이어 온 시간이 300일이 되고, 언젠가는 30년 동안으로 이어지는 습관이 도기를 바란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계속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