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Dreaming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뉴멕시코에서 장기 출장을 보고 있던 나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홀연히 샌프란시스코로 가벼운 도피를 떠났다. 오래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들었던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and Papas의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nia Dreamin')'이 오랜 세월 동안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던 것처럼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느낀 것은 가벼운 바람과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설렘이었다. 짐을 숙소에 내려놓고 곧장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활기찬 사람들과 수많은 상점으로 북적였다. 낯선 거리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도시를 천천히 걸었다. 가끔씩 멈춰서 도시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색색의 빅토리아 양식과 유사한 집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길 위에서 잠시 잊고 있던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왔다면 반드시 봐야 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금문교였다.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는 금문교는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큰 감흥이 없었다. 기대와 달리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별거 없다고 여겼던 금문교 위에 서서 태평양을 바라보니, 끝없이 펼쳐진 빨간 다리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를 스치며 탁 트인 시야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무심히 다가왔던 금문교는 어느새 나에게 자유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시작보다는 오래 전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새롭게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어느덧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금문교를 뒤로하고, 저녁 무렵 나는 오션비치로 향했다. 바닷가에 서니 하루의 마지막 태양이 바다 아래로 일그러지며 사라져 가고 있었다.
붉은 태양의 빛이 바다 아래로 일그러지며 사라진다. 마지막 남은 빛이 바다 위를 스치며 파도를 붉게 물들인다.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가슴에 쓰라림을 남긴다. 그렇게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는 곧 조용히 푸른 어둠이 내려앉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남은 박명이 주는 고요함과 마주한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도 남은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내일보다는 오늘이 더 기다려진다. 문득, 삶이란 저렇게 매일 사라져 가는 태양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저마다의 하루를 살아가지만, 때론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루의 가치를 깨닫곤 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석양처럼 아름답게 사라지는 것을 향해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매 순간을 더 진지하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 어떻게 올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는 황혼이 내려앉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오늘의 나를 온전히 품기로 한다. 또 한 번의 소중한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돌아가는 길 위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밤은 별빛과 거리의 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내 마음에도 작은 별빛 하나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