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나를 비추는 화려한 빛

화려한 빛 아래에서 길을 잃고, 다시 나를 찾다

by RAMI

회사로부터 라스베가스 박람회를 방문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막연한 설렘과 약간의 부담을 안고 라스베가스에 도착했지만,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내가 마주한 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여독을 풀기도 전에 회사는 나에게 영업을 하라고 요구했다. 영업직도 아닌 내게 내려진 이 지시는 부당하게만 느껴졌다. 심지어 영업할 제품이나 서비스의 세그먼트조차 정해진 바 없었다. 고객의 페르소나는커녕 나에게 주어진 것은 막연한 압박감뿐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로 나섰다. 눈부신 라스베가스의 밤거리는 끊임없이 환하게 빛났지만, 나의 내면은 더욱 어둡고 답답해져만 갔다. 나는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거리에서 오히려 나의 존재는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작정 복잡한 이 거리에 던져진 내 상황이, 막연한 업무에 던져진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며 서성거리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서서히 의문이 싹텄다. 내가 여기에 있는 유이유는 무엇일까? 준비되지 않은 채 세상으로 내던져진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은 걸까? 화려한 조명은 내 머리 위에서 마치 무대의 핀조명처럼 빛났다. 나 역시 고도를 기다리며 이곳에 서있어야 하는가?

낯선 도시에서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서성이는 동안 문득 깨달았다. 회사의 부당한 요구 앞에 작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의 존재와 가치는 회사의 무책임한 요구와 별개라는 것을 말이다.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었다.


화려한 조명은 여전히 머리 위를 비추었지만, 이제 그 빛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찾기 시작했다. 길을 잃은 듯 보였던 이 시간이, 어쩌면 나를 만나는 소중한 순간임을...

낯선 곳에서 마주한 혼란과 막막함이 오히려 나 자신을 따라 바라보게 한 것이다. 나는 한 걸음 알 수 없는 거리 위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속 앞으로 걸었다. 내가 발을 내딛는 곳마다 조명 빛이 떨어졌다.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조명은 지금의 나를 비추듯 또다시 나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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