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 후, 같은 회사 동료와 티타임을 가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잡담을 즐기곤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이지만 언제나 내게는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시간이다. 나는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없고, 자주 만나는 친구도 없다. 얼마 없던 친구들도 나이가 마흔이 넘어간 후 돌아보니 다들 만나기 어려운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가장 절친은 미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며 영주권을 신청 중이고, 다른 친구들은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관계가 소홀해졌다. 그래서 잡담조차 늘어놓는 시간마저 소중하다.
회사에서 이런 잡담 타임을 갖는 이유는 처음에는 동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사 내의 불편 사항들과 개선점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5년 정도 일을 하니 이제 이 시간의 주제는 상당히 다양하다. 삶의 이야기들, 관심사 등등 사적인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고 그 대화를 통해서 반성을 하기도 하고, 도전을 받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것과 같이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간 참 귀하다.
오늘 함께 한 동료는 최근까지 회사 일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일이 어떤지에 대해서 가볍게 물어봤다. 한 동안 재미있어했던 동료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르바이트 그만뒀어요. 이제 안 해요."
손님으로 가던 카페에서 사장님과 상당히 친해졌고, 단골로 계속 그 카페를 다니다가 최근 몇 달간 하루에 2~3시간 정도 아르바이트까지 했었다. 손님으로서 카페를 찾았을 때는 사장님과의 관계는 참으로 좋았다. 친절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손님이라는 위치가 만들어주는 적당한 선이 존재했다. 그 선 안에서는 서로가 편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원이 되고 그 공간에 서자 많은 것들이 들리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에 2~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일하는 것뿐인데 사장님의 말투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신과 결이 맡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직접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일을 도와주러 온 가족에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 상당히 날이 서있고, 모가난 표현들이 많았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분이라 동료의 표현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냥... 저와 결이 안 맞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를 평가하려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그 공간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그는 말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찝찝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냥 그 분위기가 불편했다고,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고, 일은 재미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화는 상대만을 향하지 않는구나... 말은 한 사람에게 닿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자리에 있는 공기와 분위기를 흔드는구나..." 너무나 당여 한 것인데 알면서도 쉽게 무시하는 것들이 반성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분위기를 망치는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화법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지는 않은가?
사실 나는 상당히 직설적인 편이다. 일할 때는 특히나 더 그렇다. 빠른 반응과 즉각적인 결과, 명확한 지시라는 합리화 속에서 사용했던 어휘와 말투가 효율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방식을 오래 사용해 왔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를 통해서 너무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결과만 공유하는 일이 아니라 분위기도 공유한다는 것을 말이다.
말에 칼이 실리면, 그 공간은 추운 겨울날처럼 얼어붙는다. 누군가에게는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설령 그 칼이 나를 향해 날아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같은 말도 어떤 톤으로,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긴장으로 꽁꽁 묶을 수도 있고, 포근한 안전감을 전달하기도 하며, 도전과 열정을 독려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이 공간에 어떤 온도를 남기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회사에서는 상사나 동료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말은 사람만이 아니라 공기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조용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