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중소기업 사장에게서 선민의식을 보았다.

by RAMI

망해가는 중소기업 사장에게서 선민의식을 보았다.

그것은 성공이라는 번듯한 언어로 포장되지 않았을 뿐이고, 형태만 다를 뿐이다.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그는 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다르다. 고객이 멍청한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은 언제나 바깥에 있다. 불운했거나, 타인이 무능하거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탓한다. 그 말들 사이에서 그는 여전하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위치시킨다.


선민의식은 꼭 성공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의 문턱에 선 사람에게서 더 단단해질 때가 있나 보다.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자존을 지키위한 마지노선처럼.


그의 선민의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문제를 더 가린다. 이러한 자신의 말 한마디가 더해질수록 반성은 사라지고, 직원들의 입을 닫게 한다. 틀렸을 가능성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 배제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제 그의 주변을 둘러보면 귓가에 지속적으로 경고하던 사람들, 비판적인 대화를 이끌었던 사람들도 이미 포기한 체 앉아있다. 듣지 않기 때문이다. 듣는 척 하지만,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기에 열정 있던 사람들은 지쳐 앉아 있을 뿐이다.

직원들의 말은 변명이 된 지 오래되었고, 고객의 불만은 개선점이 아닌 고객의 무지가 되었다. 시장의 변화는 일시적인 착오로 해석된다.


나는 망해가는 회사를 많이 본 적은 없다. 다만 지금 내 눈앞에 있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뿐이다. 다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소수의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회의는 필요 없이 길어지고, 대표의 뜬구름과 같은 말은 많아진다. 늘 책임만 있고 권한 따위는 실종된다. 그 중심에는 늘 한 사람이 있다.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인 사람. 그는 스스로를 고독한 리더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고립되고, 정체된 결정자에 가깝다.


선민의식은 리더를 단단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집과 고집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점점 커져 괴물과 같은 도그마가 된다. 결국은 사람들의 열정을 빼앗고, 세그먼트를 약화시킨다. 점점 조직은 취약해져 갈 뿐이다. 이렇듯 조직이 무너지는 이유는 대개 거창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용하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멈춘 순간부터, 결국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망해가는 중소기업 사장에게서 본 선민의식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것은 자존심처럼 보이지만, 실은 변화로 가는 모든 길을 막아버리는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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