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귀신 이야기(5)

(전설텔링)창녕 영산읍 '돌확'에 얽힌 똑딱 귀신의 사연

by 무한자연돌이끼

오래 기다렸는데, 그자? 오늘도 그리 길게는 몬 씨겠다.


아, 전에 맻맻 사람한테 이 할애비가 쓰는 글을 알아보겠나 쿠고 물어보이, 세상에 알아묵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쿠데. 하기사 다 이주여성이라 그런갑다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리 시분 말을 몬알아묵는다 쿠모 문제가 있는 거 아이가!


전에 4편 마지막에 내가 무신 이바구를 했더노? 하도 오래 돼가 나가 한 이바구도 내가 기억이 못하는 거 보이 물어보는 내가 잘못이다.


그래, 창녕서 대감 댁 집을 짓던 돌쪼이 석근이가 사흘 밤낮을 걸어가 고향이 갔더마는 부인 혜정이는 이미 죽어있었고, 그기 한스러워가 후회의 눈물을 펑펑 쏟고 있는데 혜정의 혼백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더란다, 까지 했제?


그라모 그 담부터 이바구를 이어나가모 되겄제?


여기까지가 혜정이 회상인기라. 방앗간 주인 만복이 부부한테 자기가 어찌해서 혼백이 된 건지 사연을 다 이바구해준 기지.


"남편은 동네 뒷산 양지바른 곳에 지를 고이 묻어주고 정성껏 장사를 치러주었심더. 하늘로 향하는 길이 그때 열맀다 아입니꺼. 아름다운 길이었능기라예. 양쪽에는 꽃들과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댕기고 새들도 가득했능기라예. 이 길이 하늘로 가는 길인데, 차마 가지를 못하겠는 기라예. 너무 슬퍼하는 남편한테 가가 울지말고 행복하게 살아라꼬 말해주고 싶었는 기라예."


이 아낙이 충청도 사람인데 내가 충청도 말이 안 돼가 갱상도 말로 하는 긴께네 이해해라이. 석근이 하고 헤정이는 충청도 사람이라서 둘이는 충청도 말을 쓴다는 거 맹심해라. 할배 말투가 갱상도라 북한 말이라캐도 어쩔 수가 없다. 알겄나?


혜정이 혼백이 저승으로 가던 중 유턴을 해가 이승으로 돌아와서는 관밖으로 안 나왔겄나... 그런데 몸은 벌씨로 무덤에 들어가 있었고 남편 석근이는 벌씨로 고향을 떠난 후였능 기라.


"귀신은 자신의 시신이 있는 곳에서 멀리 갈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을 따라가지도 못했심더. 그래가 그때 이후로는 소식도 다 끊긴 깁니더."


똑딱귀신의 이바구를 들은 만복이는 지도 모리게 눈물이 흐르는 기라. 만복이 부인도 참 안 됐다는 듯기 슬픈 표정을 짓고 자세히 들을라꼬 더 가까이 다가와 앉는기라.


"남편은 예, 지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얼매나 사무치게 그리워하믄서 돌호박을 만들었능가 제 영혼이 이 돌호박에 스며드는 기 아매도 그때문인 거 같심더."


똑딱귀신의 추측은 정확했능기라. 당시에 아내 장례를 치른 석근이는 눈물을 훔치믄서 창녕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창녕에 온 석근이는 두번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맴이 없능기라. 고마 요기서 팽생 돌이나 쪼다가 죽을 심산인 거였지. 그래서 고향 충청도 땅과 집을 모두 처분하고 창녕으로 온 거 아이겄나. 석근이는 김 대감한테 이 모든 사실을 말하고는 돌호박 만드는 일에만 전념한 기라.


"똑딱! 똑딱!"


돌을 쪼는 석근이 망치소리는 경쾌하다기보다 처량했던 기라. 똑딱, 똑딱 망치소리는 그날 자정이 다 되도록 온 마을에 울려퍼졌지. 김 대감이나 동네 사람들도 석근이 사정을 들어서 아는 터라 다들 자야하는 밤이라 망치소리가 거슬리기도 했을 낀데 다들 고마 이해했능 기라. 우리 사회도 이런 기 통하믄 좋겠는데 말이다.


자정을 좀 넘으이 돌호박이 거의 완성됐다 아이가. 이제 다듬는 공정에 들어가는데... 돌호박에 빗방울이 듣는지 물방울이 맺히는 거라. 사실은 석근이 눈물이 빗물처럼 돌호박에 떨어졌던 기지. 그 눈물 때문인지 달빛에 돌호박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 있제.


"여보, 미안소. 보고싶소."


이리 흐느끼믄서 돌호박을 꼭 껴안는 기라. 그때 석근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서도 돌호박에서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아이가. 그란데 그때,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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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탁한 소리와 함께 석근이가 꼬꾸라지는 거야. 쓰러진 석근이를 내려다보는 그림자가 있어. 오른손에는 몽둥이를 들고 있었지. 그림자는 쓰러진 석근이를 어깨에 들쳐메고 숲길을 따라 사라졌지.


그 시점에 돌호박에선 똑딱귀신 혜정이가 거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지. 혜정은 누군가를 들쳐멘 채 사라져가는 그림자의 왼팔 손목에서 붉은 염주가 달빛에 반사되는 것을 봤지. 이상한 느낌이 없는 거는 아이데, 우선 남편부터 찾는 기 순서라.


혜정은 돌호박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다음 주변을 둘러보았지. 분명 남편의 체취를 느꼈었거든. 남편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컸는데... 남편이 보이지 않으니 그만큼 아쉬움도 컷던 기지. 혜정은 채석장과 석공장을 한 번 휘 둘러보고 다시 돌호박 속으로 들어간 거라.


다음날 날이 밝았지. 김 대감은 아침 일찍 일어나가꼬 새로 지은 집 낙성식을 준비했는 기라. 그래가 인근 고을 유생들하고 동네 사람들을 초청했지. 김 대감의 호기심에 대해가꼬 전에도 이바구한 적이 있제? 어젯밤 늦게꺼정 똑딱똑딱 돌쪼는 소리에 김 대감은 은근히 기대를 했는 기라. 이번에는 어떤 멋진 예술품이 탄생할 것인가 하고 말이야.


그래서 집사를 불러서 석근이를 데꼬 온나 캤지. 그래서 집사가 석근이 잠 자는 방에 갔는데, 없어. 아침부터 어딜 말도 없이 가진 않았을 끼고. 집사가 하인들을 시켜서 동네방네 찾아보게 했는데... 아무도 찾지 못하고 돌아오이 우야겄노. 대감한테 가서 사실대로 말하이 대감도 슬 걱정이 되는 기지. 오늘 낙성식에서 최고의 예술가라꼬 자랑할라 캤는데 말이지.


"어허... 밤늦게 작업하더이 야가 집에서 잠을 안 자고 대체 오데로 간 기고?"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하인들이 돌호박을 가져온 거야. 김 대감은 그 돌호박을 보는 순간 눈이 반짝반짝 오, 오, 오 탐복에 탄성을 지르는 거야. 지금까지 한 번 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은 돌호박이거든.


이 돌호박이라능기 말이다, 그래 돌확이라고도 하지. 이게 말이다 원래 기껏해야 방앗간 절구용도로 쓰이는 물건이긴 해도 정원에다 비치해노으모 딱 예술품이 되는기라. 그래서 부잣집에선 관상용으로 하나씩 갖고 있긴 하지.


그란데 이 돌호박은 김 대감이 딱 보이 그냥 정원에다 던져놓을 작품이 아니거든. 맨들맨들한 재질에 아주 은은하게 푸른빛도 감도는 기 이 세상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예술품인기라.


그래서 김 대감은 낙성식 때 이 돌호박을 제일 잘보이는 곳에 전시했지. 사람들이 이 돌호박을 안볼래야 안 볼수가 없게 해놓은 기라. 보는 사람마다 마 탐복을 하는 기라.


"옴마야, 우째 이리 이쁘노?"

"고려청자가 돌확보고 울고 가겠다야!"

"석공 영혼이 깃들지 않으면 이런 작품은 나올 수도 없는 기라."

"연꽃을 띄운다면 금상첨화겠어."


돌호박을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칭찬을 해. 그러이 김 대감 입꼬리는 귀에 걸리는 게지. 그날밤 김 대감은 잠을 이루지 못했지. 자정깨나 됐을랑가. 김 대감은 돌호박이 보고 싶어 마루로 나왔지. 찬 기운이 감도는 날씨라서 몸이 살짝 오들오들 떨리긴 했지.


김 대감이 돌호박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는데, 달빛을 받아 그런지 돌호박이 흐느끼는 듯해. 거참 희한하다, 기껏 돌덩이에 불과한 물건일 텐데 살아있는 듯이 뭔가 느껴진단 말이지. 그래서 김 대감은 돌호박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


그랬더니 그 속에서 뭔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드는 거야. 뭐꼬 이기! 김 대감은 흠칫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지. 그라믄서 돌호박에서 솟아오르는 푸른 빛을 유심히 살펴본 거야. 그 푸른 빛이 점점 형상을 띠기 시작하는데, 한참 지나고 보이 어떤 여인이 맨발로 공중에 붕 떠있다 아이가.


김 대감은 평소에도 심장이 안 좋은데 이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으이 심장이 우예 됐겠노. 벌렁벌렁 쿵딱쿵딱 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 기라. 몸은 이미 뻣뻣해짔고 그라이 기어서라도 방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입으로 말도 안 나오고... 이거 머 미치고 폴짝뛰고 환장할 노릇인 기지.


김 대감이 그렇게 몸을 뒤로 젖힌 채 두 팔로 지탱하고 있는데, 푸른 여자 귀신이 점점 자기한테 다가와. 그라이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 거라.


"우리 서방님 혹시 못 보셨나요?"


으스스할 정도로 목소리가 슬퍼. 김 대감의 동공은 더욱 커졌지. 그러다가 김 대감의 몸에서 기력이 일시에 쫙 빠져나가믄서 몸이 마룻바닥으로 널브러진 기라.


이 모습을 본 혜정이는 당황스러운 기지. 이거 우야믄 좋노? 이기 아인데. 낼로 보고 사람이 죽으모 우짜노? 나는 단지 우리 서방님 소식만 궁금했을 뿐인데, 이거 우야노?


그때 안방 문이 열리믄서 대감 부인이 잠이 덜 깬 눈으로 나오는 거라. 혜정이는 부랴부랴 돌호박 속으로 들어갔지. 대감 부인이 전혀 눈치재지 못할 정도로 전광석화같이 말이야. 그런데 대감이 쓰러진 것을 발견한 부인이 화들짝 놀라믄서 소리를 쳐.


"누구 없나? 김 서방, 장서방! 대감께서 쓰러지셨다! 퍼뜩 나와바라!"


오늘은 요게꺼정 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