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읍 '돌확'에 얽힌 똑딱 귀신의 사연
또 마이 기다맀제? 할배가 마이 바뿌다. 내 바뿐거 이바구할라 쿠모 똑딱구신 이바구보다 더 오래해야 하이 느거들 말로 패쓰하고 지난 번에 대감이 똑딱구신을 만나는 바람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쿠는 얘기꺼정 했제?
똑딱귀신 혜정이 입장에서는 얼매나 황당한 일이겄노? 지는 고마 즈거 남편 우예된 긴지 그거 물어볼라꼬 모습을 드러냈는데, 대감이 고마 질로 보고 숨을 거다삤으이 참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제.
남편이 그리 된 거 보고 부인이 경황 없는 상황일 낀데 거다 또 모습을 드러내모 이거는 진짜 아이다 싶어가 혜정이는 다시 돌호박 속으로 안 들어갔더나. 그때 다시 돌호박은 연푸른 빛을 띳다가 스스르 빛이 사라진 기라.
그때 부인이 무슨 이상한 기운을 느낐겠지, 돌호박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예전과 다름 없는 것 같은데도 자꾸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모양이라.
그때 집사하고 하인들이 달려와서 김대감을 방으로 옮겼고, 하인 중이 한 명이 의원을 불러와서 진맥을 했는데, 이미 김대감은 숨을 거두고 말았는 기라. 그때부터 김대감 집은 초상집이 된 기지.
참 그렇다 그자? 지금꺼정 하는 이바구 들어보모 김대감은 석근이한테도 잘해주고 하인들한테도 개돼지 취급하는 양반들하고는 달리 참 착하다 싶은 사람인데 말이다. 와 그리 허망하게 죽는 긴지... 참.
초상을 치르믄서도 부인은 남편이 죽던 날 밤의 그 돌호박에서 느낀 이상한 기운을 잊을 수 없었던 기라. 분명 남편의 죽음이 돌호박하고 관련이 있을 거라는 촉이 완전히 꽂힌 기지. 여자들 촉, 그거 무시 못한데이. 특히 남편에 대한 아내의 촉은 거의 레이더 수준인기라.
그래서 부인은 집사를 불렀지.
"맹집사, 저거 집밖에 내다버리게."
"마님, 이건 대감께서 애지중지하시던 물건인데요."
"알고 있네. 하지만 느낌이 안좋아. 그냥 내다버리게."
"알겠습니다, 마님."
집사는 돌호박을 갖고 나와 돌쪼이 장서방한테 갔지. 장서방이 그 돌호박을 받아들고 무슨 생각이 들었겠노? 지하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진석근이 작품 아이가. 이기 와 나한테 오노 싶었겠지. 거다가 죽은 김대감이 극찬을 쏟았던 돌호박이었으이 탐탁하지는 않았을 거 아이가.
'아이씨, 이거 내보고 우짜라꼬?!'
장서방은 그라믄서도 자기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묘한 기품이 밴 작품이라 온 감각을 일으켜 돌호박을 쓰다듬어봤지.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한 기라. 이기 머꼬? 또 순간순간 손을 갖다 댔을 때 짜릿짜릿한 촉감도 들어가 나중에는 두려움꺼정 들게 하는 기라.
집사는 마님이 돌호박을 버리라고 했지만 너무 귀한 작품이라 돌쪼이인 장서방보고 맡겨둘라꼬 핸긴데 장서방은 그 돌호박을 도저히 집안에 둘 수 없었던 기라. 아깝지만 우야겄노. 만질 때마다 찌릿하고 툭하면 푸른 빛을 띠는 기 억수로 기분 나빴던 기라. 그래가 돌호박을 고갯마루 길가에다 버린 거 아이가.
그 후에 몇날 며칠이 지났지. 동네에서 이상한 소문을 떠돌았는데, 그 돌호박 때문에 김대감이 죽었고 고갯마루에서 푸른빛을 띠는 귀신이 밤마다 나타난다는 소문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아이가. 아무리 소문이 돌고돌아도 그 소문이 돈지 보름이 지나도 금시초문인 사람 안 있더나. 건넌마을에서 방앗간 하믄서 사는 만복이가 딱 그런 사람이제.
그래가 고개 너머 친구인 천석이랑 코가 비틀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돌아가던 길에 이 돌호박을 주워서 집에 가져갔던 거 아이겄나.
이바구가 이리 된 기라. 똑딱귀신 혜정이 이바구를 다 들은 만복이는 혜정이 부탁에 따라서 날이 밝는대로 돌호박을 지게에 지고 고개너머 마을로 혜정의 남편 진석근을 찾으러 안 갔더나.
먼저 주막에 들렀지. 만복이는 얼마전까지 김대감 새집 짓는데서 일하던 석수장이가 어디에 사는 지 물으이 주모 말이 보름 전에 김대감 댁 낙성식 때 행방불명됐고 그 후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거야. 그라모 이 동네에는 그 석수장이 진석근이 없다는 얘긴데, 이 상황에서는 만복이 똑딱귀신의 남편을 찾을 방법이 없겠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오늘 밤 똑딱귀신이 돌호박에서 나오믄 사실대로 이바구를 전해주고 더이상은 남편을 찾는데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참이었지. 그때 주막 앞으로 나졸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거야.
만복의 시선이 나졸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갔는데 말이다, 그곳이 자기 동네 쪽이야. 고갯마루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나졸들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만복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졸들이 갔던 고갯마루로 걸음을 떼기 시작한 거라. 이 동네엔 그 석수장이가 없다쿠이 우야겄노. 다른 동네도 찾아봐야지.
분명 고갯마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데, 궁금하제? 그건 담에 얘기하께. 오래 걸리지는 않을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