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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승무원은 못 했지만...

도전기의 끝을 맺으며

-아쉬움과 '여우의 신포도'-


누군가가 그래서 아쉽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 니오..."일 것이다.

"네."는 진심이고, "아니오."는 일종의 정신승리다. 하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마음에는 회색지대가 많으니 원색을 명확히 집어 말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런저런 색깔이 섞인 짙은 파스텔 톤 정도랄까!


불과 몇 달 전 까지도 승무원 파트타임 모집을 보면 홀린 듯 지원을 했다. 심지어 영어테스트까지 보기도 했다. 브런치의 자리를 빌려 지난 10년 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처음으로 승무원이라는 '직업' 말고 '업무'가 눈에 그려진다. 거짓말처럼 바로 지금에서야 말이다. 지금 탐구미(겪어보지 않은 경험을 상상 속에서 대신 탐험하는 가상의 인물)씨가 되어 출근을 해보려 한다.


-탐구미씨의 외항사 출근-


이제 새내기 승무원이 된 탐구미씨는 오늘 있을 국제선 비행을 위해 새벽 3시에 기상한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머리를 단장하고 유니폼을 입는다. 최대한 빠르게 단장을 마치고 나니, 4시가 다 되어 간다. 입맛은 없지만 간단한 빵과 모닝커피를 마시고 공항까지 운전해서 30분 만에 도착한다.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고 출발했기에 5시에 시작하는 브리핑 시간은 충분하다. 브리핑을 마치고 기내를 점검하고 나니, 탑승시간이 되어 탑승객들을 마주한다. 비행기 좌석 안내를 하고, 오버헤드 체크를 하고 전자제품이 모두 종료되었는지 확인하고 나니 이륙방송이 울린다...  아, 그 사이에 비상상황 시뮬레이션도 돌렸다. 비행기 이륙 시간은 대략 8시이다. 

아... 힘들다.


그러니 여기까지....


탐구미씨의 비행일지는 여기까지만 적기로 한다. 아마 그 후엔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식사를 챙기고 그랬을 것이다. 보기보다 힘을 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팔에 근육이 좀 있어야 할 것이다. 장시간을 기내에서 걸어 다니며 일을 하려면 다리도 튼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서비스보다는 사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강인함과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비행할 땐, 낮밤이 바뀔 때가 많으니 스트레스를 충분히 처리해 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정말 멋진 직업이다. 


승무원은 개인시간이 비교적 많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육체노동?을 치열하게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며 완성할 때마다 자기 효능감이 올라갔을 것이다. 더불어 강인해지는 육체를 보며 뿌듯해했을 것이다. 매 비행마다 팀이 바뀌니, 되려 일면식이 없는 사이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꽤나 잘 맞는 직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참 아쉬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리 아쉽지는 않다. 이제 다른 매력적인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브런치 출신의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도 그 매력적인 일들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만약 정말 기회가 온다면 이젠 안 할 것인가? 

대답은 "할 것이다. 만약, 그때 놓치고 싶지 않은 다른 일이 없다면... 말이다."

나의 대답이 정말 "아니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시간을 알차고 풍성하게 채워 나가려 한다. 


PS. 당분간 브런치 출간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브런치 책을 집필하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완성이 되면,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당신의 시간도 알알히 풍요롭게 채워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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