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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씨 Aug 11. 2020

1. 고양이는 안돼. 안돼...돼...

고양이와의 첫 만남

(feat. 초4 딸아이의 커버그림)


이야기의 시작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신랑의 이직으로 주말부부를 시작하였다. 나와 아이들은 서울에서, 신랑은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주말마다 시간을 같이 보내긴 했지만 신랑은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외로웠나보다. 평일 밤마다 아이들이 보고싶다고 말하던 남편은 갑자기 어느날 고양이 얘기를 꺼냈다.


나 고양이 키워야겠어.


사실 그 당시 나도 고양이 동영상은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선천적으로 동물을 만지기는 커녕 무서워했다. 그래서 신랑에게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건 내 인생에서 한번도,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도 없는 선택지였다. 신랑은 내 의견을 100퍼센트 존중해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단칼에 ‘NO’를 던졌다.


절대 안돼.


신랑은 알았다고 하였고, 나는 그걸로 끝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신랑은 한번 말을 꺼낸 뒤로 수시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신랑은 그 전에 한번도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고양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즐겨보는 나에게 이런 걸 왜 보는지 의아함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나는 걱정이 됐다. 한번 반려동물을 키우면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해야한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나는 그걸 수차례 신랑에게 강조했다. 지금 고양이를 키운다치더라도, 머지 않아 같이 살아야 할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졸지에, 양자택일이 되어버렸다.


나야, 고양이야?

신랑은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고양이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만들 일은 없을거라고. 그리고 당장은 나도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다보니, 신랑입장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신랑의 계속된 설득과 신랑의 외로움에 공감하며 결국 두손을 들고 말았다.


그래. 저렇게 키우고 싶어하는데... 이때까지도 나는 진짜 고양이가 내 앞에 있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여름 토요일 낮, 나와 아이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랑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고 아이들은 아빠와 고양이를 데리러 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내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거 실화냐...?


띵동.


핸드폰으로 사진이 하나 전송되었다. 작은 아기고양이를 안고서 환하게 웃고 있는 딸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삐리리.


문이 열린다. 셋이 아니라, 넷이 들어온다. 다소 격앙된 얼굴로 웃고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하얗게 질린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렇게 시작됐다.


넷이면 넷이지. 다섯 아니야...
아니야. 다섯이야. 진짜 다섯이야.


우린 다섯식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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