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에 관한 고찰

KPI를 위한 KPI가 되지 않도록

by 루씨


며칠 전, 전무님과의 1:1 미팅에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무님께서는 KPI를 위한 KPI가 되지 않도록 "본질"을 보는 것을 강조하셨다. 우리 회사는 매년 회계연도가 바뀔 때마다 본사에서 변경된 KPI가 내려온다. 내가 속한 마케팅 부서 같은 경우에는 보통 ROI로 측정이 된다. 가령 예산 사용 대비 10배의 파이프라인을 달성해야한다던가, 발굴해야하는 리드의 숫자 목표치가 내려온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보니 KPI를 설정하기는 하지만, KPI만으로는 100% 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측정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KPI를 위한 KPI가 되어버려, KPI 달성만을 위한 일을 하는 사태가 발생해 내부의 고질적인 갈등과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효과적인 KPI를 세우는 방법은 있다. 구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OKR(Objective, Key Result)이 그 중 하나이다. OKR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그로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요한 두가지 개념은 목표와 핵심 결과입니다. (중략) 핵심결과는 측정 가능해야합니다. 마지막 시점에 그 성취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합니다. 결과가 나타났는가, 아닌가? 그게 전부입니다

존 도어의 <OKR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방식> 中

쉽게 말하면 거대한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행 수단을 3~5가지 핵심 결과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 핵심 결과들을 하나씩 성취하다보면 거대한 목표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잘 설정된 OKR은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폭포와 같이 기업 전체가 하나의 목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협업을 이끌어내고, 책임을 추적할 수 있게 해주고, 불가능을 가능케 해준다고 하여 총 4개의 "슈퍼파워"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KPI 셋팅 방법 중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사용했다는 "만다라트(Mandarat) 기법"이 있다. 이는 3x3 아홉칸 네모 상자 가운데 칸에 핵심 목표를 적고, 주변 8개 칸에 세부 목표를 적은 후 세부 목표 바깥에 또 8개 상자를 만들어 총 64개의 실천과제를 적는 방식이다. 고교 시절 오타니는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핵심 목표로 적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여덟가지 세부 목표로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구속 160km/h, 변화구, 운, 인간성'을 정하고 이에 대한 실천 과제 64개를 정해서 실천했다고 한다.


출처 :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7/30/DNEIX25TP5FF7EX3XZZHSQLIXA/


두 개 기법 모두 핵심 결과를 한개씩 달성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나도 회사에서 내려준 KPI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다보면 간혹 '본질'을 놓치고 KPI 달성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게 될때가 있다. 결국은 회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것인데 그것이 아닌 단순 정량만을 달성하기 위한 과업이 되어버리면 실제로 KPI를 달성했더라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일을 하면서 스스로 계속 본질을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며, 핵심 결과를 달성했을 때 목표도 저절로 달성되는 건강하고 정확한 KPI를 세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이나 여가에 있어서는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고 여행을 시작하는 날 아침에 갈 곳을 서칭해보는 즉흥적인 스타일이지만(그래서 MBTI 검사를 하면 J가 아니라 P가 나오나보다) 공부나 커리어와 관련된 계획은 세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계획만 해놓고 실천은 안하게 되는 경우가 문제지만..) 그래서 이번년도 1월에도 작년에 세워둔 목표들을 토대로 중간점검을 하고, 새로운 계획들을 세웠다. 당시 OKR 책을 읽은 영향으로 나도 커리어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와 핵심 결과들을 정성/정량으로 나누어 세웠다. 2021년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스스로를 평가해보자면 대략 50% 달성된 것 같다. 남은 하반기 동안 절반을 채우기 위해 다시 스스로 리마인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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