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쓰고 단점만 부각된 포스팅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 2월, 회사에서 긴급 조치로 2주간 재택근무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는 코로나가 메르스처럼 빨리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이어서 코로나로 인한 걱정보다는 재택근무를 한다는 사실에 뛸듯이 기뻤다. 출퇴근을 안해도 된다니! 회사 생활을 하고 나서 한번도 재택근무란 것을 경험해본적이 없었기에 집에서 일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랬던 2주간의 긴급 재택근무가 계속 이어져 1년 반이 될 줄이야.. 당시 재택근무를 처음하게 되었을 때는 아무래도 집에서는 일이 안되고 집중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종종 카페에 가서 카택을 했다. 그러다 카페 가는 것도 귀찮아져 하루종일 집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점차 줌 미팅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1년 반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수많은 업앤다운을 겪었다. 처음에는 출퇴근을 안해도 되니 너무 편했지만, 확실히 단점도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요즘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더 많이 느끼고 있기에 단점부터 먼저 말해보자면,
1) 일, 일, 일.. 일만 주구장창 한다 (일과 쉼의 분리가 어려워진다)
처음에 재택근무를 하면 일을 더 하게 된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니 더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초반에는 실제로 6시 땡하면 저녁을 먹기위해 노트북을 덮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마음에 걸려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노트북을 킨다. 이렇게 저녁 시간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아닌 근무의 연장선이 되어버리는 일이 잦아지자 안되겠다 싶어 저녁에는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던가 하는 나만의 시간을 정해놓기로 했다. 그것도 몇개월간은 성공적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여유로울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가 점차 바빠지고 내가 맡은 업무가 추가되면서 그럴 여유를 가질 시간조차 사라졌다. 6시 땡하면 노트북을 덮지 못했고,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밤까지 일하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처음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이전에는 온전히 쉬는 공간이었던 집도 사무실이 되어버리면서 일과 쉼의 분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2) 줌의 늪에 빠져버린다
이전에 대면 미팅을 할때보다 화상 미팅이 (체감상) 2배로 늘었다. 모든 소통을 줌 미팅으로 진행해야하다보니 여러 LoB와의 주기적인 미팅이 매주 빽빽히 잡혀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대면으로 간단히 소통할 수 있었던 것들도 그때그때 줌 미팅이 수시로 잡히다 보니, 하루 종일 일은 못하고 미팅만 하다 하루가 다 가는 날도 많아졌다. 그 중 카메라를 켜야하는 경우에는 줌 미팅에 대한 피로도가 더 심해진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보다 화상회의에 대한 피로도를 더 느낀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이 카메라에 비친 본인의 얼굴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팅을 할 때 내 얼굴이 보이다보니 나의 표정과 용모에 더 신경쓰게 된다. 거울을 보며 미팅을 하는 기분이랄까. (쌩얼이라 더 신경쓰이는 것도 있고..)
3) 동료 간의 스몰톡이 사라진다
솔직히 일 많은 것도, 계속되는 화상 회의까지도 다 참을 수 있는데 가장 힘든 것이 동료 간의 스몰톡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일이 힘들어도 동료들과 가벼운 수다를 떨고 퇴근 후 저녁을 같이 먹거나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일할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스몰톡을 할 일이 없어졌다. 정말 필요한 업무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므로, 이외 가벼운 농담이나 일상을 주고받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다. 어떻게 보면 필요한 일만 하게 되니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일하는 기계가 아닌 사회적 동물이므로 이런 스몰톡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 내가 ESTP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원래도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으니 우울증이 걸릴 것 같았다. 계속 같은 환경에서 일하니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쉽지 않고, 오히려 일의 능률과 효율성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장점도 있다. 이전에 회사에서 올핸즈(전사 미팅) 콜을 할 때, 재택근무에 대한 패널토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재택근무와 관련된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변했었다.
Q. 재택근무에 대한 장점이라고 생각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출퇴근하는데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따로 집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 없고, 화장도 하지 않아도 되서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일 출근할 때는 자극적인 것 위주로 먹었다면 밥값을 아끼면서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고요. 가끔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 싶을 때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틀어놓고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습니다.
Q. 본인만의 재택근무 시 업무 효율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A. 아무래도 집에서만 일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약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집에서는 따로 퇴근 시간도 정해져있지 않다보니 계속 일만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정 시간을 정해서 이때까지는 마무리하겠다 라는 자신만의 데드라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평소 관심있던 분야에 대한 사이드 프로젝트나 취미를 만들어 놓으면 퇴근 후에도 할일이 생겨서 오히려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커뮤니티 활동, 브이로그 편집, 댄스 학원 등 다양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환경 구축 방안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A. 저같은 경우에는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분리해 놓았습니다. 일하는 공간은 햇빛이 들어오는 방을 사용하여 집중이 잘 되게 하고, 쉬는 공간은 어두운 벽지와 은은한 조명으로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느낌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해놓으면 행동이나 마음가짐도 그에 맞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자, 책상, 노트북 거치대를 본인에게 맞게 바꾸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이때 당시 답변했던 것도 어느정도 계속 유지하고는 있으나, 요즘은 단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IT 회사들마다도 재택근무 옹호파 vs 반대파로 나뉘고 있다. 사실 나는 여기서 비판론자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되긴 하는데 같은 IT 업계여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출처 :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3/12/QJREFUGPBJGPRNPWBIES6P7W5E/
그래도 다행히 우리 회사는 오피스는 늘 열려있기에 원한다면 오피스에 가서 근무해도 되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출근하려고 한다.(출근해도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렇지만 또 막상 이전처럼 주 5일 출근하라면 못할 것 같기 때문에 주 2회 정도가 딱 적당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 종식"이겠지만 말이다. 코로나가 하루 빨리 사라지고, 예전처럼 동료들과 수다떨며 북적북적 일할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