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발까마귀 Jul 02. 2021

바람 따라 걸은 길

인도기행 소설 제1화 : 미지의 세계로 떠나다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내가 군대를 막 전역했을 때이다. 그때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2년간 무보수에 가까운 돈을 받으며 수고를 한 나 자신을 위한 어떤 선물이 필요했다. 막 떠오른 생각은 그냥 바로 한국을 떠나버리자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정말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떠났으니까 말이다. 젊을 때의 가장 좋은 점으로 '무모하고 에너지가 넘친다'라는 말이 있는데 진실에 가까운 말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일주일 뒤에 떠나버리라고 한다면 솔직히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는 것이 많이 없고 억눌려 있던 나는 이것저것 잴 생각도 없이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어디로 갈까...? 유럽은 너무 멀고 비싸서 나한텐 감당이 안되고, 옆 나라 일본은 이미 두어 번 갔다 왔다. 그러다 갑자기 얼마 전 읽었던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비슷한 것에서 그 사람이 젊었을 때 인도로 여행을 갔다 온 내용이 생각났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가 나를 감싸기 시작하며 온갖 이미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인도다 인도. 너무 가깝지도 않고 적당히 멀면서 너무나도 이국적인 그곳. 친구는 혼자 떠나는 나보고 미쳤냐고 물었지만, 나는 곧바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낭만적인 랑데부, 혹은 스티브 잡스처럼 귀중한 경험을 하거나 미래에 도움이 될 어떠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바로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베란다에 방치되어있는 아버지의 거대한 등산가방을 몰래 빌리고 급하게 가이드북 한 권을 산 뒤, 입을 옷들을 넣고 그렇게 떠났다. 돈을 아낄 생각에 리무진 버스를 타지 않고 일단 지하철을 탔는데, 누가 봐도 "나 여행 갑니다"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거대한 등산가방과 아웃도어 스타일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 엄청난 쪽팔림이 몰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고 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며 비웃고 있다는 피해망상이 들었다. 게다가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난다는 불안감이 연쇄적으로 몰려오며 이 여정의 첫 위기가 닥쳤다. 여행이 가기 싫어진 것이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삼겹살 구워 먹고 영화 보고 자자. 아주 설득력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독자분들은 걱정 안 하셔도 좋다. 만약 내가 여기서 집으로 돌아갔다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허무하게 끝났을 것이고 이 글은 단지 아이디어로 남아 영원히 무의식의 한 부분에서 가끔씩 의식세계로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했을 테니까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쪽팔린다는 결론이 나왔고 결국 공항에 도착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곧바로 인도에 도착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돈 아낄 생각에 경유 비행기표를 샀고, 얼마 후 나는 홍콩 섬에 도착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