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대해 생각하다 샌드위치를 먹었다

by 파블로

우연히 인도 친구를 만나게 되어 그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형편이 어려운 동네에 방문하여 준비한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동네가게에 미리 연락을 하여 물품을 받은 후, 그 친구의 스쿠터를 타고 좁은 골목길을 달려 몇몇 집들에 방문하였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쌀이 없어 굶어본 적 없는 나로서 화장실도 없는 원룸 사이즈의 방에 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건 충격적이었다. 몸이 불편해서 일을 못하는 상태에 한 달 월세가 몇 만 원 밖에 안되지만 그것을 낼 수 없는 형편에 빚을 내어 살다가 현재는 몇 달 치 월세가 밀려서 곧 쫓겨 날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호물품을 전달한 일은 좋은 일이었으나 오히려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어떻게 보면 정말 삶이 불공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지구 한편에서는 돈이 남아돌아 자원을 낭비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몇 만 원짜리 월세도 못 낼 형편인 곳도 있고, 나로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친구가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스쿠터를 타고 가던 중 그가 갑자기 신과 종교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친구 : “이런 일들을 보고도 어떻게 신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

파블로 : “응…?”

친구 :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을 보고도 그냥 그대로 두냔 말이야.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왜 창조주가 자신이 만든 피조물들을 고통에 휩싸이는걸 그냥 보고 내버려 두는 거지?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너는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파블로 : “글쎄… 나는 종교가 하나의 진리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을 하긴 해"

친구 : “그렇다면 왜 그것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이야기잖아"

파블로 : “나도 개인적으로 어떤 종교를 믿거나 하지는 않지만, 리스펙 해.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종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친구 : “그럴 수도 있지. 예를 들어, 오늘 봤던 사람들이나, 정말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믿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 모두 이성적으로 생각이 가능하잖아?”

파블로 : “그렇지.. 하지만 세상에는 이성으로 설명 못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또 사람들은 삶의 근본적인 물음들 뭐 예를 들면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궁금해하잖아? 그런 것들에 대해 종교는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설명을 할 수 있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믿는 것 같아.”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앞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신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신'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오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설명을 한들 현재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러 종교에서 여러 가지의 관점으로 ‘신'에 대한 묘사를 하고 또 ‘신'의 말들을 받아 적었다. 수천 년 전에 적힌 글들이 과연 현재로서 유효할까? 그들에게 당연히 이해되었던 것들이 과연 우리에게도 당연히 이해될 수 있을까? 당연히 ‘신' 이든 어떤 거대한 힘 혹은 에너지 이든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는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 거대한 우주, 이 거대한 세상이 존재(작용) 한다면 그 배후에 그것을 발생시키는 그 어떤 최초 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뭐 힌두교를 예를 들면, 창조를 하는 브라흐만이 있고 또 그것을 유지시키는 비슈누가 있고, 또 그것을 파괴하는 시바가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불가사의 한 것들이 존재한다. 한 인간으로서 이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실험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인류도 하나의 실험인 것이다. 동굴원시인으로부터 21세기 문명을 이루었고 지금도 우리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언제까지 인류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적어내는 이 순간에도 이 위대한 작용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생각이 이때쯤 다다랐을 때,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지만,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 샌드위치를 사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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