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길고 기묘했던 자이살메르에서의 하루
자이살메르, 이름만 들어도 전설이 흐를 것 같은 이 황금빛 도시에서 나는 며칠째 원인 모를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목적은 분명했다. 타르 사막.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모래언덕에 서서,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비로운 정취를 느끼는 것.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낙타 투어는 번번이 미뤄졌고, 나의 위장과 신경은 파업 직전이었으며, 무엇보다 내 주머니 속에는 이미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내일 새벽 2시 기차표'라는 족쇄가 들어 있었다.
점심시간은 다가오고, 시간은 내 목을 조여왔다. 결국 나는 낯선 여행사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머물던 숙소의 안전한(적어도 내 장기를 털어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두고, 웃돈을 얹어 생판 모르는 이들에게 내 목숨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 본 공포 영화 속, 외딴곳에서 길을 잃고 괴한의 도끼에 스러져가던 주인공의 얼굴이 자꾸만 내 얼굴 위로 겹쳐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막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수치심이 도끼에 찍히는 공포를 이겼다.
지프차 뒷좌석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인도인 커플 두 쌍과 나. 그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침묵이 못내 의심스러웠다. 혹시 저들끼리 내 처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비포장도로, 운전사가 무심하게 틀어놓은 경박한 인도 댄스 음악, 그리고 나를 철저히 투명 인간 취급하는 네 명의 동승자. 이 기묘하고도 이질적인 조합 속에서 나는 흙먼지를 삼키며 콜록거렸다. '그래, 스스로 돈을 내고 납치당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내 불안은 정점을 찍었다. 이 커플들은 여기서 숙박을 한단다. 당일치기로 돌아가는 건 나 혼자였다. 칠흑 같은 밤, 나를 태운 지프차가 사막 한가운데서 멈추는 상상이 다시금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내 실존적 공포는 곧 철저한 육체적 고통으로 치환되었다. 가이드가 끌고 온 낙타는, 내가 상상했던 우아한 사막의 유람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하고, 냄새나며, 뼈대가 앙상한 고문 기구였다. 낙타의 등에 올라타고 정확히 20미터를 이동했을 때, 나는 내 척추가 두 동강 나고 가랑이가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꼈다. '제발 나를 내려줘.'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야속한 짐승은 뚜벅뚜벅 사막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엉덩이의 감각이 사라질 무렵 눈앞에 타르 사막이 펼쳐졌다.
순간, 나의 모든 신경증적 불안과 육체의 고통이 증발해 버렸다. 문명과 소음이 완벽하게 거세된, 수백만 년을 침묵으로 버텨온 거대한 모래의 바다. 그 압도적인 무(無) 앞에서 나는 철저히 작아졌다. 내가 안달복달했던 기차표의 시간, 공포 영화의 망상, 지프차 안의 뻘쭘함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티끌인가. 어떤 거대한 섭리가 이토록 완벽한 황량함을 빚어냈단 말인가? 영원을 품은 모래 언덕 위에서, 나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며 벅차오르는 경외감을 맛보았다. 우리는 결코 모든 미스터리를 풀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이토록 아름다운 이유일 테다.
석양이 사막을 붉게 물들일 즈음,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며칠째 텐트를 치고 있는 호주인 가족을 만났다. 젊은 시절 이곳에 홀로 왔던 아버지가, 세월이 흘러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심지어 나의 가이드와 그는 구면이었다. 호주에서 온 아버지, 인도인 가이드, 그리고 한국에서 온 겁 많은 여행자. 서로 다른 시공간의 궤적을 그리던 우리가 이 황량한 모래 위에서 우연히 교차하여 맥주를 부딪치고 카드를 돌렸다. 우주적 우연이 만들어낸 찰나의 연대감 속에서, 호주인 가족은 웃으며 말했다.
"그깟 기차표 취소해 버리고, 오늘 밤 여기 모래 위에 누워 별이나 보며 자고 가."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 같았다. 이 거대한 자유 속으로 몸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규칙과 통제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내 영혼은 사막의 밤을 갈구했지만, 한 번 정한 일정을 번복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의 소시민적 강박이 결국 승리했다. 나는 자유 대신 '안전한 새벽 2시 기차'를 택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지프차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에 집어삼켜졌고, 운전사는 아까와는 달리 구슬프고 서글픈 인도 음악을 틀어놓았다. 묘한 고독과 서글픔에 젖어들던 찰나, 지프차가 황무지 한가운데서 끼익- 하고 멈춰 섰다.
운전사가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순간, 내 안의 모든 불안이 폭발했다. 구글맵을 켰다. 도시는 아직 까마득히 멀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침묵이 목을 조여왔다. 1초가 1년 같았다. 심장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어둠을 향해 소심하게 외쳤다.
"헬, 헬로...?"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뒷좌석에서 굳어버린 채, 곧 다가올 최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다급하게 "헬로!"를 외친 순간, 어둠 속에서 운전사가 부스럭거리며 나타났다. 그는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소리를 냈다.
찌-익.
바지 지퍼를 올리는 소리였다. 그렇다. 그는 내 장기를 노린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그저 방광이 가득 찬 평범한 사내였을 뿐이다. 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털털거리며 출발했고, 나는 허탈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채 시트에 깊숙이 파묻혀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토록 거대한 대자연의 숭고함과, 방광을 비우는 인간의 생리적 부조리가 교차하는 곳. 그것이 바로 여행이었고, 삶이었다. 참으로 길고 기묘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