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런데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좀 쑥스럽고, 아직은 장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인원이서 공간과 시간에 제약 없이 몰두하는 중인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으레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그런 체계적이고 멋진 브랜딩 이런 거랑 거리가 멀기도 하거든요.
02. 그럼에도 브랜드라고 칭하는 2가지입니다.
1. 대체되기 어려운 '높은 가치'를 드리기 위한 각오를 담기 위함이고
2. 직업인으로서 조준점을 더 예리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거든요.
패키지 기획 회의
03. 무조건 본질 강화
현재 우리가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것은 멋진 비주얼 덩어리나, 콘텐츠 감도, 마케팅 전략 이런 게 아니라 무조건 상품의 '본질 강화'입니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원래 브랜딩이, 마케팅이, 장사가 그런 거 같습니다. 이치적이고, 당연한 것들의 연속이고 그것이 쌓여 단단한 브랜드 자아가 형성되면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비슷한 결의 고객이, 파트너가 주변에 모이고, 그렇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04. 감사하게도 최고의 원료를 공급받게 됐습니다.
우리는 영양제 브랜드고 그만큼 원료의 퀄리티가 사실상 상품의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감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국내 최고의 바이오 R&D 업체와 계약을 마쳤습니다. 이들에겐 국가 기관과 함께 공동 개발한 특허 유산균 균주가 있고 이 분야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곳 중 하나이지만, 현재 우리 같은 영세한 규모로는 계약 자체가 어려운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해냈습니다.
05. 그러다 과부하
사실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시장 조사, 경쟁사 조사, 고객 인터뷰, 타겟 설정, 브랜딩 전략,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 디자인 개발, 생산 업체 선정, 공급 업체 선정, 채널 관리, 마케팅 전략, 촬영 기획 등 여기에 다 쓸 수조차 없는 수 십 가지 자잘한 파생 업무와 끝도 없는 피드백과 조율에 뇌에 과부하가 왔나 봐요. 오늘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06. 귀가 안 들릴 수도 있다?
예전만큼 안 들리거나 청력의 많은 부분을 잃을 수도 있는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될 가능성이 나빠질 가능성 보다 높지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지금도 멍멍한 느낌이 귀를 떠나질 않고 있는데요, 참 아이러니합니다. 다치고 나서야 그 신체 부위가 어딨는지 느끼고, 아끼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란 게 참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잖아요. 다시 한번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고, 또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한 줄 요약 : 반려견 영양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원료를 공급 받았고요. 열심히 준비하던 중 몸에 병이 났습니다. 이겨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