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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Mar 25. 2024

펫텍스와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나고 싶다.

베니스펫 창업기 2#

베니스펫 준비 근황


근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베니스펫 포스트바이오틱스의 런칭까지 약 3주 정도 남겨둔 상태입니다. 거진 네 달 동안 정말 많이 몰입했습니다. 최고 수준의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원료(균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끝끝내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또 제가 아는 최고의 브랜딩/디자인 에어진시인 TIN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과 패키지 디자인을 함께 했고, 베니스펫의 세계관을 가장 근사하게 표현해 줄 멋진 포토그래퍼, 비주얼 디렉터님과 함께 룩북 촬영을 했습니다.


혼자서 여기까지 해 온 것이 나름 기특하다는 생각도 드는 한편,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의 과정은 긴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기 위한 준비였지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런칭한 다음 어떤 전략과 마케팅으로 우리 제품의 우수함을 알릴지, 사람들로 하여금 베니스펫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도록 하게 만드는 차원, 즉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무대로 전선이 넓어졌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제 안의 어떤 목소리가 있는지, 진짜 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부터 해야 했습니다.


지난 네 달 동안 매일매일 베니스펫이라는 브랜드는 누굴 위해 존재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자면서도 하고, 걸으면서도 하고, 훌륭한 분들과 미팅을 할 때도 끊임없이 이 질문을 생각합니다. 핸드폰을 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죠. 사실상 저의 하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건 인스타그램이기도 하다 보니 저의 모든 알고리즘과 생활 패턴은 반려동물에 관련된 정보와 광고에 노출되도록 맞춰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정말 수많은 반려동물 식품, 영양제가 존재하고, 다들 저마다 본인들 제품이 가장 좋다고 홍보하는 수 천 개의 업체가 있다는 걸 새삼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이 수많은 브랜드 중에 하나의 브랜드가 되겠지만요) 그런데, 들여다 보면 볼수록, 정보를 학습할 수록 이 시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시장보다도 윤리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펫텍스와 공포마케팅

어느 날 눈이 하얘진 노견이 영양제를 먹더니 -> 탁한 눈이 맑아졌다

눈물 자국이 엄청 심했던 아이가 영양제를 먹더니 -> 눈물 자국이 싹 사라졌다

슬개골 탈구로 고생하던 아이가 관절 영양제를 먹더니 -> 수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관절이 튼튼해졌다.

거위 소리를 내며 기침하던 아이가 영양제를 먹더니 -> 기침이 멎고, 건강한 목소리를 되찾았다.


이런 플로우의 광고 많이들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광고들은 정말 무책임 합니다. 말할 수 없는 반려동물을 이용한 것이고, 정보의 비대칭을 악용한 눈속임입니다. 이런 광고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알아듣지도 못할 전문 용어가 난무하고

2. 듣도 보도 못한 어디 수의과 선생님, 대학 교수가 감수했다고 떠듭니다

3. 생성형 AI가 대충 만든 그래픽 효과로 무장한 유사 과학 이야기에

4. 특허받았다는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단언컨대 이런 광고를 하는 업체 중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영양제는 없습니다.



그런 영양제는 없습니다.

막 베니스펫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여러 광고 소재를 모으다 발견한 광고가 하나 있는데요, 반려동물의 '피부염'에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영양제로 시장에서 꽤 유명한 제품이었습니다. 아주 자극적이고 공격적 마케팅을 서슴지 않던 곳이죠. 이 제품은 리뷰 후기만 1만 개를 넘어가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아마 이 엄청난 리뷰 수가 광고를 봤을 때 들었던 수많은 의문을 잠재웠겠죠.


무튼 광고 영상의 흐름은 이러했습니다.

'식이 알레르기로 인해 농피증이 가득하고 피부는 벌겋게 달아올라 털은 거의 남지 않은 어떤 아이가 이 OO푸드라는 영양제를 먹고 싹 나았고, 이를 견주가 인증한다'는 내용이었죠.

오죽하면 브랜딩과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저도 이 광고에 혹해 어느새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더군요. 이틀 뒤 제품을 받았고, 성분표시를 꼼꼼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피부영양제의 주요 성분은 '단당류' 성분이었고, 피부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정확한 원가를 추정해 낼 수는 없지만 절대 2만 원 후반에서 3만 원 초반에 소비자가 형성될 수는 없는 저렴한 원료들이었습니다. 또한 후에 알게 된 것인데 위 광고를 제작한 업체는 이런 식의 소위 바이럴 요소가 가득한 영상을 전문적으로 양산해 내는 공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가짜 영양제, 가짜 사료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만들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대부분 반려견 영양제 광고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떤 원리가 이런 값어치 낮은 제품을 그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만들었을까요. 말할 수 없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보호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한 이런 저열한 광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필터링 없이 먹혀드는 이 시장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존재하지는 않겠습니다.

쇼츠, 릴스, 인스타 둘러보기 등 우리 주위엔 정보가 넘칩니다. 블로그나 구글 검색까지 있어서 크로스 체크도 할 수 있고요. 언뜻 선택지가 더 넓어진 것 같지만, 저는 보호자들이 오히려 선택을 제한당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이 반려동물 사업에 한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관리 제도도, 법적 책임도 사람 제품과 달리 훨씬 느슨하고, 허점이 많고, 바이럴 양산 업체들은 이를 너무나 쉽게 이용합니다.


이것저것 좋다는 걸 급여하다 보면 '효과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 보다 아이한테 아무거나 막 먹인 것 같은 죄책감이 더 크게 남게 됩니다. 베니스펫은 그런 식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느리더라도 웹사이트에 올바른 정보를 가득 채우고, 정확한 성분 표시를 하고, 구매하신 분들께 자부심을 드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정말 체감한 효과를 통해 우리를 다시 찾게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려고 합니다.

(런칭 예정) 베니스펫 포스트바이오틱스, 국내 최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진과 국가 개발 사업으로 개발한 반려견용 유산균 투입

다시 돌아와서, 글 도입부에 베니스펫은 어떤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해 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성숙한 양육자'


베니스펫은 시니어펫의 건강한 생활을 책임지는 브랜드라는 미션이 있고, 그렇다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정보 선별 능력, 그리고 반려견 양육에 매우 능숙해진 지닌 사람들일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베니스펫의 기준은 오직 성숙한 양육자들에게 맞춰질 겁니다. 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베니스펫의 여정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베니스펫은 4월 중순, 런칭 예정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bennys_pet/

https://www.bennysp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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