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 코멘터리 3

추천사-박종원 감독님

by 영화하는 이모씨

감독님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분이세요.

학부 4학년 때 처음 수업으로 뵙게 되었는데 마치 우주가 열린 것 같았어요.

막연했던 현장이 코앞에 있던 그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실제 조언들이 넘쳐나는 시간이었거든요.

그러니 그 수업을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 감독님도 저를 많이 아껴주셨던 거 같아요.


학기 중에 결혼을 했었는데 고작 한 달 본 학생의 결혼식에 검은 가죽점퍼를 입고 버진로드를 가로질러 오셔서 악수를 청하시는 그런 분이세요.

웨딩드레스차림으로 90도 인사를 했던 게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그분이 특별한 이유는 선생님에 대해서 제자들이나 연출부들끼리 아직도 회자되는 츤데레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분이시니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얼마 전 우연히 메일함을 보는데요,


제가 결혼즈음에 임신과 출산 즈음에 그렇게 선생님께 메일을 드렸더라고요.

생존보고의미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주저앉을까 봐 불안했었던 것 같아요.

그 메일마다 선생님께서 답장을 주셨어요.

그런데 그 메일 속에는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감독이 될 거다" 이런 말씀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대신

"너는 결혼을 했으니 더 넓은 마음을 가진 감독이 될 거야."

"너는 아이를 키워보면서 더 많은 걸 이해하는 감독이 될 거야"하시더라고요.

그 메일을 다시 보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말씀들에는 제가 감독이 안된다는 경우에 수는 아예 없었어요.

제가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해 의심없이 어떤 감독이 되어야 하고 어떤 감독이 될 수 있는지 말씀하셨어요.

사회의 눈으로 보면 애둘 키우는 아줌마에게 그러셨다는게 새삼 감사하더라구요.


저는 지금도 선생님이 무서워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답니다.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혼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어떤 결정을 해야 하면 뭐라고 하실까 고민해요. 그러다 어떤 건 정말 여쭙기도 하고요.

그런 어른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맞습니다. 이런 분이 스승님이라고 자랑한 거여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