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토리텔러 인터뷰 후기 - 현해리감독

by 영화하는 이모씨

http://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850


완벽해야 할까?


학교에 있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 중에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완벽하지 않을 바엔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말만 번지르르한 게으름뱅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목표는 로켓을 쏴 올릴 기세로 거창한데, 정작 몸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진짜 게으름뱅이들과 이들은 좀 다르다. 원하는 바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지나치게 완벽하다. 진짜 게으름뱅이들은 목표 자체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이건 100번 양보해야 성립하는 구분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둘 다 게으름뱅이다.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바깥으로 드러나는 게 없으니까.


현해리 감독의 AI 단편영화 <더 롱비지터>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그런데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만듦새는 솔직히 투박하다. 일반적인 영화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학생 단편영화 수준인가?” 싶은 순간도 있다. 편집은 거칠고, 화면은 묘하게 일관성이 흔들린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가 대단하다.

AI 영화는 지금 단계에서 ‘완벽’하기가 어렵다. 기술이 아직 그 완벽함을 쉽게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 빈틈을 아이디어와 세계관으로 채워 넣겠다는 태도, 그 패기가 있다. 완성도를 핑계로 숨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쪽이다.

40881_53ccab012caed_1.png 영화<족구왕>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기준에 관심없는 '자존감 미인'들이 결국은 승자다.

솔직히 말하면 현해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 <폭락>은 정말 별로였다. 코인이라는 소재로 마케팅할 게 아니라 차라리 ‘남자 안나’ 혹은 ‘한국판 애나’라고 했더라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신선한 소재를 가져와 놓고, 풀어내는 데는 애를 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당연히 이상해진다는 전제를 깔아둔 채 피상적으로 흘러가 버린다. 그러니 그런 영화의 감독에게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현해리 감독의 다음 작품은 기대가 된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시도하는 사람의 용감함 때문이다. 완벽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적어도 그는 몸으로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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