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628
가끔 이런 분들이 있다. 처음 만났는데도. 혹은 진짜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그냥 좋고 편하고 따순분들.
오기환감독님이 그랬다. 보통은 마주 앉으면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겠다고 이말저말 하게 되는데 오기환감독님은 먼저 질문부터 하셨다. 그런데 그 질문이 공교롭게도(사실은 황당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와 맞닿아 있었다. 가끔 예술가들을 만나면 무당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나는 이창동 감독님도 거대무당이라고 불렀다). 뭔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아왔기 때문에 오기환감독의 질문이 놀랍고 불편하다기보다는 반가웠고 갑자기 열린 창구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이 마음을 그대로 고백했고 감독님은 당신도 그러셨다고, 그래서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어느새 인터뷰보다는 영화 선배님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이윽고 요즘 작업 중이 나의 시나리오 이야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인터뷰 내용과는 연관되지 않아 적지는 않았지만 감독님은 아주 인상적이 이야기를 하셨다.
"영화인들은 이게 문제예요. 남들이 다 하는 걸 하려고 하지 않고, 안 하는 걸 하려고 해요"
요즘 내가 작업하는 아이템을 듣고 하신 말씀이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완전히 동의했다.(감독님께서도 드라마 <아이쇼핑>을 하신 거 보면 남들이 안 하려고 하는 거 하는, 영화인유전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영화인들이 드라마에 완전혀 녹아들기 어려운 지점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지류 작가들이 웹소설로 넘어가지는 못하는 지점과도 같다.
이건 수준이 높고 낮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보다 어쩌면 훨씬 복잡한 이야기이다.
모든 예술가는 대중과 만나고자 한다. 예술가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대중이 없이는 예술가가 완성되지 않으니 당연하다. 그렇다면 대중을 잘 이해해야 한다.
대중은 익숙한 것을 원할까? 새로운 것을 원할까?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도, 익숙한 것을 보여주어도 그 나름의 성취를 일궈낸다면 좋은 예술가인 것은 맞다.
다만 새로운 것을 선보인 예술가는 확실히 당신은 가난하겠지만 후손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익숙한 것을 선보이는 작가는 당신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후손은 그 돈으로 더 부자가 될 가능이 높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걸 선택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답이 정해져 있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