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주인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by 영화하는 이모씨

결국 스토리란 주인공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이 욕망을 실현하거나 혹은 실현하지 못하며 궁극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소설이든 영화든 스토리를 향유한다는 것은 곧 어떤 인물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작가는 곧 나의 스토리가 될 바로 그 존재 '주인공'을 잘 만나야 한다.


보통 학생들에게 과제를 해오라고 하면 인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학생 때 나도 그랬다.

나이, 성별, 학벌, 재력등 어떤 인물을 떠올리고 그 인물의 주변을 확장해 나가며 이야기를 찾아 해 맨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이 방법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든 작가가 모든 작품을 질문에서 출발하지는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방법도 아니다.

실제로 나도 어떤 신문기사에서 출발해 작품을 완성한 적도 있었고 어느 날 꾼 꿈의 한 장면을 담아내라고 작업한 적도 있다. 또 어떤 배우에 꽂혀서 그 배우를 놓고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설계하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방법이 그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인물의 욕망이 담긴 질문'에서 이야기를 출발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디서 출발하던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정거장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빨리 지나가야 하는 정거장말이다.

결국 작가는 그 인물을 통해, 그 사건을 통해 자기만의 화두(질문)를 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이 있는 이야기가 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정거장을 무시하는 실수를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저지른다.


어떤 인물이 떠오른다. 직업이나 가족사 등을 설정하다 보니 이 인물이 꽤 맘에 든다.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인듯하다. 이제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인물에 먼저 꽂히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정해져 버린다.

시대, 배경, 주변 환경, 그 인물이 겪을 법한 에피소드까지 꽤 많은 것들이 인물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사실 그 인물은 그 인물자체로는 좋을 수 있으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런데 초보작가들은 이 구분이 어렵다. 이 인물을 지금 당장 써먹지 않으면 어디 가서 죽어버릴 것 같은지 비켜두지를 못한다. 지금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실어 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컴퓨터 속에 넣어두면 어디 안 가고 거기 있으니 나중에 다시 꺼내면 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어떻게든 지금 당장 써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주인공은 이미 질문에 안에 있다. 그러니 만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앞서 적은 대로 '잘 나가는 킬러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하자.

궁극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어주고 싶어 고민하는 요즘 어른의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주인공의 고민을 통해 생애 처음 부모를 해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이야기들이 풀어 나올 것이다. 거기에 잘 나가는 킬러라니, 공감대를 넘어 영화적 재미까지 기대할만하다.

그럼 이런 영화이 주인공은 누가 되어야 할까?


잘 나가는 킬러라니 머리가 좋고 액션에 능할 것이다. 아마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갖췄으라.

그럼... 킬러답지 않은 아이러니한 신체조건을 가지면 더 흥미롭겠다. 여자 거나 유약한 외모의 남자처럼.

그럼 우린 여자로, 엄마로 정하자.

그리고 그에게는 딸이든 아들이 있어야겠지. 킬러가 엄마라면 딸이, 아빠라면 아들이 좋을 수 있다. 같은 성별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공감대가 있을 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안 통하니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만들기 적합하다. 그럼 우린 딸이 되야겠다.

기왕이면 사춘기의 정점이라는 중2가 좋겠다.

중2 쯤 되는 자녀가 있으려면 엄마의 나이는 35~45세 그 사이가 되겠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가? 변성현감독의 <길복순>이 이렇게 나왔을 것이다. 아마도.


이게 결과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영화다 보니 변성현감독이 아니더라도 저 질문을, 저 화두를 꺼내기로 했다면 누가 봐도 이런 주인공을 설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질문 자체에 집중하지 않은 채 엉뚱한 인물들을 만드는데 시간과 공력을 쓴다.

주변을 두리번 대기 바쁘며 수천수만의 인물들을 뒤지고 뒤져 콜라주를 반복하며 그럴듯한 주인공을 만들려고 한다.


111.jpg 옆이 아니라 깊이 있다. (연합뉴스 : 로이터 통신)


주인공은 옆을 보며 만드는 것이 아니다. 깊이 보며 만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만큼 질문이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이미 멋진 주인공을 품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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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감사한데 어따대고 인사를 해야할지 몰라 여기에 한줄 적어 보았습니다.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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